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 초반 돌풍…“평가 좋아야 일감 는다” 품질에 총력

중앙선데이

입력 2021.10.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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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9호 06면

무노조 공장 GGM의 ‘상생 일자리’ 희망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직원들이 7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빛그린산단로333에 위치한 공장 내 캐스퍼 생산라인에서 조립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직원들이 7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빛그린산단로333에 위치한 공장 내 캐스퍼 생산라인에서 조립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경차인데도 든든하고, 공간이 여유 있어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구매한 차, 캐스퍼에 대한 문 대통령의 소감이다. 문 대통령은 이달 초 현대차가 설계하고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생산한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량 캐스퍼를 인수했다. GGM에 대한 응원의 뜻을 담아 캐스퍼를 온라인으로 직접 구매한 문 대통령은 이날 캐스퍼를 받아 청와대 경내를 돌아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캐스퍼를 개인적으로 구매해, 퇴임 후에도 계속 사용할 예정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캐스퍼는 지난달 사전예약 시작과 함께 내연기관차의 종전 사전예약 기록(그랜저 1만7294대)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대통령을 비롯해 사전예약자들은 캐스퍼의 강점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꼽는다. 이 차의 가격은 1385만~1870만원으로 동급의 경쟁 차종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현대차가 가성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건 GGM 덕분이다. 광주광역시 빛그린산단로 333에 위치한 GGM은 문 대통령이 ‘1호 지역 상생형 일자리 사업’으로 추진한 회사다.

연봉이 3500만원(초봉 기준)으로 다른 자동차 공장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일자리를 나눠 더 많은 지역 인재를 채용하자는 취지다. 그래서 임금 인상률도 앞으로 5년간 물가상승률 이내로 제한된다. ‘자동차 공장’하면 떠오르는 노조도 없다. 노조가 생긴다고 해도 노조의 핵심 기능인 ‘임금 협상’은 불가하다. 대신 수익이 나면 성과급으로 임직원과 나눌 예정이다.

노조 없고 노조 생겨도 임금협상 불가

대통령과 광주광역시의 도전은, 일단은 합격점을 넘은 것처럼 보인다. 이달 중순 GGM에서 만난 소지선(26) 매니저는 “GGM 전체 임직원 570명 중 93%인 550명 가량이 이 지역 출신”이라고 전했다. 경력직 모집 땐 타지에 나가 있던 이 지역 출신이 대거 지원하기도 했다. 소 매니저는 “나고 자란 곳에서 회사를 다니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데 GGM이 잘 돼 광주·전남권에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 상생’이라는 실험은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GGM은 기존 완성차 업체로부터 일감을 받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현대차가 GGM 지분 19%를 갖고 있지만, 현대차가 지속적으로 일감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와는 전혀 다른 회사로써, 완전히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GGM이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으면 헛일이다. GGM 임직원이 가장 강조하는 건 그래서 ‘품질’이다.

대학 졸업 후 자동차검사소에서 일하다 입사한 서문교(32) 매니저는 “친구 여럿이 함께 지원했는데 홀로 합격했다”며 “우리 회사가 생산한 자동차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야 앞으로 일자리가 늘고, 그래야 이번에 탈락한 친구들도 입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합격을 축하해 준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캐스퍼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종 품질관리 단계에서 근무 중인 유동훈(36) 매니저도 “GGM의 실력은 품질이고, 품질이 좋아야 더 많은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서 일감 받아야 살아남아

품질을 높이기 위해 GGM은 불량률을 5% 이내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완성차 공장의 불량률은 7% 정도다. 유 매니저는 “아직 품질을 평가하기 이르지만 1차 평가자라고 할 수 있는 발주처 현대차와 물류를 담당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에서 품질이 좋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며 “품질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종주 GGM 홍보실장은 “품질로 인정받으면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업체는 물론 한국에 진출한 해외 업체로부터도 얼마든지 일감을 받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공장 설계도 언제든 다른 차종을 유치해 조립할 수 있게 했다. GGM 내부에 설치된 조립 라인에 가벽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승용차부터 SUV, 내연기관차는 물론 수소·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까지 조립할 수 있게 설계한 것이다. 회사 측은 “기존 완성차 업체의 공장과 달리 GGM 조립 라인에는 휴게실이나 회의실을 한 곳에 배치했는데, 이는 향후 다른 차종을 생산할 때 전환에 용이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GGM이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는 연간 10만대 정도. 현대차와의 계약에 따라 캐스퍼를 연간 7만 대(5년간 총 35만 대) 생산하더라도 연간 3만 대 가량 추가 위탁 생산 주문을 받을 수 있다. 이 실장은 “혼류 생산은 3차종까지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상생’ 첫 단추인 캐스퍼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일단은 긍정적이다. 출고가 시작되면서 캐스퍼의 강점인 가성비가 더욱 견고해지는 모양새다. 주문이 밀려들고 있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주 2회 2시간의 잔업을 시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조만간 수요일에도 2시간 잔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에는 상반기께는 2교대 근무가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실장은 “현대차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캐스퍼 계약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추가 채용을 통해 2교대 근무를 해야 할 상황”이라며 “2교대 근무를 한다면 300~400명 정도를 더 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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