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위드 코로나 코앞, 확진자 폭증 대책 필요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59호 01면

22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한 이슬람 사원에서 보건 당국 직원이 마스크를 쓴 채 금요일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 머리 위로 소독제를 뿌리고 있다. 이날 테헤란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금요일 기도회가 처음으로 다시 열렸다. [AF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한 이슬람 사원에서 보건 당국 직원이 마스크를 쓴 채 금요일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 머리 위로 소독제를 뿌리고 있다. 이날 테헤란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금요일 기도회가 처음으로 다시 열렸다. [AFP=연합뉴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식당·카페의 영업시간 제한을 해제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재택치료를 확대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개편할 예정이다. 위드 코로나는 감염자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재택치료자 가운데 첫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가 방역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서킷 브레이커(일시중단제도)’를 도입하고 의료대응 체계를 보완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일상회복 지원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이르면 23일 백신 접종 완료율이 전 국민의 70%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지난 9월 말 한때 3000명대까지 치솟았던 확진자 규모도 최근 들어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22일 0시 기준 신규확진자는 1440명이다. 정부는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방역체계가 전환되면 가장 먼저 식당과 카페 등에 대한 운영시간 제한을 해제할 방침이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은 “내달 초 첫번째 개편에서는 식당과 카페 등 생업시설에 대한 운영시간 제한 해제를 검토한다”며 “다만 일부 고위험시설에 한해 접종증명과 음성 확인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서실·스터디카페·영화관 등도 영업제한 시간을 2시간 가량 완화할 전망이다.

다만 마스크 쓰기 등 기본 방역수칙은 이어갈 예정이다. 이 통제관은 “거리두기 개편은 예방접종률을 중심으로 의료체계 여력과 중증환자·사망자 비율을 비롯해 확진자 수 등 방역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으로 완화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마스크 쓰기 등 기본방역수칙은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미정이나 11월 초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방역과 의료대응 체계, 거리두기 체계 개편 등 ‘한국형 위드 코로나’를 위한 이행계획은 오는 29일 발표할 계획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위드 코로나의 핵심은 백신 접종자를 늘려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중증으로의 진행을 방지하는 것과 경증 재택치료자가 갑자기 위급한 상황으로 발전했을때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주관으로 이날 열린 ‘단계적 일상회복’ 관련 2차 공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감염자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전 국민 접종률 80%에 도달해 64%가 면역을 얻는다고 해도 집단면역 수준(81~84%)을 달성하려면 전 국민의 15.2~18.8%가 감염을 통해 추가로 면역을 획득해야 이 상황이 끝나고 더는 확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최대 일 확진자 2만5000명, 입원 중환자 3000명 수준의 시나리오에 대해 내년 상반기까지 대비해둬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감염자가 급증했다. 영국의 경우 21일(현지시간)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고 수준인 5만2000명에 달했다. 다만 신규 사망자는 100명 대에 그쳤다. 1200명을 넘었던 지난 1월말보다 감소한 것이다.

위드 코로나 도입한 영국, 확진자 폭증했지만 신규 사망자는 대폭 줄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확진자 수는 많지만 전문가들이 예측한 범위 내”라며 기존 수준의 방역 조치를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미국 역시 신규 확진자는 7만5000명으로 이달초의 절반, 사망자는 1500명 안팎으로 25% 감소했다. 부스터 샷을 시작한 이스라엘 역시 확진자가 대폭 감소했다. 정 교수는 대규모 유행을 방지하기 위해 다음달 초 영업시간 제한을 해제하는 식의 1단계로 시작해 내년 2월까지 2단계(대규모 행사 허용), 그 이후 3단계(사적 모임 제한 해제)로 가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중환자 급증 등 위기 상황이 찾아올 경우 4주 이내에서 접종 증명을 강화하거나 사적 모임을 제한하는 등 서킷 브레이커 도입을 제안했다.

재택치료자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등도 필요하다. 재택치료 중이던 60대 환자 A씨가 확진 다음날인 21일 급작스런 상태 악화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보호자가 이날 오전 6시51분 119에 신고했으나 음압 장비를 갖춘 응급차가 배정되지 않아 25분 정도 이송이 지체됐다. A씨는 오전 8시5분 병원에 도착했지만 숨졌다. 중대본에 따르면 소방당국에서는 119 신고 당시 A씨를 재택치료자가 아닌 자가격리자로 알고 있었고 이 때문에 병상 배정에 시간이 걸리면서 대응이 늦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3000명(누적 1만3000명)에 달하는 재택환자 가운데 숨진 첫 사례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지금까지 지자체에 재택치료를 떠넘겨놓고 환자를 이송하고 연계하는 시스템을 전혀 갖추지 않은 결과”라며 “제대로 된 연결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확진자가 늘수록 이번 같은사고가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급격한 재택치료 전환보다는 기존 생활치료센터를 중심으로 제대로 된 관리감독 하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코로나19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CT 찍어보면 폐 손상이 확인되는 등 임상 경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50세 이하 백신 접종자만 재택치료한다”며 “환자가 68세면 본인이 원한다고 해도 이전의 호흡곤란 증상 등을 고려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최대한 빨리 이송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택치료자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재택치료시 지자체가 지정한 협력병원이 오전, 오후 하루 두 차례 대상자 상태를 비대면으로 모니터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센터장은 “지자체와 의료진이 반드시 하루 두 번씩 산소포화도, 체온 체크를 해서 위급 상황 시 바로 이송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기일 통제관은 “사망 사고를 계기로 재택치료 대상자 분류는 정확하게 되어 있는지, 모니터링은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이탈 문제가 없는지 챙겨보도록 하겠다”며 “소방청, 중앙방역대책본부, 17개 시도와 다시 한번 이송체계를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