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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If, 내가 만약 국감에 나간 카카오 창업자였다면?

중앙일보

입력 2021.10.24 13:45

업데이트 2021.10.24 13:50

팩플레터 158호, 2021.10.22

Today's Topic
If, 내가 만약 카카오 창업자라면?

팩플레터158호

팩플레터158호

안녕하세요.
'금요 팩플' 설문 언박싱입니다! 지난 화요일엔, 플랫폼 국감 중간 점검을 위한 뉴스레터를 보내드렸는데요. 21일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장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나란이 등판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전해드리기 전에 21일 국감을 지켜본 유부혁 기자의 후기를 먼저 전해 드립니다.

“국내를 네이버 카카오가 독점하고 있다기보다 해외 업체가 들어와 시장을 잠식하고 있고, 이들과 경쟁에서 (국내 기업은) 시장을 빼앗기고 버거워하는 상황입니다.”

3년만에 국감에 증인으로 나온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는 한국의 규제 강도를 묻는 질문(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받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탐욕과 독점의 상징으로 몰린 최근 상황에 대한 그의 아쉬움 혹은 서운함을 드러낸 장면 아닌가 싶습니다.

올해 주요 IT기업 리더들이 국감에 불려나온 상황을 보며 ‘국감 흥행을 위한 호출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는데요. 21일 과방위 국감은 조금 달랐습니다. 질책은 여전히 많았지만, 창업자들도 할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있더라고요. 앞선 두 번의 국감(정무위・산자위)에서 쏟아지는 질의에 24회에 걸쳐 반복 사과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이날은 “(플랫폼의)다양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그간의 비판에 반박할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 21일 국감현장이 궁금하시면 [팩플] 국감 마침표 찍은 이해진·김범수, 핵심 5문 5답 기사)

이토록 떠들썩했던 ‘플랫폼 국감’을 팩플답게 곱씹어보는 방법으로 팩플팀은 여러분께 ‘김범수 의장 되어보기’를 제안했습니다. 단일 기업인으로는 드물게 3번이나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 의장으로부터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는지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또, 김 의장이 미처 다 못한 말은 무엇이었을지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고요. 특히 저희와 플랫폼 이슈를 꾸준히 살펴 온 팩플레터 구독자들이라면, 이런 질문에 어쩌면 김 의장보다 더 잘 답할 수 있겠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과가 어땠을까요? 두근두근~ 언박싱의 시간!
여러분이 보내주신 답변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김 의장이 썼나 싶을만큼😀 생생하고 날카로운 명문이 쏟아졌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팩플 설문에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그럼 이제 설문 결과를 보러 가실까요!

지난 팩플레터(10월 18일)에선, 플랫폼 국감을 차근차근 뜯어봤어요. 그리고 만약, 여러분이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라면 국회의원의 질문에 어떻게 답하실지를 여쭤봤죠. 👉어서와, 플랫폼 국감은 처음이지?

가상의 상황에, 주관식임에도 불구하고 총 57분의 구독자께서 정성껏 답해주셨습니다. 의원들의 질문은 ‘카카오의 사업모델은 정당하고 정의로운가’, ‘카카오는 너무 쉽게 돈을 버는 것 아닌가’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우선 구독자 분들의 답변을 ‘유형별’로 분류해 봤어요. 적극 반론을 펴거나, 애매하게 올바른 답변을 하거나, 오히려 공격적으로 반박하거나, 그도 아니면 고분고분 반성하는 모드 등 총 4개 유형이었습니다.

팩플레터1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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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의 응답자는 ‘반론’을 제기했어요. 치열한 경쟁, 정당한 비지니스 모델, 소비자 편의, 모바일 전환 같은 키워드를 통해 카카오의 사업모델이 혁신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죠. 이어 32%는 ‘예상치 못한 갈등’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상생구조를 만들기 위해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중도적 답변을 했어요. 정의로운지에 대한 건 가치 판단의 영역이라고 지적하기도 했구요.

이어 응답자의 22% 공격적으로 의원들의 질문을 받아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우린 기업이다’, ‘의원들이 너무 쉽게 법만드는 거 아니냐’, ‘사업모델의 정의로움은 누가 정하나’, ‘외국 플랫폼에게 자리를 다 내주자는 말이냐’ 같은 내용으로 반박했죠.

마지막으로 12%반성ㆍ회피형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죄송하고, 송구하다’고 답하는 게 상책이라는 의견이었죠. ‘지배력 남용을 인정하고 재정비하겠다’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구독자들께서 제안한 답을 유형별로 아래와 같이 재구성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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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는 '공격형'이나 '반론형' 답변이겠지만, 현실에선 아마도 중도형 혹은 반성형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겠죠? 실제로 국감에 출석한 카카오 계열사 대표들은 초반 국감(10월 1일 문체위 국감,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에선 적극적으로 반론을 펴고 의견을 개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송구하다', '반성한다' 같은 단어를 쓰는 빈도가 늘었습니다. 김범수 의장은 계열사 대표보다는 중도적인 답을 많이 내놨구요.

