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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반정부 인사 석방 요구 했다고…에르도안, 미국 등 10개국 대사 추방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7) 터키 대통령이 미국 등 서방 10개국 대사들에게 추방령을 내렸다고 AP통신·CNN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북서부 에스키셰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는 외교부 장관에게 ‘10명의 대사에 대해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상 기피 인물)로 선언된 것을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라’고 지시했다”며 “그들이 터키를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날엔 그들이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접수국이 외교 사절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통보하면 파견국은 해당 인물을 자국으로 불러들이거나 공관 임무를 종료시켜야 한다. 때문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추방 명령이나 다름없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목한 이들은 데이비드 새터필드 미국 대사와 프랑스·독일·네덜란드·캐나다·덴마크·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뉴질랜드 대사다. 이들은 지난 18일 반정부 활동으로 4년째 수감 중인 인권 운동가이자 자선 사업가 오스만 카발라(64)의 석방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지난해 카발라에 대한 무죄 판결에도 새로운 사건이 추가되는 등 재판이 지연되면서 터키 사법 시스템의 민주주의·법치·투명성에 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발라는 2013년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해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2016년 추가된 쿠데타 미수 혐의로 장기간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2019년 “범죄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았으므로 석방하라”고 결정했지만, 터키 정부는 거부하고 있다.

터키 외교부는 “이들 나라가 사법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거부한다”고 반발했다. 터키 외교부는 지난 19일 대사들을 초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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