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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치료 하루만에 숨진 60대 “입원해야할 확진자, 집에 뒀다”[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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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서울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스더 복지팀장의 픽: 코로나19 재택치료

다음달이면 우리나라도 일상 회복의 문을 열게 됩니다. 2년 가까이 이어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을 끝내고 코로나19와의 공존(위드코로나ㆍwith corona)을 시도하게 되는겁니다. 그간 강하게 틀어쥐었던 방역 조치 상당 부분을 풀고 확진자 수보다는 중환자와 사망자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방역 전략을 바꾸게 됩니다. 위드코로나에 성공하려면 확진자를 치료하는 시스템 변화가 시급합니다. 지금처럼 대부분의 확진자가 시설에 격리되거나 입원하는 방식을 이어가다간 방역 완화로 확진자가 늘어나면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11월 위드코로나 전환을 앞두고 재택치료 환자를 늘려왔습니다. 그런데 위드코로나 개시를 열흘가량 앞두고 재택치료를 받던 60대 확진자가 갑작스레 숨지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60대, 백신 미접종자, 7일전 호흡곤란 증세  

A씨(68ㆍ서울 서대문구)는 지난 20일 오전 9시 확진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는 하루 뒤인 21일 오전 기력이 저하되는 등 상태가 악화해 병원으로 이송하려던 중 심정지가 발생했고 병원 이송 뒤인 오전 9시30분 사망했습니다. 확진 판정 이후 만 하루만에 숨진겁니다. 신고 이후 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전담 구급대가 제때 출동하지 못해 대처가 늦어졌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재택치료 환자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병원으로 옮기는 시스템이 허술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에 앞서 A씨를 집에 머물도록 한게 더 큰 문제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중앙재난안전대택본부는 “사망 전일(20일) 코로나 확진 결과에 따라 1차 보건소 역학조사와 2차 서울시 병상배정반의 의료진 문진 시 무증상, 기저질환 등 입원 요인이 없었다”며 “다만 고령임을 고려해 의료진이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권유했으나 본인이 재택치료를 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중대본 지침에 따르면 입원요인이 없는 70세 미만 무증상ㆍ경증 확진자로서 재택치료의 제반 사항을 준수할 수 있으며, 본인이 동의하는 경우 재택치료 가능하다. 입원요인은 의식장애, 호흡곤란(일상생활 중에도 숨참), 해열제로 조절되지 않는 38도 이상의 발열 등입니다. 이에 따르면 A씨는 재택치료 대상에 들어갑니다.

정부가 지난 8일 결정한 입원요인. 재택치료를 원하더라도 여기에 해당하면 입원해야한다.

정부가 지난 8일 결정한 입원요인. 재택치료를 원하더라도 여기에 해당하면 입원해야한다.

하지만 A씨는 백신 미접종자였습니다. 역학조사 당시인 20일에는 오한 증상만 있었지만, 며칠전까지 호흡곤란 등 증상 발현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위험요인은 그냥 넘겨졌습니다.
재택치료에 들어가면 지자체가 지정한 협력병원이 환자 상태를 비대면으로 모니터링합니다. 환자가 직접 열과 산소포화도 등을 재야합니다. 그런데 A씨는 20일 오후부터 재택치료에 들어가 21일 이른 오전 사망해 모니터링이 이뤄질 새가 없었다고 합니다. 서울 서대문구의 협력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보건소 문진 당시 ‘가끔 숨이 차는데 못 먹어서 그런 것 같다’고 가볍게 얘기했다”며 “임상적으로 크게 의미 있다고 보지 않았다. 이외 오한이 약간 있다고 했지만 누구나 흔하게 있을 수 있으니 무증상에 가까웠다고 봐야 한다. 보호자도 재택을 강하게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본인이 재택치료 원해도 병원으로 이송했어야”

전문가들은 생활치료센터나 전담병원에서 살펴봤어야 하는 고위험 환자를 집에 둔 것이라고 말합니다. 환자 분류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죠.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2일 정부 위드코로나 토론회에서 “A씨는 이송이 늦어져서가 아니라 진단이 늦어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천 교수는 “일주일 전 호흡곤란이 있었는데, 연령대가 높은 환자들의 경우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다보니 무증상으로 분류되고 하루만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68세면 그 자체로도 면역 저하 상태이기 때문에 본인이 원한다 해도 이전의 호흡곤란 증상 등을 고려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최대한 이송했어야 한다”며 “호흡곤란이 있었다면 바이러스가 며칠 전부터 증식했고 폐 염증을 과도하게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윤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A씨의 상황을 보면 최소한 생활치료센터에는 입소시켰어야 한다”라며 “복지부가 일상회복과 관련해 다른건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재택치료와 관련해서는 준비도 안돼있으면서 공격적으로 한다”라고 지적합니다. 김우주 교수는 “외국은 50세 이하 백신 접종자에 국한해 재택치료한다. 50세 이하는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접종하면 돌파 감염되더라도 사망 위험이 떨어진다”며 “우리는 대상을 널널하게 해놨고 재택치료가 불가한 입원 요인에 호흡곤란, 의식장애 등을 넣어 사망 위험이 매우 커야만 입원하는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정부는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생활치료센터를 대부분 없앤다는 계획입니다. 민간 기업의 연수원이나 대학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동원하고 있는데, 위드코로나에 따라 이들 시설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병상동원령 행정 명령으로 확보한 민간 전담병상도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재택치료 대상을 좁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재택치료 기준과 관련, “70세가 된다 하더라도 100% 재택 되는 것이 아니다”며 “기저질환이 없는 것인지 의학적 판단을 의료진이 하게 돼있기 때문에 현 체계는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복지부의 관계자는 “영국의 경우 전체 확진자 4%만 입원할 정도로 입원 문이 우리보다 더 좁다”라며 “위드코로나하려면 지금보다 입원 기준을 더 좁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라고 설명합니다. 김윤 교수는 “재택치료 시스템이 안정화될 때까지는 고위험 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서 관리하는 기존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라며 “정부가 자기들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걸 지자체와 병원에 떠넘긴 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위드코로나 이후 “최대 일 확진자 2만5000명, 재원 중환자 3000명 수준의 평균 시나리오에 대해 내년 상반기까지 준비해둬야 한다”(정재훈 가천대의대 교수)는 전망이 제시됐습니다. 이대로는 A씨와 같은 사례가 얼마나 더 발생할지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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