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앤츠랩이 여러 종류의 소재기업들(에코프로비엠·효성티앤씨·솔루스첨단소재·효성첨단소재·한솔케미칼)을 공부했는데요. 소재의 세계는 참 무궁무진합니다. 아직도 들여다보지 않은, 하지만 잠재적 성장성 면에서 꽤 괜찮아보이는 소재가 여전히 남아있으니까요. 오늘은 dy4**@hanmail.net님이 게시판에 제안해주신 KCC를 공부합니다.
KCC하면 페인트나 창호가 떠오르신다고요? 네, 맞습니다. KCC는 건축자재(PVC창호·석고보드·보온단열재)와 도료(페인트·바닥재·방수재)를 만듭니다. 그런데 매출의 절반 이상(55%)을 차지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실리콘이죠.
실리콘도 종류가 여러 가지입니다. 원료인 금속규소(메탈실리콘)를 가공하는 방법에 따라 무기실리콘과 유기실리콘으로 나뉘는데요. KCC가 하는 건 유기실리콘입니다. 아기젖꼭지부터 건축자재 접착제까지, 쓰임새가 무궁무진한 소재죠. (단, 반도체 웨이퍼와 태양광 쪽은 무기실리콘이라 KCC와 관계 없음).
KCC가 실리콘 사업에 처음 뛰어든 건 2004년. ‘실리콘이 미래 동력’이라며 공을 많이 들이고 키우려 애를 썼는데요. 마침내 2019년 세계 3대 실리콘 기업인 미국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모멘티브)’를 3조원 들여 인수하며 단숨에 도약!하는 줄 알았지만, 바로 코로나.. 어쩔. 2020년 고전했지만, 이제 다시 사업이 정상 궤도에 진입했습니다.
실리콘 접착제가 무슨 첨단소재야~라고 무시하신다면, 뭘 모르시는 말씀. 실리콘의 큰 강점이 가볍고(경량) 열에 강하다(내열성, 300도까지 견딤)는 점인데요. 고부가가치 실리콘이 특히 필요한 첨단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전기차.
전기차엔 엄청 많은 전자장치와 연료전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열이 안 나게 해주는 게 중요한데요. 그래서 부품 곳곳을 실리콘(중에서도 고급 제품)으로 덮고 두르고 발라줍니다. 내연차보다 전기차엔 실리콘이 3~4배 더 쓰일 거라는군요(전기차 1대에 실리콘 20㎏이 쓰임). 비슷한 이유로 항공우주, 5G 통신장비, 전자기기, 풍력발전기에도 실리콘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
혹시 이런 생각하세요? 시장이 커지면 뭐해. 또 중국 저가 업체가 다 쓸어버리겠지... 그런데 의외로 실리콘 중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은 모멘티브를 포함한 선진국 업체(미국 다우, 독일 바커, 일본 신이츠)가 꽉잡고 있습니다. 중국은 원재료만 주로 생산하죠. 중국 업체가 기술력과 특허로 무장한 선진국 기업을 못 따라오기 때문인데요. “소재·화학 분야 중 중국이 제일 못 따라오는 게 실리콘이라 편안해보인다”는 평(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실리콘이 유망하다면서 도대체 주가는 왜 이 모양이냐고요? 실리콘 가격 상승세와 맞물려 한동안 오르던 KCC 주가는 9월 중순부터 다시 확 꺾였는데요. 원료인 메탈실리콘 가격이 중국 전력난 때문에 뛰어도 너무 무섭게 뛴 게 악재였습니다. 시세가 적당히 뛰면 KCC(모멘티브)도 제품가격을 올려서 팔면 되니까 좋은데, 이렇게 막 몇 달 만에 300%씩 뛰면 고객사들이 ‘아휴, 너무 올랐으니 나중에 사자’라며 구매를 미룰 거란 우려죠.
다만 중국 전력난은 심각하긴 하지만 단기 이슈이고, 실리콘은 필수 소재라 고객사가 마냥 구매를 미룰 순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지금은 경기가 살아나는 중이고 실리콘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조정기이지만 실리콘 시장의 성장 추세가 꺾였다고 볼 순 없겠네요.
본업인 건자재(매출비중 15%)도 실적이 나아질 거라고 봅니다. 건자재 쪽은 입주물량과 상관관계가 매우 큰데요. 그동안 계속 줄어들었던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 바닥을 찍고 내년부터 다시 늘어날 전망이죠.
걱정은 다른 데 있습니다. M&A하느라 빚을 많이 져서 재무구조가 별로이고(부채비율 139.4%), 투자자들이 아직은 실리콘을 잘 모른다는 점(무관심)인데요. 하긴 원래부터 지독한 저평가(PBR이 0.6배...) 종목으로 유명합니다. KCC가 들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9.1%)이 2조원 어치인데도 주가엔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있죠.
결국 KCC(모멘티브)가 실적으로 실리콘 사업의 가치를 증명해야 주가도 힘을 받을 겁니다. 계획대로 투자만 잘 이뤄진다면 모멘티브야 기술력은 확실하니까 성장 가능성은 충분히 보이는데 말이죠. KCC(모멘티브)가 과연 국내의 고급 거래선(예-삼성전자?)을 새로 뚫을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자산가치 말고 사업가치로 인정 받기 시작할 때
이 기사는 10월 22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