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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LPGA 투어 200승...주인공은 고진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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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뉴스1]

고진영. [뉴스1]

한국 여자 골프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00승 금자탑을 쌓았다.

고진영(26)은 24일 부산 기장군 LPGA 인터내셔널 부산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일 8언더파 64타, 합계 22언더파로 임희정(21)과 벌인 연장전 첫 홀 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한국은 1988년 3월 구옥희가 스탠다드 레지스터 클래식에서 우승한 이래 33년 만에 48명이 함께 200승(메이저 34승)을 합작했다. 리디아 고(뉴질랜드), 미셸 위(미국) 등 한국계 선수를 제외하고, 순수 한국 선수들이 한 우승이다.

박세리가 25승, 박인비가 21승을 기록했다. 김세영이 12승, 신지애와 고진영이 11승을 했다. 통산 상금으론 박인비가 1783만9030 달러(약 210억원)로 박세리(1258만3713 달러·147억원)보다 많다.

박인비는 메이저 우승(7승)이 한국 선수 중 가장 많다. 2013년엔 3연속 메이저 우승을 했고, 유일하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했다.

총 28개국 선수들이 여자 골프의 메이저리그인 LPGA 투어에서 우승했다. 미국 선수들이 1527승을 했다. 한국이 200승, 스웨덴이 118승, 호주가 85승. 일본이 51승으로 뒤를 잇는다.

챔피언조에서 경기하고 있는 임희정(왼쪽)과 고진영. [사진 KLPGA]

챔피언조에서 경기하고 있는 임희정(왼쪽)과 고진영. [사진 KLPGA]

21세기 들어선 한국이 미국에 앞선다. 한국 선수들은 2015년, 2017년, 2019년 15승씩을 합작했다. 또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최다승 국가다. 세계 랭킹 1위를 경험한 한국 선수는 신지애·박인비·유소연·박성현·고진영이다.

서울 아시안게임이 열리던 1986년 일본에서 활동하던 구옥희는 미국으로 건너가 LPGA 투어 Q스쿨 공동 10위로 통과했다.

서울 올림픽이 열린 88년 구옥희는 스탠더드 레지스터 클래식에서 한국 선수론 처음으로 L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6년 후 고우순은 일본에서 열린 LPGA 투어 도레이 저팬 퀸스컵에서 우승, 한국의 첫 비회원 LPGA 투어 우승자가 됐다. 이듬해 고우순은 같은 대회에서 다시 우승해 첫 다승, 첫 타이틀 방어 한국 선수가 됐다.

98년 5월 박세리는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한국선수의 첫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다.

박세리는 두 달 후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우승하면서 한국에서 골프를 인기스포츠로 만들었다. 박세리의 라이벌이었던 김미현은 이듬해 스테이트 팜 레일 클래식에서 한국의 10승 고지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2006년 김주미는 한국선수 통산 50승 주인공이 됐다. 88년 첫 우승에서 100승(2012년 유소연·제이미 파 톨레도 클래식)을 거두기까지는 24년이 걸렸다.

그러나 100승에서 200승으로 향하는 시간은 9년으로 줄었다. 한국 선수들은 1980년대 1승, 90년대 12승, 2000년대 71승, 2010년대 103승을 거뒀다.

2020년대 한국은 13승으로 2010년대에 비해 연도별 평균 우승이 줄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대회 참가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한국 선수들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한 이유다.

미국 선수들이 부활하고 있고 태국 등 동남아시아 선수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 반면 요즘 한국에선 LPGA 투어에 가려는 선수가 많지 않다.

국내 투어(KLPGA)의 활성화라는 빛과, 선수들의 도전의식이 줄었다는 그늘, 양면성을 보여준다.

200승 금자탑의 주인공을 가리긴 쉽지 않았다. 고진영은 4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임희정을 8번 홀에서 따라잡았고 12번 홀에서 뒤집었다. 이때까지 3연속 버디를 두 번 하는 등 7타를 줄였다.

‘사막여우’라는 별명이 붙은 임희정은 여자 골프 최고의 멘탈이라는 평가를 받는 고진영의 줄버디에도 주눅 들지 않았다.

임희정은 15번 홀에서 다시 뒤집었고 17번 홀에서 이를 굳히는 듯 했다. 그러나 고진영이 러프에서 붙여 버디를 잡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고진영은 연장전 첫 홀에서 하이브리드로 친 두번째 샷을 핀 50cm 옆에 붙여 마침표를 찍었다.

임희정. [사진 KLPGA]

임희정. [사진 KLPGA]

임희정은 이번 대회에서 보기를 하나도 하지 않는 완벽한 경기를 했다. 그러면서 대회 최소타 기록 3개를 만들었다. 36홀 133타(11언더파), 54홀까지 198타(18언더파), 72홀 266타(22언더파)다. 그러나 우승은 못 했다.

고진영은 대회 1라운드에서 71타에 그쳤다. 만약 60대 타수를 쳤다면 LPGA 투어 첫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였다. 2005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이 세운 기록을 깰 수 있었다.

실망이 컸지만 고진영은 2라운드에서 대회 최저타 타이인 8언더파 64타를 치면서 살아났다. 그는 “60대 타수를 쳤던 지난 석 달 내 스윙은 20점 정도였다. 오늘은 100점이며 이 샷감을 유지하고 집중하면 더 큰 기록을 세워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고진영은 3라운드에서도 5타를 줄이고 마지막 날 8타를 줄였으며 프로 들어 벌인 첫 연장전도 승리로 이끌어 200승 금자탑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올 하반기엔 고진영의 고군분투다. 한국의 197~200승을 모두 고진영이 해냈다. 7월 열린 발룬티어스오브 아메리카 클래식과 9월 열린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10월 열린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이다.

고진영은 두 개 대회 연속 우승, 시즌 4승으로 다승 선두가 됐다. 또한 넬리 코다(미국)를 끌어내리고 세계랭킹 1위에 복귀한다. 고진영은 총 112주 세계랭킹 1위에 머물렀는데. 이는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158주에 다음으로 긴 세계랭킹 1위에 기록이다.

안니카 소렌스탐의 전성기에는 세계 랭킹이 없었다.

고진영은 또 LPGA 투어의 레이스 투 더 CME 글로브에서도 코다를 제치고 선두가 됐다.

고진영은 “선두와 4타 차였고 희정이가 워낙 기본기가 좋은 선수라 열심히 하면 2등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쳤는데 운이 좋았다. 희정이가 이번 대회 우승해서 미국에 가려한 것으로 알고 있고, 미국에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고 했다.

부산=성호준 골프전문기자, 김지한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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