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은 제로섬 게임, 한 번 실패하면 재기 어려워”

중앙선데이

입력 2021.10.23 00:20

업데이트 2021.10.23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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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9호 11면

[SPECIAL REPORT]
MZ세대 투기장 된 파생상품

“파생상품은 낮은 비용으로 위험을 회피하려는 목적에서 탄생한 상품이다.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지키는 게 목적인데, 고수익 투자처로 오해해선 안 된다.”

윤재근(사진) 전 KDB유럽 은행장은 “파생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다면 투기일 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윤 전 행장은 KDB산업은행에서 금융공학실 스왑팀장, 옵션팀장, 금융파생팀장, 리스크관리부문장(부행장) 등을 역임했고 은행연합회 파생상품전문위원회 초대 의장을 지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원화금리옵션(Option)과 통화장기스왑(Swap) 등을 거래한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저서 『파생상품, 그 모든 이야기』는 파생상품의 교과서이자 일반 투자자의 투자 길잡이로 꼽힌다. 20일 윤 전 행장을 만나 파생상품 투자에 대해 물었다.

투자금 날리고 파산 사례 많아

윤재근 전 KDB유럽 은행장

윤재근 전 KDB유럽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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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투자가 각광받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금융 시장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경험하면서 시장 눈높이가 올라갔다. 그런데 올해는 증시가 지지부진하다. 파생상품에 눈을 돌릴 만하다. 적은 돈으로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파생상품은 단순히 주식 투자를 생각하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
주식 투자와 어떤 점이 다른가.
“파생상품의 종류가 다양하니 일단 가장 쉬운 주식 선물(Future)을 예로 들어보자. 주식 현물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식으로 투자한다. 선물은 오를지 내릴지 방향을 예상하고 양쪽으로 베팅할 수 있다. 시점도 맞춰야 한다. 선물·옵션에는 만기가 있다. 언제까지 오를지 내릴지, 시점까지 정해서 베팅해야 한다. 예컨대 주식시장이라면 삼성전자 주식이 오를지 내릴지 정도만 알아도 투자의 신이 될 것이다. 파생상품은 그러나 시점까지 맞춰야 하고, 만기일을 길게 잡을수록 들어가는 비용이 커질수 있다.”
주식 선물이 가장 쉽다고 했는데.
“금리나 환율, 원자재 파생상품 등 일반 투자자에게 생소한 분야는 쉽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기초자산이 되는 상품의 특성이 다양하니 하나하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거래 시간도 다르고 증거금 비율이나 청산 방식도 다르다. 주식시장보다 공부할 것이 더 많다는 뜻이다.”
파생상품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어떻게 공부하면 되나.
“파생상품 전반을 공부하고 특성을 이해한 다음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예컨대 선물 투자만 한다고 선물만 공부해선 안 된다. 선물·옵션·스왑 모두 이해해야 한다. 수요와 공급이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파생상품의 작동 방식을 이해했다면 투자하려는 상품의 기초자산 특성이나 시장 동향을 파악해야 한다. 거래 세부 조건도 미리 살펴야 한다.”
파생상품 투자 주의사항

파생상품 투자 주의사항

전문가가 아니라면 투자하기 어렵겠다.
“파생상품은 아무나 투자하라고 만든 상품이 아니다. 금융당국에서 일정 시간 교육을 받은 뒤 자격을 갖춘 투자자에게만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주식처럼 수업료를 내고 시장에서 배우라고 하기엔 개인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손실이 얼마나 날 수 있나.
“주식 현물에 투자할 때 최악의 상황은 투자금 전액을 날리는 것이다. 반면 파생상품의 손실 최대치는 이론상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 코스피200 지수 선물·옵션 거래시에는 4.9%의 증거금만 내면 되기에 부담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지수가 급격하게 변동하면 추가 증거금을 내야 한다. 2013년 옵션거래 실수 사고가 발생했던 한맥투자증권은 파산했다. 크고 작은 해외 사례는 무수히 많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한 번만 실수해도 재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준비없이 투자 땐 먹잇감될 뿐

준비가 됐다면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개인 투자자라면 파생상품에 올인하기보다는 투자의 보조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파생상품의 대표적인 기능인 위험회피(Hedging)의 어원은 ‘울타리를 치다’라는 뜻이다. 양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치는 것처럼 손실이든 수익이든 확정을 짓는다는 의미다. 예컨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미국 주식이니까 당연히 달러로 매수했을 것이다. 주식이 올라서 팔더라도 다시 원화로 환전해야 한다. 그런데 원·달러 환율이 이제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럴 때 달러 선물을 활용할 수 있다. 주식은 그대로 보유하고 달러 선물을 매도해 환율 변동은 막고, 주식에서 계속 이익이 나길 기다리는 것이다.”
선물 ETF 같은 상품 투자는 어떤가.
“자산운용사에서 만들어 놓은 선물 ETF(상장지수펀드)나 ETN(상장지수증권)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달러 선물을 매도하려면 교육도 받고 증거금도 계속 관리해야 해서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쉽지 않다. 달러 선물 대신 ETF·ETN에 투자하면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번거로움이 줄어들 뿐 상품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어떤 점 때문인가.
“지난해 문제가 됐던 원유선물 ETF가 좋은 사례다. 국제유가가 급락한 뒤 상승해도 원유선물 ETF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손실이 복구가 안됐다. 선물을 기반으로 한 ETF는 ‘롤오버(Roll-over)’가 계속되는 탓이다. 투자자는 판 적이 없는데 ETF 안에서는 계속 사고팔고 하고 있는 것이다. 선물이 만기가 있는 까닭에 만기가 임박하면 다시 새로 선물에 투자하는 식으로 교체를 해줘야 한다. 교체할 선물과 기존 선물 간의 가격이 다르다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인버스 ETF 같은 선물 기반 상품들은 모두 해당된다. 이런 특성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파생상품이 들어간 상품에는 손대지 말아야 한다.”
투자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할 부분은.
“시장은 미숙한 개인 투자자라고 봐주지 않는다. 주식과 달리 선물·옵션은 정확한 이론상 가격을 계산할 수 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가격이 조금만 정상 범위에서 이탈해도 바로 알아차리고 이익을 챙긴다. 더구나 선물·옵션은 제로섬 게임이라 누군가 이익을 내려면 상대방은 손실을 봐야 한다. 장이 좋으면 모두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시장과는 다르다. 충분한 준비 없이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는 먹잇감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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