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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집합금지 또 한달 연장…살얼음 걷는 '위드코로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높은 백신 접종률에 기반해 아시아 최초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선언했던 싱가포르가 다시 한번 난관에 부딪혔다. 위드 코로나 기조 유지를 위해 중요한 사망자 수가 역대 최다로 발생한 데다, 확진자 수의 기록적 증가로 의료계의 부담도 한계에 이르면서다.

지난 8월19일 싱가포르 창이 공항 출국장에서 한 여행객이 짐을 끌고 나오고 있다. [신화=뉴시스]

지난 8월19일 싱가포르 창이 공항 출국장에서 한 여행객이 짐을 끌고 나오고 있다. [신화=뉴시스]

21일(현지시간) 미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싱가포르 보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불행히도 우리의 의료체계가 지속적 압박을 받으며 상황 안정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내달 21일까지 지금의 방역 지침을 연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싱가포르 의료계가 현재 겪고 있는 ‘지속적이고 과도한 환자 부담’으로 더 이상의 확진자 증가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가 지난 6월 향후 방역 조치를 해제하고, 코로나19를 독감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며 싱가포르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싱가포르는 8월에는 위드 코로나를 위한 4단계 로드맵을 발표하고 같은 달 19일부턴 이를 준비하는 실질적인 완화 단계로 들어갔다. 백신 접종을 받은 경우 모임 가능한 인원을 기존 2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기업들도 직원의 50%를 사무실로 출근시킬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후 상당 기간 감염자 ‘0’명을 기록했던 싱가포르에서 확진자가 급속히 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1000명을 넘어섰다. 이에 지난 9월 다시 모임 가능 인원을 기존 5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재택근무도 의무화했다.

싱가포르 백신 센터에서 백신 접종 예약을 받고 있다. [신화=뉴시스]

싱가포르 백신 센터에서 백신 접종 예약을 받고 있다. [신화=뉴시스]

싱가포르 방역 당국의 이러한 방침은 오는 24일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확진자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며 이를 다시 연장하게 됐다. 지난 19일 싱가포르의 일일 확진자 수는 3994명을 기록했고 20일 사망자도 18명으로 역대 최다를 경신했다. 사망자 가운데 백신 완전 접종자는 9명, 백신 미 접종자는 8명, 백신 1차 접종자는 1명이었다. 이날 로렌스 웡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공동 단장은 “병원 내 격리 병상의 90%가 들어찼고, 중환자실 병상 역시 3분의 2 이상이 채워진 상황”이라며 “의료 체계가 붕괴할 위험에 처해있다”고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싱가포르의 이 같은 확진자 증가는 이 나라의 높은 백신 접종율에 비추어 우려를 낳고 있다. 싱가포르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약 570만 인구 가운데 84%가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상태라고 한다. 앞서 국내 보건당국은 “접종 완료율이 85%가 되면 집단면역은 약 80%에 이르게 된다”며 국내 위드 코로나 도입의 기준점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7월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하고 모임 인원 제한을 완화하는 ‘위드 코로나’를 도입한 영국에서도 8일 연속 확진자가 4만 명을 넘기고, 사망자도 최근 7개월 새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 영국의 백신 완전 접종률은 전 국민의 68% 수준이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이 20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에서 기자회견 하고 있다. 이날 자비드 장관은 “코로나 19의 대유행이 끝나지 않았다. 올겨울 일일 신규 확진자가 최대 10만 명에 이를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우리 의료계가 마주한 부담은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다. 백신 접종을 꼭 해달라”고 당부했다. [AP=뉴시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이 20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에서 기자회견 하고 있다. 이날 자비드 장관은 “코로나 19의 대유행이 끝나지 않았다. 올겨울 일일 신규 확진자가 최대 10만 명에 이를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우리 의료계가 마주한 부담은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다. 백신 접종을 꼭 해달라”고 당부했다. [AP=뉴시스]

마찬가지로 인구의 약 68%가 백신 접종을 완료한 네덜란드도 지난주 대비 확진자 수가 약 44% 증가하며 일부 병원들은 코로나19 환자 외에 일반 진료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네덜란드는 지난 9월 25일 이후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대폭 축소하며 위드 코로나를 준비해왔다.

다만 싱가포르 보건부는 “여전히 많은 확진자가 백신을 맞지 않은 60세 이상 연령층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위드 코로나 기조는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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