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가의 묘책...꿀벌 학살하는 말벌, '이 것'에 홀려 떼죽음

중앙일보

입력 2021.10.23 16:04

업데이트 2021.10.23 16:26

말벌은 양봉 농가 최대의 적이다.
아카시아와 밤나무를 돌아다니며 열심히 일한 꿀벌들이 집으로 돌아오면 말벌은 벌통을 습격한다. 이 과정에서 작고 약한 꿀벌을 학살한다.
말벌은 사람의 목숨을 앗을 정도로 두려운 존재다. 그렇다고 사람이 순순히 당할 리 없다. 양봉 농가에선 말벌을 응징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했다.

경기도 화성 소재 양봉장 인근에 즐비한 말벌 사체. 강주안 기자

경기도 화성 소재 양봉장 인근에 즐비한 말벌 사체. 강주안 기자

지난 6일 오후 1시쯤 경기도 화성의 자연과함께하는농장 양봉장 입구에 들어서자 흙바닥에 말벌 사체가 즐비하다. 임준하 상임이사 등이 포획한 말벌들이다.
어떻게 말벌들을 잡았을까.
줄지어 있는 벌통 중간중간에 플라스틱 통이 보인다. 안을 들여다보니 말벌들이 들어있다. 이 녀석들은 통 안에 갇혀 나오지 못한다.
이들을 통 안으로 유혹한 건 술이다.

경기도 화성 양봉장에 설치된 말벌퇴치기. 강주안 기자

경기도 화성 양봉장에 설치된 말벌퇴치기. 강주안 기자

임 상임이사는 “막걸리와 포도즙, 사이다 등을 배합해 통 속에 넣어두면 냄새에 유혹된 말벌들이 작은 구멍을 통해 통 안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결국 죽는다”고 설명했다.
여러 가지 물질로 시도해본 결과 막걸리와 포도즙의 배합을 말벌이 가장 좋아한다는 것이다.

꿀벌은 안전하게 빠져나가

그렇다면 꿀벌들도 통에 갇혀 죽지 않을까.
임 상임이사는 “통에 보면 작은 구멍들이 있는데 꿀벌들은 몸이 작아 여기를 통해 빠져나올 수 있다”며 “말벌들은 몸이 커 나오지 못하고 안에서 결국 죽게 된다”고 말했다.
술에 홀려 바로 앞에 있는 벌통도 잊고 막걸리와 포도주를 탐닉하다 최후를 맞는 것이다.

더 잔혹한 말벌 퇴치책도 있다.
말벌을 생포한 뒤 살충제를 몸에 묻혀 돌려보내는 것이다.
임 상임이사는 “말벌집으로 돌아간 벌에 묻어있는 약을 먹고 몰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소 잔인하지만, 말벌 습격으로 떼죽음 당하는 꿀벌을 보호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것이다.

경기도 화성 소재 양봉장 꿀벌들. 강주안 기자

경기도 화성 소재 양봉장 꿀벌들. 강주안 기자

올봄부터 아카시아 꿀과 밤꿀, 잡꿀을 차례로 생산한 꿀벌들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개체 수를 줄이고 겨울나기를 준비한다.
추운 계절을 잘 견디면 내년 봄에 또다시 아카시아 꽃을 찾아다니며 자연산 꿀을 만들어 낸다.
특히 경기도 화성에 있는 자연과함께하는농장에선 3년 전부터 조현병 등 정신장애가 있는 청년들이 양봉을 통해 아픈 마음을 치유하면서 다른 사람과 협업을 배운다.

정신장애인 양봉 훈련이 진행되는 경기도 화성 자연과함께하는농장에는 강아지와 함께 미니돼지를 키우는 등 친환경적인 요소가 많다. 화성=강주안 기자

정신장애인 양봉 훈련이 진행되는 경기도 화성 자연과함께하는농장에는 강아지와 함께 미니돼지를 키우는 등 친환경적인 요소가 많다. 화성=강주안 기자

지난해 양봉 교육에 참여했던 A씨는 “아침 일찍 가야 해피곤하지만, 기분이 좋아지고 양봉 전문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된다”는 소감을 밝혔다.
1년간 양봉을 배우면서 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한 젊은이들은 카페나 병원 등에 취업해 잘 적응해가고 있다.
화성=강주안 기자 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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