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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잘못 써 1억6000짜리 아파트 16억 낙찰…황당 실수 최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단지 공인중개소 [뉴스1]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단지 공인중개소 [뉴스1]

법원 경매시장에서 황당한 실수가 속출하고 있다. 입찰표에 ‘0’을 하나 더 적어 원하는 가격보다 열 배 높은 가격에 낙찰받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1억짜리 땅을 10억원에 응찰하는 식이다. 잔금을 내지 않으면 매수를 포기할 수 있지만 입찰보증금을 몽땅 날린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몇몇 단지에서 감정가 10배 가격에 낙찰받는 사례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23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8일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전남 무안군 근화베아채 아파트 전용면적 59㎡(4층)가 감정가 16억4580만원에 낙찰됐다. 최저 입찰가인 감정가 1억6400만원의 약 10배(낙찰가율 1003.50%) 값이다.

시세와 비교해도 낙찰가가 현저하게 높다. 이 단지 같은 면적은 같은 달 최대 2억원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도 2억원 안팎이다. 눈에 띄는 개발 호재도 없는데 낙찰가는 서울 강남권 소형 아파트 수준이다. 강남구 대치효성아파트 전용 59㎡ 매물의 현재 호가가 16억원이다.

업계에서는 낙찰자가 입찰가를 잘못 써낸 것으로 판단한다. 경매 절차가 수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수로 응찰 가격에 0을 하나 더 붙이는 일이 종종 있다는 설명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들어 낙찰가율 1000% 이상으로 낙찰된 사건은 24건에 달한다. 대부분이 입찰가 오기입이었다.

지난 5월에도 강남구 청담동 삼성청담 아파트 전용 86㎡가 감정가 12억6000만원 10배인 126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낙찰자가 결국 잔금을 치르지 않아 재입찰이 이뤄졌다. 이 경매 물건은 3개월 뒤 다른 응찰자가 13억8699만원에 낙찰받았다.

실수가 명백하더라도 매각을 취소하긴 어렵다. 낙찰자가 법원에 매각 불허가를 요청해야 하는데, 법원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지 않다. 잘못 기입한 가격으로 사거나, 입찰보증금 10%를 물고 매수를 포기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나 사안별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오기에 의한 낙찰자의 매각 불허가 신청은 기각이 원칙”이라며 “순간의 실수로 수천만원을 손해 보지 않으려면 집에서 미리 입찰표를 작성해 보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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