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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만 방어’ 발언 논란에…백악관·국방부 진화 급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공격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 백악관·국방부가 22일(현지시간) 진화에 나섰다. 중국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지 말라”고 발끈했음은 물론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미국 볼티모어에서 열린 CNN 타운홀 미팅에서 “중국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했다. 그들을 따라잡을 것인가. 대만을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질의를 받고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에 앤더슨 쿠퍼 CNN 앵커가 “중국이 공격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답변한 것이냐”고 확인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다.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할 약속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발언은 중국만이 공인된 중국 정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은 중국 영토에서 양도할 수 없는 부분이며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격히 준수하고 ‘대만 독립’ 분리주의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 미·중 관계를 훼손하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22일 벨기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안보회의 참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안(중국·대만) 문제로 충돌이 일어나는 걸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바이든 대통령도 분명히 그렇지 않으며,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대만관계법, 미·중 3대 공동성명, 6대 보장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은 1972년·79년·82년 순차 합의한 3대 상하이 공동성명에 따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있다. 그간 미국은 대만과 공식 외교 관계를 맺지 않는 대신, 대만의 미래를 결정하는 모든 문제는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미국은 동시에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무기 수출을 허용함으로써 자력 방위를 돕고, 대만에 불리한 양안 협정을 지지하지도 않는다는 등 대만과의 관계에 관한 6대 보장 원칙을 세우고 있다. 미국의 이런 중국·대만 정책은 ‘전략적 모호성’이라고도 불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정례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발언은 모호하지 않았다. 의도적인 것이냐’는 질의를 받고 “대통령이 정책이 달라졌음을 전달할 의도도 없었고, 우리가 정책을 변경하기로 결정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렸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 대해선 단순 착오였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 이달 초 중국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침범 사태 때 “나는 시진핑 주석과 통화했다”며 “우리는 ‘대만 협정’을 준수하기로 동의했으며, 나는 그가 이를 준수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미·중 경쟁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점점 덜 모호해지는 방향으로 가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중국을 일부러 자극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지불식 간에 내심이 드러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ABC뉴스 인터뷰에서도 대만을 나토·한국 등 동맹국들과 동일 선상에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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