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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여보, 라면?” “콜”…당신이 최고 야식 친구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105)

종종 연예프로그램에서 젊은 부부를 초대해 노부부의 모습으로 변장 후, 서로를 마주하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미래의 너와 나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순간입니다.

얼마 전 결혼기념일을 맞아 찾은 장소에서, 90대로 변신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뭉클해 하던 가수 이지혜 부부의 모습도 방송되었습니다. 50년 후 모습을 확인한 부부는 서로에게 말합니다. “우리 와이프 예쁜데? 늙었는데 너무 예쁘다.” 남편은 말했고 이지혜는 “우리 자기 왜 이렇게 늙었어? 마음이 이상하다”고 했죠. 사진기 앞에 선 이지혜는 내일의 추억을 오늘 남기며 오늘이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며 평생 지은 표정이 늙어서 나오다니 늘 잘 웃자고 다짐합니다.

몇십년 뒤 상대의 모습을 미리 만나보는 장면에서 대게 공통된 장면이 확인됩니다. 얼굴을 마주친 순간 서로가 한참을 말없이 바라봅니다. 분명 익숙한 내 사람인데 낯설기만 합니다. 그리곤 이내 눈물을 글썽이죠.

남녀노소를 구분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바로 시간입니다. 나이 들어감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인데 사실 많은 사람이 큰 준비 없이 나이 들어갑니다. 노후의 건강과 경제적 고민 외 다른 고민의 자리는 크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지 않음을 모두가 잘 알면서도 많은 순간 마치 지금이 영원할 것처럼, 지금 내 옆의 사람이 늘 그렇게 있을 것처럼 행동하고 말합니다.

누구나 맞이하는 노년이지만 어쩐지 상상해 보는 것은 두렵기도 서글프기도 합니다.

실제 간단한 분장을 통해 노인 분장 후 흑백사진에 모습을 담아주는 ‘타임슬립 황혼 사진관’이 있습니다. 누구나 방문하면 50년 후 미래의 모습을 미리 찍어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연들로 방문하는데 누군가는 ‘늙을 때까지 건강하자’ , 또 누군가는 ‘70, 80대의 그 모습을 우리가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방문한다고 합니다.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큰 준비 없이 나이 들어간다. 그렇지 않음을 알면서도 지금이 영원할 것처럼, 내 옆의 사람이 항상 있을 것처럼 행동한다.[ 사진 Pxhere]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큰 준비 없이 나이 들어간다. 그렇지 않음을 알면서도 지금이 영원할 것처럼, 내 옆의 사람이 항상 있을 것처럼 행동한다.[ 사진 Pxhere]

얼마 전 『당신과 이렇게 살고 싶어요 : 구딩노부부처럼』 라는 제목의 그림 에세이를 서점에서 발견하고 기분 좋게 읽었습니다. 일러스트를 통해 감동을 전하는 긴숨 작가의 그림에서 함께여서 더 건강한 가상의 ‘구딩 노부부’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타임슬립 황혼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는다면 이런 모습이고 싶은 딱 그 모습의 노부부입니다.

아직 미혼인 작가는 유럽 연수에서 만난 노부부 커플을 보며 처음으로 ‘이렇게도 나이들 수 있구나! 나도 이렇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물론 문화의 차이일 수 있겠지만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노부부의 모습, 젊은이처럼 멋지게 차려입고 일상을 즐기는 노부부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던 겁니다. 거기서 받은 영감으로 평소 생각하던 노년의 모습을 구딩 노부부로 그리게 되었죠.

구딩 노부부의 일러스트와 책은 특히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신혼부부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책 제목처럼 ‘이렇게 살고 싶어요’라는 반응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처음 작품을 시작할 때는 ‘마냥 환상’이라 생각했는데 작품을 보고 우리 부부 같다는 말을 하는 분도 많답니다.

실제로 책을 보고 있으면 정말 그림 같은 일상, 그림에서나 가능한 노부부의 아름다운 기록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살고 싶다. 이렇게 살아야지 하는 다짐은 중요해 보입니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구딩 노부부의 모습과 함께 쓰인 짧은 글을 통해 소설 같은 이야기라는 생각 한편으로 나도 그랬으면 하는 기대를 갖습니다.

① 밤늦게 라면이 생각나는 날, ‘여보, 라면?’ 하고 눈빛을 보내면 바로 “콜!”을 외치는 당신. 당신이 최고의 야식 친구예요

부부의 여정은 힘든 일이 많고, 어쩌면 행복한 순간은 한 단면에 불과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함께라서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도 분명 있다. [사진 flickr]

부부의 여정은 힘든 일이 많고, 어쩌면 행복한 순간은 한 단면에 불과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함께라서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도 분명 있다. [사진 flickr]

② 당신 손을 꼭 잡고 강가를 산책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다가와서 우리를 사진에 담고 싶다고 말해요. 그때 당신은 내게 눈빛으로 말했어요. ‘어때요?’ ‘좋아요!’ 강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장 찰칵!

벙거지에 에코백을 든 흰머리 구딩 노부부의 소박하지만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불안한 미래 속의 노년의 모습이 어쩌면 설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가의 말처럼 부부의 여정은 힘든 일이 많고, 어쩌면 행복한 순간은 한 단면에 불과할 수 있지만, 분명 함께여서 행복한 순간들이 있겠지요.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 건강한 육체와 노년을 책임져 줄 통장 잔고 만큼 중요한 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입니다. 몸은 약해지더라도 마음은 단단해지는 것, 그 단단한 마음을 유지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일 수 있을겁니다.

내 생각 속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이 든 우리 부부의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나요? 늘 꽁냥꽁냥할 수 없지만 그래도 소소한 재미와 행복은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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