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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 曰] 탄소중립 해야지, 그런데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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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9호 30면

장혜수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장혜수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출산을 앞두고 신생아 용품을 준비할 때면 각종 선택과 마주한다. 이때 빠지지 않는 게 있다. 일회용 기저귀냐, 천 기저귀냐, 그것이 문제다. 시어머니한테 물어보니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다. “아범은 물론이고 우리 애들 전부 천 기저귀로 키웠다. 하루 한두 개 쓰는 것도 아니고, 아기 피부에 발진이나 짓무름 안 생기려면 무조건 천 기저귀지.”

추가로 돌직구가 꽂힌다. “많이 배웠다는 애가 환경도 생각해야지. 웬 일회용품이니.” 시어머니 말씀은 무조건 친정엄마한테 재확인한다. 자초지종을 들은 친정엄마가 깜짝 놀란다. “너 미쳤어. 손목 나가야 정신 차릴래. 남편이 도와줄 거 같아. 세탁기가 좋아도 얼룩은 애벌 손빨래 안 하면 못 잡아.” 낙차 큰 커브가 날아든다. “잘 헹구려면 물이 얼마나 들어가는데. 뭐가 친환경이야.”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인지 지적
희망보다 현실 반영해 접근해야

세계적 난제인 ‘종류별 기저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1990년대 다양한 연구(논문)가 있었다. 대개 결론은 ‘천 기저귀가 더 환경친화적’이라는 쪽이다. 다만 ‘큰 차이 없다’는 연구(1990년 P&G)부터, ‘천 기저귀가 월등히 앞선다’는 연구(1991년 National Association of Diaper Service)까지, 연구 수행 주체에 따라 차이가 있다. 국내 한 연구(1997년 서울시립대)는 ‘큰 차이 없고 폐기물 부하만 일회용 기저귀가 7배’라고 결론 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이 난제는 풀기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다. 일회용 기저귀 업계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계기다. 천 기저귀의 원료인 면화를 재배하는 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화학물질이 쓰이는지, 또 가공하고 수송하는 데에도 얼마나 많은 화석연료가 필요한지 등을 따졌다. 그렇다고 일회용 기저귀가 더 환경친화적이라는 건 아니다. 인간은 살면서 지속해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무슨 기저귀든 줄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바츨라프 스밀 캐나다 매니토바대 명예교수는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저서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에서 이렇게 묻는다. “바람에서 전기를 얻는 데 화석연료가 필요한 이유가 뭘까.” 탄소 중립을 위해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하는 게 풍력 발전이다. 거기에 화석연료가 필요하다니. 스밀 교수 설명이다. “바람이 공짜이고 청정에너지인 게 분명하지만, 발전기 자체는 순전한 화석 에너지의 결정체다. 원자재를 현장에 옮기고, 토목용 중장비가 길을 내고, 대형 크레인이 구조물을 세울 때마다 디젤유를 태운다.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위한 송전탑과 전선, 변압기에 들어가는 금속을 제작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유지하고 보수할 때도 화석 에너지에 의존한다.” 논리 전개가 비슷한 게 있지 않았나. 천 기저귀도 풍력 발전도, 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든 프로세스에서 화석연료에 의존한다.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 위원회가 18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상향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보다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이행계획을 확정했다.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빗발쳤다. 그럼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다시 스밀 교수다. 그는 먼저 목표를 제시한다. “(2050년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려면) 향후 25~30년 동안 세계 1차 에너지의 80%를 비탄소계 대체재로 교체해야 한다.”

이어 해결책이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세계 경제가 붕괴하거나, 현재의 능력을 넘어서는 규모와 속도로 새로운 에너지원을 채택하는 것이다.” 암울하다. 다행히 현실적인 해결책도 제시한다. “희망 사항이 아니라 현실을 바탕으로 1차 에너지 전환 가능성에 접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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