실제 독자님들이 주신 의견 원문을 좀 소개해 드릴께요.

[반론형]
● 혁신은 사용하는데 불편하고, 불합리한 부분을 힘들어도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서 시작한다. 불편함을 알면서도 그냥 사용하도록 방치하는게 오만. 오만함을 인지하고 개선하는 게 혁신의 시작.
● 발명·혁신과 정당함·정의로움은 전혀 연관되지 않은 내용이다. 혁신적인 사기 기법을 발명했다고 그 사기 행위가 정당할 수 없고, 삶에 이로운 행위라면 혁신적이지 않더라도 정당한 행위일 것이다…(중략)… 국내에서 독과점을 통해서 돈을 벌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사업모델의 정당성·정의성이 의심받을 정도는 아니다.
● 플랫폼 사업의 모델은 소비자와 생산자를 중개하는, 쉽게 말해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카카오는 그걸 비지니스 모델로 구현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모델에 대한 정당성보다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의 정당성이 더 중요한 문제다.

[중도형]
● 완벽하게 정당하고 정의롭지도, 또 완전히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기술 개발의 측면에서는 새롭지 않을 수 있지만, 카카오는 대한민국 이용자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변화시켜왔습니다.
● 메신저라는 시스템은 전혀 새롭지 않지만, 카카오는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로 재탄생했습니다. 이는 '카카오 직원들이 매일 같이 고군분투하며 만들어낸 결과물이고, 지금 카카오 직원들은 이 순간에도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수백번의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제가 저의 서비스를 정당하지 못한다고 말씀 드리면, 그 동안 직원들의 수고 또한 정당하지 못한 것이 됩니다.
● 카카오는 국가가 아니고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정의로워야 하는 지에 대한 가치판단은 구성원들 모두와 고민해봐야 하는 사안입니다.다만, 대한민국의 사랑을 받고 성장한 기업인 만큼 이용자와 국민들이 불편해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개선해나갈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또 카카오의 혁신성이 발휘될 부분일 것입니다.
● 카카오의 비즈니스 모델은 편리한 생활속에서 사람을 이롭게 하는 기술입니다.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만, 플랫폼 기술개발을 통해 혁신 일자리 창출과 소상공인에 대한 상생협력 플랫폼을 좀 더 적극적으로 마련하여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사업을 다시 되새겨 보겠습니다.

[공격형]
● 카카오가 정당하고 정의롭지 않은거면 카카오를 때려잡고, 구글과 페이스북, 우버, 텐센트에게 모든 플랫폼을 내주면 되겠군요. 금융회사 CEO까지 지낸 여당 국회의원의 경제인식이 이 정도라니 참 놀랍고 참담합니다. 카카오를 떠나서 대한민국의 앞날이 너무 걱정입니다.
● 사업을 하는 목적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며, 불법도 아닌데 사업모델이 정당하고 정의로운지라고 묻는 질문 자체가 잘못된것 같습니다.
● 의원님이 말씀하시는 정의가 무엇입니까? 처음 개척자 외 아무도 시장에 뛰어들  못하고, 그게 혁신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 정의입니까?
● 사업 한 번 안해 본 국회의원님이 말씀하실건 아닌것 같습니다. 쉽게 돈번다고 생각하시면 의원님이 카카오 차려보시죠

[반성ㆍ회피형]
● 죄송합니다. 시장 잠식과 빠른 수익 창출에 눈멀어 가장 쉬운 생활/편의 시장으로 손 뻗었습니다. 플랫폼의 역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빠르게 재정비 하겠습니다.
● 시장지배력의 남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시장 개척과 새로운 ICT 기술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플랫폼 가입자와 이용자의 권익도 보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합니다.

시끌벅적하게 ‘플랫폼 국감’을 치른 국회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도 드렸는데요. 10점 만점에 평균 3.3점이 나왔어요. 묘하게 플랫폼 vs. 전문직 논란에 휘말린 세무 인공지능 스타트업 '삼쩜삼'이 떠오르는 숫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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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5점 이하의 점수를 주신 분들이 전체의 85%를 차지했습니다. 왜 이렇게 점수를 박하게 주신 걸까요? 응답자들께서 남겨주신 소감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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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플랫폼의 영향력을 감안해 국감 필요성은 공감한다는 글도 있었지만, 국회의원들의 ‘질의 내용’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CEO들의 중복 출석과 중복 질의를 지적한 분들도 많았어요. 국감을 통해 플랫폼이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통감하고 구체적인 대안과 방향을 모색하길 바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오늘 팩플언박싱, 흥미로우셨나요?
팩플은 여러분의 성장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저희는 다음 화요일에 다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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