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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위 김사열 "기업이 지방오면 법인세 깎아주는 발상도 필요"[월간중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역균형 뉴딜과 메가시티 전략은 시대의 흐름”

수도권 인구 집중 멈추려면 기업의 지방 이전 시 인센티브 제공 검토해야
“균형발전위원회에 더 많은 행정 권한 줘야, 관련 법안 통과 위해 협의 중”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하모니와 밸런스에 기초한 생태학적 관점에서의 국토 디자인을 기획하고 있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하모니와 밸런스에 기초한 생태학적 관점에서의 국토 디자인을 기획하고 있다.


김사열(65)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이하 균형위) 위원장은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분자생물학자다. 2007년 경북대 생물학과 교수로 임용됐고, 2022년 2월 정년을 앞둔 현재까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구·경북을 활동 반경으로 삼았던 그가 1주일의 절반가량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보내고 있다. 2020년 3월 9일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 국가균형발전의 목표인 경제·사회·문화 전반의 지역주도 자립적 성장기 반을 마련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김 위원장에게 균형위의 수장 자리를 맡겼다.

도전인터뷰-수도권과 지방의 최적 조화설계하는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

균형위의 홈페이지 주소는 balance.go.kr다.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자립적 발전을 통하여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과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김 위원장의 인사말은 곧 균형위의 존재 이유다. 2021년 8월 15일 문 대통령은 김사열 위원장의 재위촉을 발표했다. 이로써 그에게 2년이라는 시간이 더 주어졌다. 10월 6일 서소문 중앙빌딩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쌓아온 성과를 부각하기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알리려고 애썼다.

“적자생존보다 협력과 공존이 더 생명력 강해”

2020년 4월 2일 김사열(앞줄 왼쪽)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위촉장을 받았다.

2020년 4월 2일 김사열(앞줄 왼쪽)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위촉장을 받았다.

1년 5개월에 걸친 첫 임기를 자평한다면?

“처음 왔을 때, 코로나19가 막 발생했다. 이 재난의 시대에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동이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접했다. (국가균형발전이) 훨씬 더 열악해질 수 있음을 청와대에 적극 건의했고, 그 결과 2020년 10월 13일 시·도지사 연석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지역균형 뉴딜을 공표했다. 균형위 스태프 80여 명은 대통령이 제시한 지역균형 뉴딜 프로젝트를 어떻게 정책화할지 그리고 초광역 협력 프로젝트(행정 통합을 통한 메가시티 전략)를 어떻게 풀 것인지, 두 가지 과제를 고민해왔다. (대통령이 연임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시대의 흐름이 나에게 부여한 임무를 풀어가는 과정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생물학자 출신이 균형위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대한 생경함은 없었나?

“내가 연구한 분야는 분자생물학 중에서도 가장 첨단인 유전자 조절이다. 특히 미생물과 식물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가졌다. 식물이 어떻게 불리한 환경을 딛고 지구에서의 진화에 성공했는지, 그 비밀을 주제로 20여 년간 연구했다. 나무의 성장을 돕고 병충해로부터 보호해주는 버섯도 있듯, 생태학적 주제인 하모니(조화)와 밸런스(균형)는 사회 전체 현상에도 관계가 있다. 서울이 지금보다 더 건강한 서울이 되려면, 다른 지역에서 과도하게 인구를 끌고 오지 않도록 해야 존속할 수 있다.”

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균형위원장으로 선택했을까?

“개인적인 관계가 있는 건 아니다. 처음 인사담당자 연락을 받고 ‘나는 적임자가 아닌 것 같다’고 고사했다. 나중에 임명이 됐다고 해서 조금 놀랐다. 아마도 내가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이 국가균형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대통령에게 의견을 개진할 기회는 자주 생기나?

“대통령과 자주 만나는 편이다. 충청권의 친환경 에너지 관련 행사, 부산·울산·경남 순환철도망 관련 행사, 부산 가덕도 공항 관련 행사, 울산 수소 에너지 관련 행사 등 지역균형에 관한 대통령의 현장 방문을 우리가 주관했다. 매주 균형위가 만든 보고서 내용을 대통령이 공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디테일한 내용을 청와대가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사안이 생기면 건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균형발전에 치중하다가 자칫 서울 등 수도권의 글로벌 경쟁력이 퇴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생물들이 건강하게 지속성을 가져야 건강한 공동체, 생태계다. 서울과 경기도의 출산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다. 다른 지역에서 낳고 키운 청년들을 (빨대 효과를 일으켜) 수평 이동시켜 인구를 유지하는 악역을 맡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보통 전체 인구의 10% 이상은 수도에 몰리지 않는다. 물론 우리와 유럽은 다르지만, 우리처럼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가 넘는 건 전례가 없다.”

