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염증 쓰나미 부르는 치명적 '패혈증', 기저질환 관리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1.10.2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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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사망 원인 10위 위험 ‘기-승-전-패혈증’이라는 말이 있다. 폐렴 환자, 암 환자, 수술 환자 할 것 없이 감염이 생기면 마지막엔 패혈증으로 귀결된다는 의미다. 대표 위험 질환으로 꼽힌다. 패혈증은 지난해 처음으로 통계청이 집계한 사망 원인 10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만큼 치명적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사망률이 두 배 이상 높아진 결과다. 주로 병원 입원환자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위험성은 일상에도 존재한다. 패혈증 환자 10명 중 2~4명은 병원 밖 환자다. 패혈증의 심각성과 주의점을 짚어봤다.

패혈증(敗血症)은 감염에 의해 전신적인 염증 반응이 발생해 결국 주요 장기의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피 속에 세균이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면서 장기들을 망가뜨린다. 사망률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신체 주요 장기들이 전반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무너진다. 고려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김선빈 교수는 “패혈증은 혈액에 있는 균이 여러 장기로 이동하면서 독소가 분비돼 각 장기를 파괴해 다발성 장기부전이 일어나는 질환”이라며 “제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60%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든타임 최대 6시간, 빨리 병원 가야

패혈증은 염증이나 급성 감염이 발생했을 때 원인균이나 염증 반응이 특정 장기나 부위에 국한하지 않고 몸 전체로 퍼져나간다. 한마디로 몸에 불어닥치는 쓰나미인 셈이다. 폐렴, 전립샘염·사구체신염 등 요로감염, 장염 등 소화기 감염이 주요 원인 질환으로 꼽힌다. 일반적인 염증이나 감염이 패혈증의 불씨로 작용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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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혈증이 진행되면 신체에는 급성 증상이 나타난다. 우선 38도 이상의 발열이 시작된다. 그리고 혈압이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는 염증 물질로 인해 말초 혈관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혈압이 떨어지면 혈액을 타고 체내 곳곳에 전달되는 산소의 양이 줄어들면서 심장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더 뛰게 되고 산소 부족으로 호흡도 평소보다 빨라진다. 상태가 지속하면 결국 의식까지 불투명해진다. 패혈증의 공통된 증상이다. 폐렴으로 인한 경우에는 기침·가래가 심해지고, 요로감염은 소변의 변색·빈뇨·잔뇨감, 장염으로 인한 패혈증에는 복통·설사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럴 때 패혈증 의심하세요
 → 체온 38도 이상, 혹은 36도 이하
 → 맥박 분당 90회 이상
 → 호흡 분당 24회 이상
 → 시간·장소·사람에 대한 인지력 상실
 → 구토·설사·마비 증상

※2가지 이상 해당하면 병원(응급실) 진료 필요

문제는 패혈증의 원인 질환과 증상이 겹쳐 구분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폐렴으로 인한 패혈증은 감기로 오인해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기 쉽다. 패혈증의 불씨는 삽시간에 번진다. 일정 시간이 지나 온몸으로 퍼진 이후에는 딱히 손쓸 수 없다. 병원에서는 이 골든타임을 최대 6시간으로 잡는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시혜진 교수는 “패혈증 진료 가이드라인에는 초기 발생 후 6시간 안에 치료를 시작해야 사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돼 있다”며 “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패혈증이 의심되면 최대한 빨리 병원에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며 “병원 내원 후 1시간 이내에 항생제 투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때 병원에서 치료받기만 하면 비교적 잘 치료된다. 김 교수는 “늦지 않게 병원에서 항생제를 투여하면 70~80%는 잘 조절된다”고 말했다.

기저질환 환자 하루 만에 사망도

패혈증은 중환자실에서는 가장 흔한 질환이다. 중증 질환으로 입원한 경우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그만큼 패혈증 위험에 노출돼 있어서다. 장기 이식 환자, 심장 질환자, 중증 호흡기 질환자, 암 환자를 비롯해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 많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건강한 사람은 감염이나 염증이 쉽게 패혈증으로 악화하진 않는다.

다만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는 다르다. 김 교수가 최근 접한 37세 패혈증 환자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평소 만성적으로 알코올을 섭취하는 환자였다. 약 50차례의 설사 증세로 응급실에 왔다. 내원 당시 환자는 패혈증이 완전히 진행된 상태였다. 그는 손쓸 새도 없이 내원 하루 만에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김 교수는 “그 환자의 경우 평소에 술을 많이 마셨던 만큼 간 손상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고 당시 검사에서 당뇨 전 단계인 것도 발견됐다. 특히 당뇨병인 경우 소변이 달콤해 세균이 더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라며 “젊은 환자라도 기저질환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다음은 철저한 위생 관리다. 원인 질환 자체를 막는 것이 환자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시 교수는 “패혈증 단계로 넘어가면 환자가 집에서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증상이 의심되면 최대한 빨리 가까운 병원에 가야 한다”며 “손 씻기, 손 소독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충분한 영양·수분 섭취로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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