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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 노화된 50~70대 등산객, 배낭 무게 줄이고 스틱 필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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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9호 28면

생활 속 한방 

한반도가 화려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절기상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을 맞은 오늘 전국의 산들이 한껏 짙어진 단풍들로 울긋불긋하다. 시원한 가을바람과 아름답게 물든 가을 산의 유혹에 어김없이 등산객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의료진으로서 단풍이 찾아오면 등산객들의 무릎 건강을 가장 먼저 걱정하게 된다. 매년 이맘때쯤, 단풍에 이끌려 오랜만에 등산에 나선 이들이 하산 후 무릎 통증으로 병원을 많이 찾기 때문이다. 평지를 걸을 때보다 등산할 때는 체중의 5~7배의 하중이 무릎에 그대로 전달된다. 평소 적은 운동량으로 근육과 인대가 약해진 상황에서 준비 없이 산을 찾아 무릎을 혹사한 것이다.

무릎 관절염 환자 82%가 50~70대

특히 주된 등산객 연령층인 50~70대의 경우 등산으로 인한 무릎 부상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 무릎 관절의 노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잇대기 때문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무릎에 염증이 생기는 모든 질환을 뜻하는 무릎 관절증은 대부분 50~70대에게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기준 그 비중이 전체 환자(308만9826명)의 82%(253만6072명)에 달한다. 이미 무릎이 좋지 못한 중년들의 경우 등산을 하고 나면 무릎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관절이 붓고 열이 나면서 통증이 느껴지거나 걸을 때 소리가 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속적인 충격에 무릎 연골이 닳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무릎 통증을 겪는 이들의 상당수가 파스나 진통제 등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통증은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지만 연골의 경우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재생률을 높이고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치료를 제때 받지 않으면 무릎 연골 손상이 빨라져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퇴행성 무릎 관절염으로 악화할 수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주말을 맞은 오늘 가을 산행을 앞두고 있다면 무릎 건강을 위한 등산 계획을 세우도록 하자. 이미 등산을 마친 사람이라면 자신의 무릎이 퇴행성 무릎 관절염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통해 무릎을 튼튼하게 만들 것을 조언한다.

먼저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여주기 위한 등산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첫 번째는 배낭 무게 줄이기다. 손에 집히는 대로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챙겨 넣다 보면 배낭은 무거워진다. 문제는 무거워진 만큼 무릎이 받는 하중도 커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꼭 필요한 장비와 식량만을 챙기고 산행 동료와 짐을 나눠 오르도록 해야 한다.

본격적인 등산에 앞서 충분한 스트레칭도 필수다. 발목을 시작으로 무릎, 골반, 허리, 어깨 등을 가볍게 돌려 뻣뻣한 관절을 부드럽게 풀어줄 수 있다. 이어 ‘무릎 가슴으로 당기기’나 ‘다리 뒤로 올리기’ 등으로 무릎 주변의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면 좋다.

쉼 없이 서둘러 오르는 것은 무릎의 피로도를 높인다. 천천히 오르되 자주 쉬도록 해 무릎에도 휴식 시간을 주도록 하자. 또한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리듬에 맞춰 안정적으로 걷도록 해야 한다. 산 정상을 향한 성취감에 사로잡혀 자신의 무릎 상태를 간과하면 안 된다.

아울러 등산 스틱을 챙기도록 하자. 등산 스틱은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무릎으로 쏠리는 체중을 분산시켜주는 데 효과적인 장비다. 하산할 때는 체중의 최대 7배에 달하는 하중이 무릎에 가해진다. 체중이 70kg이면 약 420kg의 충격이 무릎에 계속 전달되는 것이다. 보통 스틱을 사용하면 무릎이 받는 충격을 30%가량 덜 수 있다. 하산 속도는 천천히, 보폭은 최대한 작게 발을 디디는 것도 충격을 줄이는 데 좋은 방법이다.

무리한 등산으로 무릎 통증과 함께 찾아온 무릎 관절염은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한방에서는 추나요법과 침 치료, 약침, 한약 처방 등이 병행된 한방통합치료로 무릎 관절염을 치료한다. 먼저 무릎 관절의 기능 이상을 확인한 한의사가 손 또는 신체 일부를 이용해 무릎 관절과 근육 등을 적절한 방향으로 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으로 기능을 회복시킨다.

이어 침 치료를 통해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통증을 줄인다. 한약재의 유효한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은 무릎 염증과 부기, 열감을 줄여주는 데 효과적이다. 국내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약침의 연골 및 뼈, 관절 보호 효과는 객관적으로 입증되기도 했다. 여기에 손상된 연골 재생을 돕는 한약을 체질에 맞게 복용하면 무릎 관절염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무릎 관절염에 대한 침 치료 효과는 최근 여러 연구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도 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지난해 SCI(E)급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Medicine (IF=3.9)’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침 치료를 받은 무릎 관절염 환자의 수술률이 약 8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 치료가 무릎 관절염 환자들의 통증을 줄여주고 기능을 회복시켜 수술률이 낮아진 결과다.

침 치료 받은 환자, 수술률 크게 낮아

자생척추관절연구소는 침 치료와 수술률의 연관성을 살피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코호트 데이터베이스(2002~2013년)를 활용했다. 이어 성별과 나이,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1대 3 성향점수 매칭을 실시해 침 치료를 받은 환자군 8605명, 대조군 2만5815명을 선정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대조군의 수술률은 0.93%(240명)로 침군(0.26%. 22명)보다 약 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든 연령대에서 침군의 수술률은 대조군보다 낮았다.

무엇보다 무릎을 튼튼하게 만드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특히 하체 근력을 키워주는 것이 핵심이다. 강화된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은 무릎 관절에 전달되는 충격을 효과적으로 줄여주기 때문이다. 무릎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는 운동으로 실내 자전거 타기와 가볍게 걷기 등을 추천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늘을 기점으로 이달 말까지 단풍이 절정이라고 한다.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떠나는 산행의 즐거운 마무리는 건강한 무릎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아직 올라봐야 할 단풍 명산은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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