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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중국 정부, 살인적 착취 공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59호 21면

아이폰을 위해 죽다

아이폰을 위해 죽다

아이폰을 위해 죽다
제니 챈·마크 셀던
푼 응아이 지음
정규식 외 3인 옮김
나름북스

2010년 3월 17세 노동자가 중국 폭스콘 공장을 뒤로한 채 4층 높이의 공장 기숙사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척추 세 곳과 고관절 네 곳이 골절되는 부상으로 하반신 마비를 입는다. 경제적 소득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IT 제품을 만든다는 낭만적인 미래를 꿈꾸며 고향에서 올라온 지 한 달 남짓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회사가 노동자 간 교류를 철저히 차단한 탓에 그는 기숙사 방을 함께 쓰는 8명의 룸메이트와도 마음 놓고 말 한마디조차 나누질 못했다.

폭스콘은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기기를 단독 생산하는 중국 최대 전자제품 제조 기업이다. 2006년 영국 언론 매체가 폭스콘 공장에 대해 ‘아이팟 착취 공장’이라고 고발했을 당시 폭스콘뿐만 아니라 애플은 노동 친화를 내걸며 노동자 착취는 없다고 부정했다. 하지만 2010년 한 해에만 폭스콘 공장에서 18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도를 했고 14명이 세상을 떠났다. 혁신·첨단 등 애플에 따라붙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가려진 비극이다.

연구자인 저자들은 ‘연쇄 자살’사건을 파악하는데 나섰다. 10년간 폭스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그들의 근무시간표와 월급명세서를 바탕으로 ‘중국의 전태일’들의 삶을 기록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매끈하고 영롱한 신형 아이폰을 기다리는 동안 중국 노동자들은 12시간 표준근무조차 보장받지 못한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열악한 작업 환경을 만드는 데는 애플·폭스콘 말고도 ‘공범’이 또 있다. 중국 정부 역시 노동자들의 처우를 외면했다. 오히려 직업학교를 통해 10대 학생들을 저임금 노동력으로 공급하는 데 앞장섰다. IT 최강국이 되겠다는 중국의 국가 목표와 최대 매출을 달성하려는 폭스콘의 이해관계 속에서 노동자들은 그렇게 한명 두명씩 서서히 희생됐다. 기계에 맞춰 움직이고 기계에 혹사당하는 수많은 노동자를 대신해 저자들은 “이제라도 노동자들의 존엄과 권리를 되찾을 때”라고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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