지역 양극화가 심화하며 단기적으로는 수도권 과밀화, 중장기적으로는 인구소멸을 걱정할 지경에 다다랐다.

“인도를 제외하면 중국 등 전 세계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감소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 출산율(15~49세의 여성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1이다. 이것이 1.0 이하인 나라는 별로 없다. 그러나 우리는 2020년 0.837명을 찍었다. 몹시 어려운 상태에 있다.”

“기업이 지방 오면 법인세 깎아주는 발상도 필요”

2021년 9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2021년 9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한 균형위의 활동에 대해 얘기해보자. 균형위는 수도권 비대화를 억제하기 위해 지방 주요 도시부터 선제적으로 키우는 초광역 메가시티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2020년 12월 (32년 만에 국회에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수도권 집중과 과밀에 대응하기 위해 대구·경북 행정통합, 부·울·경 메가시티 얘기가 나왔고 충청권·전라도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방정부가 나서자 중앙정부에서도 TF팀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균형위는 반걸음 뒤에서 따라가고 있다. 지역 주도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반보 뒤에서 균형위가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

“행정적 기반은 각 지자체에서 결정하고 있지만, 걸음을 걸을 때마다 필요한 것들이 다 갖춰져 있지 못하다. 처음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균형위가 디테일에서 부족한 것을 메워주고 있다. 예산에서도 단위를 넘어서 법을 만들어야 할 때, 국회에서 백업을 해주고 있다.”

균형적 발전을 위한 근본적 대안은 일자리 창출이다. 이는 교육과 직결돼 있다.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수평 이동하는 이유로 ‘20대 초반에는 교육의 기회, 20대 중반 이후에는 좋은 일자리 때문’이라는 조사가 나와 있다. 참여정부 때 행정도시를 만들어 공공기관을 이전했다. 지역 출신 청년, 대학 졸업생을 좋은 일자리에 취업시키려는 취지였다. 평균적으로 지역 출신의 13% 정도가 취업됐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18%에서 시작해 매년 3%씩 비율을 올렸다. 균형위에서는 ‘이것도 적다. 타 지역 출신 20%를 더해서 50%까지 올리자’고 했고,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다.”

공공기관만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결국 민간 기업이 내려가야 할 텐데.

“좋은 일자리를 주는 공공기관의 수는 많지 않다. 기업이 가야 하겠지만, 민간이기 때문에 강제할 순 없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내려가서 정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이를테면 기업이 수도권에서 멀리 갈수록 법인세를, 노동자라면 소득세를 낮춰줄 수 있다. 아직 연구 단계에 있지만, 어찌 됐든 기업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 정부에서 들고 나온 ‘혁신도시 시즌2’ 개념을 균형위는 더 확장하는 듯하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은 2004년 시작해서 2019년 끝났다. 혁신도시 시즌2는 혁신도시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이게 잘되면, 2차 공공기관 이전도 가능할 수 있다. 다만 2차 공공기관 이전을 해도 숫자가 많지 않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앞으로 우리나라가 공공기관을 만들 때, 아예 초기 입지를 (수도권 이외) 지역에 정하도록 하는 법을 발의시켜 놨다.”

“경쟁력이 열악한 지역에 더 기회 줘야”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수도권 집중과 과밀에 대응하기 위해 대구·경북 행정통합, 부·울·경 메가시티 얘기가 나왔고 충청권·전라도에서도 마찬가지다. 균형위는 그 반걸음 뒤에서 따라가고 있다.”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수도권 집중과 과밀에 대응하기 위해 대구·경북 행정통합, 부·울·경 메가시티 얘기가 나왔고 충청권·전라도에서도 마찬가지다. 균형위는 그 반걸음 뒤에서 따라가고 있다.”

