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면 세금 줄줄…트럼프 아들도 비판한 바이든 백악관 탈출

중앙일보

입력 2021.10.24 10:56

업데이트 2021.10.24 12:15

지난달 1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는 주말 휴일을 맞아 델라웨어 레호보스 비치 별장을 찾아 자전거를 즐겼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는 주말 휴일을 맞아 델라웨어 레호보스 비치 별장을 찾아 자전거를 즐겼다.[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108일, 트럼프 70일, 오바마 40일, 조지 W 부시 84일.

미국 대통령들이 취임 후 첫 276일 동안 백악관을 떠나 자택이나 별장 등에서 보낸 시간이다.
전·현직 대통령들의 공개 일정을 분석한 결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자들보다 주말을 자택 등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많았다고 CNN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백악관 밖에서의 108일 가운데 69일은 윌밍턴의 자택, 7일은 델라웨어 레호보스 비치의 별장, 32일은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보냈다.

차로 두 시간 거리인 윌밍턴 자택은 헬기를 타면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백악관 사우스론에선 금요일 저녁에 이륙하고, 월요일 아침이면 착륙하는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유인 플로리다 마러라고나 뉴저지 베드민스터 리조트를 자주 찾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매사추세츠에 있는 휴양지 마서스 비니어드로 휴가를 다녀온 것 말고는 대부분 휴일을 캠프 데이비드에서 보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의 크로포드 목장이나 프레리 채플 목장이 단골 방문장소였다.

미국 대통령이 주말에 백악관을 떠나 휴식을 취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백악관 본관 2, 3층에 마련된 관저는 비서관들이 일하고 있는 웨스트윙과 맞닿아 있어 일과 업무가 분리되기 힘들다.
북쪽 마당인 노스론에는 항상 기자들이 돌아다니고, 코로나19 전에는 미리 신청한 관광객들까지 백악관 내로 들어왔기 때문에 사생활이 완전히 보장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바로 길 건너 라파예트 광장에는 거의 매주 여러 이슈로 시위대가 찾아온다. 베트남전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 내외는 백악관저 침실에서까지 시위대의 구호를 들어야 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 때문에 백악관을 두고 트루먼 전 대통령은 "위대한 백색 감옥", 미셸 오바마는 "정말 멋진 교도소"라고 부르기도 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가 윌밍턴 자택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 백악관을 나와 전용헬기인 마린원 탑승장으로 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가 윌밍턴 자택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 백악관을 나와 전용헬기인 마린원 탑승장으로 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취임 후 비슷한 심정을 토로한 적이 있다.
지난 2월 CNN 타운홀 행사 자리에서 그는 백악관을 '금박 입힌 새장'에 비유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질 바이든 여사를 보며 "우리가 대체 어디 있는 거냐"며 농담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백악관을 비운 사이 중요한 사건들이 터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생겼다.
지난 8월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탈레반이 순식간에 점령했을 때도 바이든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이 광경을 지켜봤다.

비판 여론을 의식해선지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여행하는 곳이면 어디든 안전한 통신 장비, 시설로 원격 업무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해외에 있든, 윌밍턴 자택처럼 가까운 곳에 있든 업무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비용이다.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날 때마다 상당한 액수의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는 게 비밀경호국 출신 CNN 애널리스트 조너선 워크로우의 지적이다.

일단 대통령의 행선지에 보안이 되는 통신 장비를 깔아야 하고, 경호 요원과 기술 전문가가 동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지에선 소방과 응급의료 요원이 대기해야 하고, 전용 헬기나 비행기, 자동차의 운용 비용도 만만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7월 스코틀랜드에 자신이 소유한 골프리조트를 찾아 골프를 즐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7월 스코틀랜드에 자신이 소유한 골프리조트를 찾아 골프를 즐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역시 주말에 자주 백악관을 비웠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잦은 골프장 출입으로도 구설에 올랐다.

CNN에 따르면 취임 후 첫 275일 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12번 골프장에 갔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기간 무려 75일이나 골프장을 찾았다.

이 때문에 임기 내내 민주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는데, 이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탈출'이 상대 진영의 공격 대상이 됐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지난 19일 폭스뉴스에 출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는 미국의 물류 공급망 사태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아프간 사태나 국경 문제 등 위기가 생길 때마다 바이든은 백악관을 비우고 없다. 도대체 다들 어디 있는 거냐"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역시 이런 바이든의 주말 행보를 비판적으로 조명했다.

텔레그래프는 23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7~10월 평균 지지율이 44.7%(갤럽 기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2차대전 이후 집권한 11명의 미국 대통령 중 최악의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보통 취임 후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 인기가 어느 정도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취임 직후 3개월간 평균 56%였던 지지율이 이 정도로 떨어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이야기다.

텔레그래프는 국토안보부가 레호보스 비치의 바이든 별장 주변에 45만5000달러를 들여 안전 펜스를 설치할 계획임을 전하며 "대통령이 앞으로 그곳에 더 자주 들르게 된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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