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족’ 꿈꾸는 MZ세대, 초고위험 파생상품에 ‘영끌 베팅’

중앙선데이

입력 2021.10.23 00:27

업데이트 2021.10.23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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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9호 01면

[SPECIAL REPORT]
MZ세대 투기장 된 파생상품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증권사에 입사, 팀장까지 맡을 만큼 승승장구하던 40대 조상우씨. 남들은 완벽한 삶이라 생각하지만, 실은 60억원 빚더미로 막다른 길에 몰려 있다. 증권사 다닌다더니 주식 투자를 했다 망한 거냐고 묻는 지인에게 조씨는 이렇게 말한다. “주식은 그렇게 (비중이) 크지 않고, 선물(先物)을 했어.” 최근 세계적인 인기를 모은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이다.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투자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장면에 대해 경험자들은 “절대 과장·허위 내용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파생상품 투자로 2억원의 빚이 생겼다는 박모(38)씨는 “일반 주식 등의 현물 투자에선 아무리 손실을 입어도 ‘없던 빚’이 생기지는 않지만, 파생상품은 다르다”며 “증거금을 담보로 고배율의 레버리지를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주식 투자에선 1000만원을 넣었다가 -20% 수익률이 나면 800만원이 된다. 그러나 선물에선 증거금 1000만원으로도 1억원짜리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데, 이 경우 -20% 수익률이 2000만원 손실로 둔갑한다. 그러면 1000만원의 빚이 생기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대상인 국내 파생상품에 비해 수십 배의 레버리지가 가능한 해외 파생상품은 한층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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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대거 해외 파생상품에 몰리고 있다. 특히 소액 투자로 이른바 ‘대박’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20·30대 ‘MZ세대’가 우르르 몰려가고 있다. 2017년 대비 21~30세의 지난해 해외 파생상품 거래액 증가율은 746.3%, 31~40세는 303.4%에 각각 달했다. 증시가 주춤하고, 암호화폐의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다. 빠른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도 늘었다. 한때 증시·암호화폐에 빠졌던 MZ세대가 또 다른 대박 상품을 찾아 나선 이유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무는 “파생상품은 내로라하는 금융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 고위험 투자 분야”라며 “초반에 수익이 나는 것 같더라도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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