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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치실 분, 31살男, 미혼만"···2030 '골프팅' 뜨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시내의 한 스크린골프 연습장에서 회원이 연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스크린골프 연습장에서 회원이 연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스포츠를 하니까 친밀감을 쌓기 좋고, 실제 소개팅같이 각 잡힌 어려운 분위기가 아니라는 게 장점인 것 같다.”

최근 스크린 골프 연습장에서 이뤄지는 번개인 ‘골프팅’을 경험한 31세 직장인 A씨의 후기다. 친구 권유로 2대 2 골프팅을 했다는 그는 “코로나19로 이성을 만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앞으로 이성에 대해 잘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소개팅 방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2030 사이에서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골프 열풍이 불면서 골프를 매개로 한 만남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만남 기회가 줄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로운 방식의 만남을 선호하는 흐름이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젊은 골프 인구의 증가는 이미 다양한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스크린 골프 업체인 골프존에 따르면 지난해 1월~7월 대비 올해 같은 기간 20대 회원 수는 146%, 30대는 260% 증가했다. KB금융경영연구소 조사에서도 3년 이하 신규 골프 입문자 중 20~40대가 65%로, 젊은 골퍼들의 유입이 대폭 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스크린 치실 분, 미혼만”

스크린 골프 연습장은 방 형태로 분리돼 있고, 보통 4명까지 들어갈 수 있어 프라이빗한 모임이 가능하다. 실 내부에서 가벼운 배달 음식을 시켜먹을 수도 있지만, 현재는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취식할 수 없게 돼 있어 요즘은 스크린 골프를 마친 후 식사나 술자리를 갖기도 한다. 골프팅을 해봤다는 이모(32)씨는 “취미생활이 같으면 공감대 형성도 잘 되고 좋더라”며 “카페에서 만나 호구 조사하는 어렵고 무거운 자리가 아니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만났던 분과 잘되진 않았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골프팅을 하는 이들은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상대를 찾는다.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보면 ‘번개’ 형태로 스크린 골프를 함께 칠 이성을 찾는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스크린 치실 분, 31살 강남, 남자’ ‘스크린 치실 분 쪽지 주세요(미혼만)’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개인 쪽지를 주고받은 후 만남이 성사되는 식이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골프 번개를 검색하면 나오는 채팅방들. 카카오톡 캡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골프 번개를 검색하면 나오는 채팅방들. 카카오톡 캡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도 이런 만남은 활발하다. ‘스크린 골프 번개’ ‘OO지역스골 모임’ 등을 검색하면 이성의 입장을 기다리는 채팅방이 다수 나온다. 스크린골프 번개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운영 중인 38세 남성 B씨는 “골프를 치면서 서로 경쟁심에서 피어나는 정도 있다”며 “며칠 전엔 번개 후에 식사했다. 꼭 이성 만남 목적이 아니더라도 친목으로 인연이 유지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SNS 기반 골프 매칭 애플리케이션도 인기다. 거주 지역을 기반으로 성별, 나이 등 각 회원의 프로필이 공개돼 근처에 있는 회원들에게 스크린 번개를 요청할 수 있다. 한 골프 매칭 앱 이용자는 “상대방 사진과 정보를 보고 선택할 수 있고, 비슷한 연령대 혹은 성별로 구분해 멤버를 꾸릴 수 있어서 만족한다”는 후기를 남겼다.

일산에서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하는 이예슬씨는 “대기장소에 설치한 TV에 주로 골프 채널을 틀어놓는데, 요새는 정규방송에도 골프 관련 프로그램이 편성될 만큼 높아진 인기를 실감한다”며 “전보다 레슨비도 저렴해지고, 진입 문턱이 낮아져 젊은 분들이 더 쉽게 접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층들은 온라인으로 모임에 가입해 실제 활동으로 이어가는 문화에 익숙하다. 이게 골프라는 운동에도 적용이 된 것 같다”며 “저 또한 골프 운동 목적으로 지역 모임에 가입했다가 한 달에 한 번씩 라운딩을 가기도 하고, 친목을 다지는 친구들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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