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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비호감 선거 낳는 87년 헌법, 국민 67%는 바꾸자 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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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제20대 차기 대통령 선거를 1년여 앞둔 지난 3월 7일 서울 광화문 도심에서 바라본 청와대 모습. [뉴스1]

제20대 차기 대통령 선거를 1년여 앞둔 지난 3월 7일 서울 광화문 도심에서 바라본 청와대 모습. [뉴스1]

리셋코리아 조사 … 분권형 대통령 52% 찬성  

안 바꾸면 ‘윤석열 개 사과’ 등 자질론 대두

1987년 헌법을 이제는 고칠 때가 됐다는 국민 여론이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셋코리아 개헌 분과와 한국리서치의 최근 웹 여론조사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 3명 중 2명(66.5%)이 개헌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체로 국민 기본권 확대(63%) 쪽 의견이었지만 응답자의 절반(51.8%)은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분산하거나 견제할 필요가 있어서 찬성한다’고 답했다. 현행의 권한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대통령중심제를 선호하는 의견은 14.7%에 그쳤다. 대신 대통령 권한을 나누는 분권형 대통령제(53.2%)를 강하게 지지했으며 다수당에서 선출된 총리가 국정을 책임지는 의원내각제를 택한 이들도 5명 중 한 명(19.8%)꼴이었다.

정치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역대 의원들 조사에서 개헌론은 압도적 우위였다. 노무현 대통령 이래 대통령들도 개헌 주장을 하곤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개헌 시안을 발표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할 순 없으나 최고 책임자로서 국정 운영을 하며 ‘87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판단도 담겼다고 본다.

현실적 문제점도 두드러지고 있다. 민주화가 됐다는 데도 대통령 권력이 입법·사법부를 압박하는 수준을 넘어 청와대가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청와대 정부’까지 나아갔다. 이러다 보니 대통령 권력을 쥐느냐 여부가 생살여탈권의 문제가 됐고 진영 대결이 진영 전쟁으로 격화됐다.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이 아닌 대통령이 될 것 같은 사람들이 부상했다. 자질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유력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도 증가했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홍준표 후보의 비호감도는 60% 안팎이었다. 당선된들 누가 국민적 지지를 받겠나.

후보들로선 남 탓할 수 없다. 윤 후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발언이 긍정 평가로 받아들여져 크게 비판을 받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지만 자신의 캠프에서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올려 파문을 키웠다. 중도 성향의 지지자들도 “사과는 개나 주라는 뜻이냐”고 반발해 다시 “제 불찰”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과연 민심을 제대로 읽어낼 자질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장동 의혹을 받는 이재명 후보가 광주에 가서 ‘전두환 기념비’를 두 발로 밟곤 “윤 후보도 지나갔느냐. 존경하는 분이면 밟기가 어려웠을 텐데”라고 농담한 건 가볍기 그지없는 행동이었다.

비호감 후보들이 양산된다면 제도의 문제일 수 있다. 물론 개헌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된 건 아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논의해야 한다. 후보들도 디딤돌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