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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장동 수사 못 믿겠다…이러면 특검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대장동 게이트' 와중에 경기도 측이 공개한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대리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함께 한 사진. 검찰은 유 전 사장대리를 기소하면서 배임 혐의를 빼 논란이다. [페이스북 캡처]

'대장동 게이트' 와중에 경기도 측이 공개한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대리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함께 한 사진. 검찰은 유 전 사장대리를 기소하면서 배임 혐의를 빼 논란이다. [페이스북 캡처]

유동규 배임 혐의 빼고 남욱 전격 석방  

김오수 체제, 수사 능력·의지 의심받아

법에 따라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는 검찰이라면 게이트 수사를 진행할수록 진상이 밝혀지고 의혹이 줄어들어야 맞다. 그런데 지금 검찰 수사는 거꾸로다. 시간이 갈수록 진상이 은폐되고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김오수 총장 체제의 검찰엔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대장동 게이트’의 진실을 규명할 수사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의혹이 폭로된 지 40여 일이 지났지만 수사는 변죽만 울리고 사실상 제자리를 맴돈다. 아무리 대선 국면이라지만 지금처럼 권력의 눈치를 살피면서 검찰이 좌고우면하면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 만에 하나 고의적 수사 태만이라면 검찰 스스로 특검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검찰의 의지와 능력을 동시에 의심하게 한 가장 최근의 사례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대리를 기소하면서 배임 혐의를 빼놓은 대목이다. 이번 게이트의 핵심은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8500억원대의 초과 수익을 특정 업체와 개인들이 챙기도록 하는 바람에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원주민·입주민 등이 막대한 손해를 봤다는 배임 혐의다. 당초 이 사업을 설계하고 승인하는 과정에서 누가 주도적 역할을 했는지, 그 과정에서 뇌물이 오갔는지, 초과 수익을 누가 착복했는지 밝혀내는 것이 검찰의 중요한 임무다.

하지만 사건 초기부터 압수수색을 꾸물거렸고 계좌추적에 소극적으로 임한 검찰의 행태를 보면 실체적 진실 규명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 김오수 총장이 올 초까지 성남시청 고문변호사였기 때문인지, 여당 대선후보에게 대장동 불똥이 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검찰의 비리 수사가 과거와 너무 다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 21일 ‘대장동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돼 온 남욱 변호사를 공항에서 긴급 체포한 이후 48시간이 되기 전에 석방한 것도 석연찮다. ‘50억 클럽’ 등 민감한 발언을 쏟아냈던 그는 천화동인 1호 배당 이익(1208억원)의 절반 소유주로 지목된 ‘그분’의 실체에 대해 미국에서 한 말과 입국 후에 한 말이 달라졌다. 이 때문에 기획 입국설, 봐주기 수사라는 의심을 샀다. 지난 14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사례처럼 검찰이 계속 엉성하게 대응해 스스로 수사의 맥을 끊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국회 국정감사는 대장동의 진실을 규명할 기회였으나 여당의 이재명 지사 감싸기와 경기도의 비협조 때문에 맹탕으로 끝났다. 여전히 의혹이 풀리기는커녕 외려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제는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변경 특혜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재명 지사의 선거대책본부장 이름도 나왔다. 이 지사와 국토교통부의 해명은 엇갈리고 있다. 대장동을 둘러싼 의혹은 이제 특검 수사로 가리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