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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네임' 악당 박희순 "천만영화도 못해봤는데 세계 3위라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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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네임'의 무진 역 배우 박희순. [사진 넷플릭스]

'마이 네임'의 무진 역 배우 박희순. [사진 넷플릭스]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 탄생했다. 지난 1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된 후 불과 닷새 만에 세계 랭킹 3위(플릭스패트롤 집계 결과)에 오른 ‘마이 네임’(김바다 극본, 김진민 연출)의 빌런 최무진. 친구를 죽이고 그 딸을 속여 언더커버로 키우는 비정한 악당이지만, 압도적 카리스마에 짠한 감정 이입까지 불러일으키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붙든다. 그 최무진을 연기한 배우 박희순을 22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그는 “천만 영화도 한 번 해본 적 없었는데 세계 3위라니”라며 ‘마이 네임’을 “내 장점과 나만이 할 수 있는 느낌들이 극대화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최무진 캐릭터는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했나.
“남들이 봤을 때는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진 입장에서는 상황마다 번민과 고뇌가 있다. 흔들리고 갈등하는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다. 복합적인 감정을 풀어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8화에서 무진이 ‘난 단 한 번도 날 믿는 사람을 배신한 적이 없는데 왜 끊임없이 배신을 당하는 걸까’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게 틀린 얘기가 아니다. 그 대사가 내가 끝까지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촬영 시작 전 대본은 4화까지 완성된 상태였다. 후반부엔 여러 버전이 있었는데 그 중엔 무진이 소름 끼치는 악역으로 가는 버전도 있었다. 작가님ㆍ감독님과 소통을 하면서 ‘저는 그런 단순한 악역이었으면 이 작품 선택을 안 했을지 모르겠다. 작가님 시놉시스대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고, 고맙게도 받아주셨다.”

-‘마이 네임’이 세계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
“이 작품을 그냥 언더커버 장르라고 본다면 굉장히 심플한 구조다. 많은 사람들이 범인을 예상했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마이 네임’은 심리를 따라가면서 봐야하는 심리극이다. 그동안 이렇게 아픔과 슬픔을 표출하는 액션이나 언더커버 장르는 없었던 것 같다. 첫 장면부터 여고생 서사가 시선을 끌었고, 시청자들도 그 감정으로 같이 호흡하면서 몰입하게 했다.”

'마이 네임'의 무진 역 배우 박희순. 자신이 죽인 친구 딸 지우(한소희)를 속이는 장면이다. [사진 넷플릭스]

'마이 네임'의 무진 역 배우 박희순. 자신이 죽인 친구 딸 지우(한소희)를 속이는 장면이다. [사진 넷플릭스]

-지우 역 한소희의 첫 원톱 주연작이다. 불안하지는 않았나.
“처음부터 연기에 대해서는 1도 걱정하지 않았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때 기라성 같은 배우들 사이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고 자기 감정 표현을 했던 것을 봐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운동을 한 번도 한해봤다고 해서 액션이 걱정됐었는데, 첫 만남에 안심이 됐다. 액션스쿨에서 처음 만났을 때 한소희에게서 ‘이걸 해내고 있어’란 희열이 느껴졌다. 흥분되고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액션의 강도가 높았다. 체력 관리는 어떻게 했나.
“특별히 만들어진 근육이 아니라 훈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근육이다. 모든 배우가 다 닭가슴살 도시락으로 식단 관리를 하면서 촬영하고 훈련했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마이 네임’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공개돼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했다.
“넷플릭스 플랫폼이 영화가 할 수 없는 것과 드라마가 할 수 없는 것을 모두 보완해주는 것 같다. OTT는 편견 없이 온 세계 사람들한테 한 번에 보여진다는 게 장점이다. ‘오징어 게임’의 경우에도 초반엔 국내에서 부정적 여론이 많았다. 영화였으면 이런 반향을 못 얻었을 것 같다. 국내에서 흥행이 돼야 세계로 나갈 수 있는데, 초반 부정적 시각 때문에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렸을까 싶다.”

-올해로 연기 데뷔 32년 차다. 30여 년 동안 연기자로서의 소신이나 마음가짐이 바뀐 게 있나.
“작품마다 다른 것 같기도 하고, 구성원들에 따라 다른 것 같기도 하고…. 결과를 만들려고 하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흐름에 맡기자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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