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통령, 美 포함 서방 10개국 대사 내쫓았다…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2021.10.24 18:23

업데이트 2021.10.24 18:31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AP=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AP=연합뉴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7) 대통령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10개국 대사들에게 추방령을 내렸다고 23일(현지시간) AP통신ㆍ미 CNN 방송이 보도했다.

인권 운동가 카발라 석방 성명에 발끈
에르도안 "터키 이해 못 하면 떠나야"

매체들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북서부 에스키셰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는 외교부 장관에게 ‘10명의 대사에 대해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ㆍ외교상 기피인물)로 선언된 것을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이 터키를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날엔 그들이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접수국이 외교 사절을 외교상 기피 인물인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통보하면 파견국은 해당 인물을 자국으로 불러들이거나 공관 임무를 종료시켜야 한다. 때문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추방 명령이나 다름없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목한 이들은 데이비드 새터필드 미국 대사를 비롯해 프랑스ㆍ독일ㆍ네덜란드ㆍ캐나다ㆍ덴마크ㆍ스웨덴ㆍ핀란드ㆍ노르웨이ㆍ뉴질랜드 대사로 서방 10개국 대사들이다.

이들은 지난 18일 반정부 활동으로 4년째 수감 중인 인권 운동가이자 자선 사업가 오스만 카발라(64)의 석방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지난해 카발라에 대한 무죄 판결에도 새로운 사건이 추가되는 등 재판이 지연되면서 터키 사법 시스템의 민주주의, 법치, 투명성에 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며 “터키에 카발라 긴급 석방을 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카발라는 2013년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해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2016년 추가된 쿠데타 미수 혐의로 장기간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2019년 유럽인권재판소는 “카발라의 투옥은 그를 침묵시키기 위한 조치였다”며 “범죄의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았으므로 석방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터키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터키 외교부는 “공동성명은 무책임하다”며 “이들 나라가 사법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거부한다”고 반발했다. 터키 외교부는 지난 19일 대사들을 초치했다.

터키의 인권운동가이자 자선사업가인 오스만 카발라. 2021. [AFP=연합뉴스]

터키의 인권운동가이자 자선사업가인 오스만 카발라. 2021. [AFP=연합뉴스]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런 보도를 인지하고 있으며, 터키 외교부에 명확한 설명을 요청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미 대사의 경우 후임자 제프 플레이크 대사에 대한 상원 외교위원회의 승인이 난 상황이다. 노르웨이·덴마크·뉴질랜드 외교부도 아직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로이터에 답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일단 초강수를 던져놓고 실행은 미루면서 단계적 조치를 취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교적 파장이 커질 수 있어서다.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10명의 대사를 추방한 것은 터키 정부의 권위주의적 경향을 드러낸 것”이라며 “우리는 겁먹지 않을 것이다. 오스만 카발라에게 자유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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