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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중국읽기

중국 경제 위협하는 4대 요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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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세계 경제 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해온 중국 경제의 엔진이 식고 있는 걸까. 지난주 중국 국가통계국이 3분기 성장률로 4.9%를 발표하자 지구촌이 놀란 모양새다. 예상치를 밑돈 성적표 때문이다. 중국은 1분기 18.3%에 이어 2분기 7.9% 성장률을 기록했다. 3분기에 더 떨어진다 해도 적어도 5% 이상은 될 것이라 점쳤다. 중국 경제지 차이신(財新)의 경우엔 국내외 15개 기구의 조사를 토대로 5.1%를 예상했고, 로이터는 43개 기구의 전망을 기초로 5.2%를 내다보기도 했다. 한데 5%가 깨지며 여기저기서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중국 쇼크가 꼭 남의 일만은 아닌 탓이다. 중국 경제는 왜 이렇게 됐나.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이 당초 5% 이상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4.9%에 그치자 중국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이 당초 5% 이상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4.9%에 그치자 중국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 국내외 분석을 종합하면 크게 네 가지 이유가 꼽히고 있다. 첫 번째는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는 코로나 19의 영향이다. 중국은 비교적 방역에 성공한 국가로 꼽히지만, 철통 방역을 위해 치르는 대가가 엄청나다. 지난 1~2년 사이 서비스 산업 부문의 많은 중소기업이 문을 닫는 등 경제 주체의 상당수가 아직 시장에 복귀하지 못한 상태다. 또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 등 가계 수입도 줄어 소비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여기에 중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코로나 사태는 온전한 경제 활동을 가로막고 있다. 코로나 문제는 세계 공통이라 그다음 이유가 눈길을 잡는다.

중국은 철통 같은 코로나 방역에 나서고 있지만 산발적인 코로나 발생까지 완전히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중국의 코로나 백신 접종 모습. [중국 신화사=연합뉴스]

중국은 철통 같은 코로나 방역에 나서고 있지만 산발적인 코로나 발생까지 완전히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중국의 코로나 백신 접종 모습. [중국 신화사=연합뉴스]

두 번째 원인으로 중국 정부의 거친 규제가 거론된다. 지난해 가을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云)을 때릴 때만 해도 ‘괘씸죄’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게 일부 민영 기업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학부모에게 부담을 주는 사교육 산업과 청소년 유해 논란을 빚는 게임 산업이 잇따라 철퇴를 맞았다. 또 눈치 없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려던 대형 정보기술 기업은 안보 문제로 조사를 받았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철퇴가 가해졌다. 애국주의 잣대에서 벗어나거나 천문학적인 수입으로 위화감을 조성한 연예인은 세무 조사 등을 받으며 퇴출당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지난해 가을 중국 정부를 공개 석상에서 비판한 이후 몰락의 길을 걷는 모양새다. [로이터=연합뉴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지난해 가을 중국 정부를 공개 석상에서 비판한 이후 몰락의 길을 걷는 모양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모든 사태의 배경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건 ‘공동부유(共同富裕)’의 슬로건이 자리한다. 다 같이 잘 살자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데 중국 당국의 이런 시장 정돈이 정부의 말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중국 정부는 모두가 부자가 되기 위해 하는 조치라고 강변하지만, 중국 인민은 이를 ‘좌경화’의 노선 변경으로 읽는다.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 채택 이후 중국 경제의 발전을 이끌어온 민영 기업가가 위축된 건 불문가지다. 이들은 겉으론 ‘시진핑 사상’ 배우기에 나서고 있지만, 속으론 “공산당이 그러면 그렇지” 하는 탄식을 내뱉고 있다고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정점을 찍은 뒤 2060년엔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말한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정점을 찍은 뒤 2060년엔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말한다. [AP=연합뉴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은 공산당이 ‘광대 인민의 근본 이익을 대표한다’며 사영 기업가의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시진핑 시기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을 규제하겠다’며 펼쳐지는 민영 기업가 단속은 중국 민영 경제에 커다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무엇보다 민영 기업인의 혁신 의지를 꺾는 게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가 잘 돌아간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중국 경제의 부진 세 번째 이유로는 당국의 거친 규제 연장선에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 단속이 꼽힌다.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는 중국의 초대형 부동산 업체 헝다(恒大)그룹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유동산 위기에 몰린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상하이 본사. [AP=연합뉴스]

유동산 위기에 몰린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상하이 본사. [AP=연합뉴스]

과열 부동산 시장을 잡아야 하는 건 맞지만, 부동산 산업은 산업 사슬이 매우 길고 금융 및 지방 정부의 재정과 직결된 문제라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 수천만 가정의 취업 및 생계와 관련된 사안이라 조심스럽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너무 투박하게 고삐를 쥔 채 흔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불거진 중국의 전력난 문제가 중국 경제 성장률을 추락시킨 요인으로 지적된다. 중국의 31개 성·시·자치구 중 무려 20여 개 가까운 곳이 전력난으로 공장조차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은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했다가 중국 당국의 눈총을 받고 안보 문제로 조사를 받았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은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했다가 중국 당국의 눈총을 받고 안보 문제로 조사를 받았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랴오닝(遼寧)성의 한 식당 주인은 촛불을 켜고 영업하면서 “북한에서나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고 탄식했다고 한다. 중국 전력난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미국 편에 섰기에 미운털이 박힌 호주를 상대로 경제보복을 가한다며 호주산 석탄을 수입하지 않다가 제 발등을 찍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그 영향은 미미하다. 실제론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중국 전력 생산의 거의 절반은 화력 발전소에 의존하는데 석탄 가격이 오른 데 비해 전기요금은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통제에 묶여 함께 상승하지 못한 데 있다. 전력 생산을 위해 석탄을 땔수록 화력 발전소는 손해를 본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중국 당국은 지난 12일 전기요금의 인상 폭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이 4.9%에 그치자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 항만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이 4.9%에 그치자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 항만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전력난의 실제 두 번째 이유는 중국에선 다들 알면서도 감히 입 밖에 내지 않는 시 주석의 탄소피크와탄소중립 목표 천명이다. 시 주석은 2030년까지 중국의 탄소 배출량 정점을 이룬 뒤 2060년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말한다. 특히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베이징의 푸른 하늘을 보여주겠다고 국제 사회에 공언한 상태다. 이 때문에 중국의 각 지방 정부는 중앙 정부로부터 에너지 소비량 목표를 부여받고 탄소 배출 줄이기에 경쟁적으로 돌입한 상태다. 탄소 배출을 어떻게 줄이나. 현재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전력 제한을 통해 공장 돌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경제가 나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중국 경제의 3분기 실적이 나빠진 이유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정책의 취지야 뭐라 할 수 없지만 운용의 묘가 떨어진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한데 이게 꼭 중국만의 일은 아닐 것 같아 걱정이다. 우리 사정도 별반 달라 보이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아직도 가시지 않는 코로나 사태로 가계 수입 줄고 #정부의 거친 규제로 민영 기업가 혁신 의지 꺾여 #수천만 생계 달린 부동산 산업 단속 너무 투박해 #푸른 하늘 위한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은 전력난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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