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뺀 유동규 기소에 檢 분분…"고육지책" "부실수사"

중앙일보

입력 2021.10.22 17:01

업데이트 2021.10.22 20:22

검찰이 전날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구속기소하면서 구속영장에 넣었던 배임 혐의를 일단 제외한 걸 두고 검찰 안팎의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배임 등의 경우 공범 관계 및 구체적 행위 분담 등을 명확히 한 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검찰이 주요 사건을 수사하면서 혐의를 분리해 기소한 건 흔치 않은 일이어서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지난 2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부정처사후수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당초 구속영장에 적시했던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혐의는 일단 뺐다. 사진은 유 전 본부장을 체포해 조사하던 지난 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지난 2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부정처사후수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당초 구속영장에 적시했던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혐의는 일단 뺐다. 사진은 유 전 본부장을 체포해 조사하던 지난 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의 모습. 연합뉴스

앞서 검찰은 전날 유 전 본부장을 2013년 남욱(48) 변호사, 정영학(53) 회계사, 부동산업자인 정모(52)씨에 사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3억5200만원을 건네받고, 2014~2015년 대장동 개발업체 선정과 사업협약·주주협약 체결 과정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에 유리하도록 편의를 봐준 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씨로부터 700억원(세후 428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부정처사후수뢰)로 구속기소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22일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 김만배씨가 수백억원을 줄 것처럼 얘기하자 맞장구치며 따라다니면 얼마라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에 동업자들 사이에 끼여 녹음 당하는 줄도 모르고 얘기하다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잘못 몰린 사건”이라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에 적시됐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는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유 전 본부장이 민간에 특혜를 몰아줘 성남시가 100% 출자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1100억원대의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배임 혐의는 아직 다듬어야 할 게 있어서 기소를 미룬 것이지 수사를 포기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배임 혐의 피의자 신분을 유지하면서 소환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용이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부연했다. 배임까지 재판에 넘길 경우 피의자에서 참고인으로 신분이 전환되는 걸 고려한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뒤 서울구치소로 호송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뒤 서울구치소로 호송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여태까지의 수사가 부실수사였다고 자인한 셈”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김만배씨를 배임의 공범으로 엮어서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수사가 잔뜩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며 “배임과 뇌물을 분리해서 기소한 건 보완 수사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도권 지검의 한 간부도 “분리 기소의 전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자체로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받는 일이어서 주요 사건 수사 땐 드문 일”이라고 꼬집었다.

구속영장 범죄사실 중 기소 대상에서 빠진 건 배임만이 아니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엔 김만배씨로부터 5억원을 받았다고 적시됐지만, 공소장엔 포함하지 않았다. 검찰은 전날 뇌물 혐의에 대해선 별다른 계획을 밝히지 않았는데, 뇌물액을 상향하려면 추가 기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판이 개시된 후 공소장을 변경할 수도 있으나, 이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유 전 본부장 측의 보석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 추가 수사는 더 큰 난항을 겪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보석 신청과 관련해 “아직 고려한 적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 관계자 20여명이 지난 21일 성남시청 시장실과 비서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 관계자 20여명이 지난 21일 성남시청 시장실과 비서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가피한 축소 기소로 ‘윗선’ 수사 전망이 불투명해졌단 지적도 나온다. 실제 검찰은 전날 성남시청 시장실·비서실·부속실 등을 대상으로 집행한 압수수색영장에 이재명 경기지사(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나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등을 피의자로 적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검찰 관계자들이 시장실 PC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할 땐 키워드에 ‘이재명’도 넣었다고 한다. 성남시청 4층에 위치한 서고도 압수수색해 과거 시장 결재 문건 등도 확보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한 법조계 관계자는 “향후 이 지사에 대한 혐의점을 포착해도 이 지사 이름이 없는 영장으로 확보한 압수물을 증거로 활용할 수 있을지 논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檢, 성남시 서버 8일째 압수수색

검찰은 이날도 성남시청 정보통신과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벌였다. 지난 15일 첫 압수수색 이후 여섯 번째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대상은 정보통신과에서 관리하는 서버 한 곳일 뿐 여러 곳이 아니라서 유효기간이 남은 압수수색영장으로 집행이 가능하다”며 “서버를 통째로 가져오면 성남시 일부 업무가 중단될 수 있고, 성남시 직원이 검사실에 와서 입회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수사팀이 매일 가서 범죄사실과 관련성 있는 정보를 추출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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