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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하러 갔다가 "아차~" 바다에 갇혀버린 車 속출, 무슨 일[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1일 오후 3시10분쯤 보령해양경찰서 상황실. “오천항에서 차량이 바닷물에 침수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보령해경 오천파출소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오천항 경사면에 주차된 차량은 이미 침수가 시작됐다. 경찰관들이 차량에 남겨진 휴대전화번호로 연결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경찰관들이 출항한 선박의 승선명단을 확인, 차량 소유자의 일행을 통해서야 겨우 상황을 전달할 수 있었다.

낚시철 관광객 몰리면서 피해 잇따라 

낚시철에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의 영향으로 서해안을 찾는 낚시객과 관광객이 늘면서 바닷가 차량 침수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충남 서해안은 조석 간만의 차가 큰 데다 대조기(사리를 전후해 3~4일간 해수면이 높아지는 시기) 때는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최고 7m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충남 보령시 오천항 부두에 주차된 차량이 바닷물에 잠기고 있다. [사진 보령해경]

충남 보령시 오천항 부두에 주차된 차량이 바닷물에 잠기고 있다. [사진 보령해경]

해경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안내방송과 현장순찰을 통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지만, 침수 신고는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다. 보령해경 관할인 충남 보령·서천·홍성 지역에서는 10월 들어 18일까지 모두 12건의 차량 침수사고가 접수됐다. 신고 시간도 새벽부터 밤까지 가리지 않는다.

최근에는 막바지 주꾸미잡이로 주말마다 각 항·포구마다 주차 전쟁이 벌어지면서 마땅한 공간을 찾지 못한 낚시객이 마을 골목은 물론 일반 주택 문 앞에 주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는 해안가 저지대나 물양장(바다와 인접한 경사면의 부두시설)에 차를 놓고 낚시를 나가기도 한다.

일부 차주, 연락처 남기지 않았다 속수무책 

한 번 낚시를 나가면 돌아오는 시간까지 10시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차량이 침수되면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일부 낚시객은 차량에 연락처를 남겨 놓지 않아 해경이 차량 유실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유리를 깨고 견인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충남 태안군 고남면 영목항에 주차된 승합차가 만조 때 밀려드는 바닷물에 잠기고 있다. 신진호 기자

충남 태안군 고남면 영목항에 주차된 승합차가 만조 때 밀려드는 바닷물에 잠기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14일 오전 7시쯤에는 오천항에서 차량 3대가 한꺼번에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관들이 차량 소유주에게 전화를 걸어 견인 사실을 알린 뒤 차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지만, 침수 피해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들 모두 차량을 주차한 뒤 이른 새벽 낚시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방파제 낚시하다 밀물시간 놓쳐 침수 피해

먼바다로 낚시를 가는 관광객은 물론 해안가에서 여가를 즐기다가 피해를 보기도 한다. 지난 4월 14일 오전 2시쯤 50대 남성은 바다 낚시를 하기 위해 충남 홍성군 궁리항을 찾았다. 선착장 경사면에 차량을 주차한 남성은 낚싯대를 들고 방파제로 이동했다. 당시는 밀물이 들어오는 시간이었는데 남성은 이런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대조기였던 지난해 10월 2일 충남 보령시 오천항 선착장에서 SUV 차량이 불어난 바닷물에 침수돼 출동한 해경이 견인하고 있다. [사진 보령해경]

대조기였던 지난해 10월 2일 충남 보령시 오천항 선착장에서 SUV 차량이 불어난 바닷물에 침수돼 출동한 해경이 견인하고 있다. [사진 보령해경]

1시간30분 뒤인 오전 3시30분쯤 낚시를 하던 남성은 선착장 쪽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차량이 바닷물에 잠긴 모습을 확인했다. 남성이 선착장으로 달려가 차량을 이동시키려고 했지만, 바퀴가 선착장 방지턱에 걸려 자칫 바닷속으로 추락할 수 있는 위험에 빠졌다. 결국 이 남성은 해경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 3월 23일 충남 서천군에서는 썰물 때 갯벌로 들어갔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운전자는 자리를 피해 화를 면했지만, 차량은 바퀴까지 바닷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운전자는 물때를 확인하지 않고 차량을 몰고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 "지정된 구역 주차, 반드시 물때 확인" 

보령해경은 대조기 때마다 연안 사고가 반복할 것에 대비, 파출소 전광판 등을 통해 안전정보를 제공하고 항·포구와 해안가 저지대 순찰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달 충남 보령시 오천항에 주차된 차량이 밀물에 침수되자 출동한 해경이 차를 견인하기 위해 바퀴에 줄을 연결하고 있다. [사진 보령해경]

지난달 충남 보령시 오천항에 주차된 차량이 밀물에 침수되자 출동한 해경이 차를 견인하기 위해 바퀴에 줄을 연결하고 있다. [사진 보령해경]

보령해경 관계자는 “바닷가를 찾을 때는 반드시 지정된 구역에 차량을 주차하고 안전수칙을 지키면서 여가를 즐겨달라”며 “배를 타고 연안으로 나가는 경우는 반드시 물때를 확인하고 차량에 연락처를 남겨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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