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라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놓고 청와대와 당내 일각에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송 대표는 지난 1주일간 4차례 ‘정권교체론’을 반복했지만, 청와대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9일 한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과는 다 이어가면서 혹시나 부족했던 점이나 더 발전될 것이 있으면 발전하는 정부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얘기하신 것으로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여권에선 “‘다른 정당의 집권’을 의미하는 정권교체론에 공개적으로 선을 그은 말에는 청와대의 불편한 기류가 내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여권 인사는 2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가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층을 비롯해 전체 여권을 끌어안아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여당 대표가 현직 대통령을 지지하는 진영을 자극할 수도 있는 메시지를 낸 상황”이라며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청와대는 여권 내 분열 가능성을 민감하게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실제 송 대표 발언 후 민주당 당원 게시판엔 “민주당은 국짐(국민의힘)이랑 원팀이냐”는 항의글이 빗발치기도 했다.
이재명 캠프의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문재인 정부를 넘어선다는 메시지는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대선 캠프가 ‘원팀’으로 꾸려진 뒤에 나와도 됐을 메시지가 다소 급하게 나온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2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권교체냐, 정권계승이냐 재창출이냐라는 문제는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송 대표의 발언은)개선과 혁신의 관점에서 이야기했을 거라고 이해하고 싶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다만 ‘송 대표의 발언이 약간 나간 발언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윤 의원은 오랫동안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해온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송 대표는 22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정권교체라는 말이 파문을 불러왔다’는 질문을 받자 “김대중 대통령을 계승하되, 노무현 정권은 또 새로운 정권이지 그냥 김대중 정권의 연장으로 볼 수 없는 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부동산 정책 같은 경우 미흡한 점이 많았고, 소득주도성장도 취지는 좋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논란 같은 게 있었다. 이런 미흡한 점들을 잘 보완시켜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부동산과 소득주도 성장을 꼽기도 했다.
청와대 인사들은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의 회동 이후 문 대통령과의 면담까지 이뤄진 뒤 대선을 앞둔 당내 통합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앞둔 일련의 흐름과 관련해선 “이 후보와 문 대통령 사이에 ‘대선 승리를 위한 전임 정권과의 차별화’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시작된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