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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도 포기한 기업분할명령, 과기부에 도입? 여당 법안 발의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회사의 분할과 보유주식 처분 등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카카오‧네이버‧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을 겨냥해서다.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도 기업분할명령 도입을 주장했다가 “도입 때의 비용이 너무 크다”며 물러선 적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플랫폼 때리다…기업쪼개는 법 발의

24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준호 민주당 의원 등 11인은 지난달 29일 이른바 ‘시장구조개선 명령’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오픈마켓,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플랫폼이 공정한 경쟁이나 이용자 이익을 해친다고 인정될 경우 과기부 장관이 시장구조 개선을 명령할 수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시장구조 개선에는 회사의 분할, 보유 주식 전부 또는 일부의 처분, 영업 양도 등이 포함됐다. 조직 운영이나 분리도 이 명령을 통해 할 수 있게끔 했다. 예컨대 과기부 장관이 명령을 발동해 플랫폼 대표에게 계열사 지분을 전부 처분 또는 분리하라고 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따라야만 하는 식이다. 이를 어겼을 때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벌칙 조항도 규정했다.

단, 매출액‧이용자 수‧시장점유율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에 해당하는 플랫폼 사업자만을 대상으로 했다. 이에 대해 한준호 의원실 관계자는 “당론이 반영됐다거나 꼭 통과시키기 위해 발의한 법안은 아니다”면서 “미국에서도 플랫폼 독점을 막기 위한 유사 법안이 이미 발의되는 등 기업 분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은 맞다”고 말했다.

TF 꾸렸던 김상조 “사회적 비용 크다”

앞서 기업분할명령 도입을 공론화했던 건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다. 김 전 위원장은 2017년 인사청문회에서부터 “계열 분리‧기업분할명령제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원장 임명 직후 공정거래법 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도입을 검토하기까지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 TF' 중간 보고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 TF' 중간 보고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2018년 TF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서둘러서 논의하고 도입할 만큼 우선순위가 높지는 않다”며 “우리 현실에서 언제 어떻게 도입할 건지에 대한 이견이 너무 많고 경제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마저도 경쟁당국인 공정위에 권한을 도입하는 게 전제였다.

공정위도 “한국, 그 수준 아냐”

최근 미국에서 온라인 플랫폼 반독점법이 하원 법사위를 통과했다. 이 법안에 기업분할명령 제도가 포함됐지만 내용의 급진성 때문에 본회의 상정에 논란을 겪고 있다. 공정위는 미국 수준의 제재에 대해 “한국은 플랫폼 기업이 미국만큼의 독점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소 규제 원칙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카카오나 쿠팡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한 일정 수준의 제재는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기업분할 명령은 우리 공정거래법에도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그야말로 극단적인 조치다. 관련 규정이 이미 있는 미국도 30년 이상 적용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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