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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은 내던지고 '삼멘' 외친 개미는 줍줍...삼전 동상이몽

중앙일보

입력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를 두고 동학 개미(국내 개인투자자)와 기관·외국인의 선택이 완전히 엇갈렸다. 50일간 기관과 외국인은 2조3000원 어치 매물을 던졌고 개인투자자가 홀로 이를 받아냈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오가는 모습. 뉴스1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를 두고 동학 개미(국내 개인투자자)와 기관·외국인의 선택이 완전히 엇갈렸다. 50일간 기관과 외국인은 2조3000원 어치 매물을 던졌고 개인투자자가 홀로 이를 받아냈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오가는 모습. 뉴스1

직장인 이모(34)씨는 지난달부터 월급을 받으면 삼성전자를 10~20주씩 사서 모으고 있다. ‘7만 전자(7만원+삼성전자)’가 무너진 지난주에도 이 씨는 삼성전자 20주를 추가 매수했다. 그는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많이 내려갔지만, 실적도 나쁘지 않고 배당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연말까지는 꾸준히 사서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두고 동학 개미(국내 개인투자자)와 기관·외국인의 선택이 완전히 엇갈렸다. 개미는 ‘삼멘(삼성전자와 아멘의 합성어)’을 외치며 삼성전자에 대한 꾸준한 믿음을 이어갔지만 기관과 외국인은 쉼 없이 매물을 내던졌다. 이들의 엇갈린 선택은 삼성전자 주가 방향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나뉠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은 답답하다. 22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28% 오른 7만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1일 7만6800원에서 50여일 만에 8% 넘게 하락했다. 지난 13일에는 6만8800원을 기록하며 ‘6만 전자(6만원+삼성전자)’로 주저앉았다.

9월 이후 삼성전자 주가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9월 이후 삼성전자 주가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가 하락은 기관과 외국인이 주도했다. 지난달부터 22일까지 기관의 순매도 1위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였다. 기관은 이 기간 1조4710억원 어치를 시장에 내놨다. 같은 기간 외국인도 삼성전자 8996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순매도 종목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50일간 기관과 외국인이 순매도한 삼성전자 주식은 2조3000억원어치를 넘는다.

이 매물 폭탄을 받아낸 건 동학 개미였다. 같은 기간 개인의 순매수 종목 1위가 삼성전자였다. 개인은 2조3085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개인 순매수 2위 종목 카카오(1조2973억원)의 두배에 육박한다. 삼성전자를 두고 기관·외국인과 개인이 완전히 다른 포지션을 취한 셈이다.

9월 이후 투자자별 매매 동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9월 이후 투자자별 매매 동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삼성전자의 ‘줍줍(줍고 줍는다의 준말로 저가매수 시점의 뜻함)’ 타이밍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도 엇갈린다. 이미 저점에 근접한 만큼 기대감을 가져도 된다는 시각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업황을 최악으로 가정해도 현재는 절대적인 저평가 국면이라 판단한다”며 “내년 하반기부터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반등해 이익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제부터는 우려보다 파운드리 사업과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대중화에 대한 기대감에 주목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단기적으로는 컨센서스(전망치) 하락에 따른 주가 하방 경직성을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폴더블폰에 대한 반응이 좋은 데다 비메모리 판가 인상 등은 내년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는 등 현재 고비의 9부 능선을 지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12월 3일 이후 10개월만에 7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사진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화면에 주가가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지난 12일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12월 3일 이후 10개월만에 7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사진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화면에 주가가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반면 목표 주가를 낮춰 잡으며 당분간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나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대비 저평가 국면은 맞으나 영업이익의 50%를 차지하는 반도체 분야에서 ‘피크 아웃(고점 통과 후 하락 전환)’ 우려가 커져 당분간 주가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하며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10만원에서 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도 “장기 투자자에게 올 겨울은 봄을 맞이할 기회가 되겠지만, 영업이익은 다음 해 3분기부터 추세적 회복을 시작할 것”이라며 “불안한 거시 경제 환경과 내년 IT 디바이스 수요 전망 하향세,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시작 등의 이슈로 단기에 주가가 오를 계기는 없다”고 지적하며 며 목표 주가를 기존 10만8000원에서 9만원으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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