2021년 9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에 국회의사당 분원을 설치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굉장히 중요한 변화다. 참여정부 때 행정수도를 세종시에 정하면서 이러저러한 일들을 거쳐서 여기까지 왔다. 사실 입법부인 국회는 행정수도 이전과 관계가 없지만, 국민의 염원을 반영해 행정부와 같이 가기로 한 것이다.”

2020년 10월 13일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에 지역균형 뉴딜을 추가한다”고 말했다. 지역균형 뉴딜의 구체적 방향성은 무엇인가?

“지역균형 뉴딜은 3가지다. 첫째는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포함돼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지역 사업’, 둘째는 한국판 뉴딜과 연계해 지자체가 자체 재원+민자로 추진하는 ‘지자체 주도형 뉴딜사업’, 셋째는 공공기관이 자체 재원을 활용해 지자체와 협업해 추진하는 ‘공공기관 선도형 뉴딜사업’이 그것이다. 그 지역에 가장 필요한 건 해당 지역 주민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자체 주도형 뉴딜사업에 관해 예산 신청 자격을 지역 시민단체와 법인으로 확장하도록 했다.”

지방정부와의 의견 소통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나?

“크게 이견이 없는 편이다. 그동안 중앙정부는 선택적 집중방식에 매료돼 있었다. 가령 17개 지자체가 있으면, 경쟁을 시켜서 5곳을 지원하고 12곳은 버리는 식이었다. 이러면 (중앙정부는) 책임을 덜 수 있다. 그러나 균형위는 오히려 어려운 곳에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방향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나눠 먹기’라고 하는데, 국가 정책은 원래 나눠 먹어야 하는 것이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으니 약간의 차별을 둬서 지원할 순 있겠지만, (가망이 없다고) 어느 지역은 아예 포기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김사열 국토균형발전위원장 체제에서 2기가 시작됐다. 성공적 업무 수행을 위해 호소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현재 균형위(장관급)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로 있다. 그러다 보니 10조원, 15조원 플랜을 짜도 (권한을) 해당 부처들에 넘겨주고, 우리가 마무리 짓거나 실행하지 못한다. 같은 활동을 하는 기관이 프랑스나 일본에 있는데 여기는 실행력을 가진 국가 기관으로 만들었다. 우리도 그렇게 바꾸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균형위를) 행정위원회로 바꾸는 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송재호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서 의원 50여 명이 도장을 찍었지만, 아직 통과는 안 됐다. 아마 일부 부처에서 조금 반대하는 것 같다. 책임지고 일을 하려면 책임질 만한 상황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나.”

“농산어촌 유토피아 특위는 21세기 버전의 새마을운동”

현재 균형위의 인력으로 업무 감당이 되나?

“스태프 80여 명 중 석사, 박사를 한 분들이 많다. 농촌경제연구원, 지방행정연구원, 산업연구원, 국토연구원 4곳 안에 균형발전센터 같은 연구 집단이 있어서 우리가 의뢰하는 연구를 해주고 있다. 그리고 경북 안동에서 매년 정책박람회가 열린다. 이런 성과들을 가지고 우리 80여 명 직원이 취합해서 정책화하고, 국회를 설득해서 법을 통과시키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소읍을 위해 균형위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20년 농산어촌 유토피아 현장 답사반을 만들었다. 인구가 감소하고 학교가 폐교되는 등, 심각함을 느꼈다. 정부 각 부처는 (업무 성격이) 겹쳐 있는 일은 서로 안 하려고 한다. 균형위에서 더 늦기 전에 시작하기 위해, 2021년 4월 7일 ‘농산어촌 유토피아 특위’를 만들었다. 농산어촌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주자는 것인데, 잘되면 산업화 시대 새마을운동의 농촌 현대화처럼 전국을 바꿀 수 있다. 돈으로만 풀 수 있는 게 아니라 젊은 청년들이 (귀촌하도록) 필요한 걸 해주는 문화적 지원이 필요하다.”

인터뷰를 마친 뒤, 엘리베이터 안에서 김 위원장은 뜻밖의 물음을 넌지시 던졌다. “[중앙일보]는 일부라도 지방으로 이전할 계획이 없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바꿔 쓰면 ‘사랑하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지금 김 위원장의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이 무엇인지, 그 진정성이 짐작되는 순간이었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박종근 비주얼에디터 jokepark@joongang.co.kr / 녹취 정리 손준영 월간중앙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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