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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발레가 된 보석, 보석이 된 발레…그 운명적 만남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민은미의 내가 몰랐던 주얼리(85)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가 발레가 됐다’-. 국립발레단(단장 겸 예술감독 강수진)이 2021년 신작 ‘주얼스(Jewels)’를 10월20일~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렸다. 발레 ‘주얼스’는 신고전주의 발레의 창시자 조지 발란신이 반클리프 아펠의 보석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한 작품. 각기 다른 음악과 의상, 움직임을 통해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 3가지 보석을 표현했다.

발레 ‘주얼스’는 3막으로 구성됐다. 각 막마다 하나의 보석과 한 명의 작곡가에 대한 찬사를 담아 완성했다. 1막 ‘녹색 에메랄드’, 2막 ‘붉은 루비’, 3막 ‘다이아몬드’로 구성된 발레 ‘주얼스’는 1967년 4월 뉴욕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20세기의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주얼스’ 포스터. [사진 국립발레단]

‘주얼스’ 포스터. [사진 국립발레단]

보석과 발레의 운명적 조우

보석과 발레의 만남. 그 시작은 어디일까. 발레와 반클리프 아펠과의 만남은 1920년대부터 시작됐다. 반클리프 아펠은 1895년 보석 세공사의 아들인 알프레드 반클리프와 보석상의 딸 에스텔 아펠의 결혼을 통해 탄생한 브랜드다. 알프레드 반클리프는 1906년 파리 방돔 광장에 최초의 매장을 열고 아펠 가문의 삼형제와 함께 사업을 키워나갔다.

피에르 아펠(왼쪽), 뉴욕시티발레단의 발레리나 수잔 패럴(가운데), 안무가 조지 발란신(오른쪽), 1976년경. [사진 반클리프 아펠]

피에르 아펠(왼쪽), 뉴욕시티발레단의 발레리나 수잔 패럴(가운데), 안무가 조지 발란신(오른쪽), 1976년경. [사진 반클리프 아펠]

발레를 매우 사랑했던 루이 아펠은 보석 디자이너인 조카 클로드 아펠을 방돔 광장 매장에서 가까운 세계 최대 규모의 오페라 극장인 오페라 가르니에에 종종 데려갔다. 루이 아펠의 발레를 향한 애정 덕분에 1940년대 초에 첫 발레리나 클립이 탄생했다. 이는 곧 브랜드의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고, 발레리나 클립의 우아한 자태와 아름다운 의상은 컬렉터들을 매혹시켰다.

스페니시 댄서 클립, 1941년. 에디 발레리나 클립: 반클리프 아펠. 파 드 되 발레리나 클립. [사진 반클리프 아펠]

스페니시 댄서 클립, 1941년. 에디 발레리나 클립: 반클리프 아펠. 파 드 되 발레리나 클립. [사진 반클리프 아펠]

특히 1941년에 제작된 스페니시 댄서 클립(브로치, 헤어 클립, 목걸이 펜던트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용도의 주얼리)은 가장 상징적인 발레리나 작품 중 하나다. 댄스 포즈를 포착한 이 작품은 선과 움직임의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낸다. 조각된 댄서는 다이아몬드 얼굴에 루비와 에메랄드로 만든 머리장식을 하고 루비와 에메랄드의 부채를 들고 있으며, 주름진 드레스는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로 빛난다. 춤의 세계에서 영감을 받은 발레리나 클립은 고유의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통해 브랜드의 우아한 존재감을 더해주는 아이코닉한 작품 중 하나다.

36.82 캐럿의 오벌 컷 블루 사파이어(스리랑카산) 1개가 메인스톤으로 장식된 커르 드 발레 네크리스, 발레 프레시유 컬렉션(좌). 블랙 스피넬, 오닉스, 화이트 컬처드 펄,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블랙 & 화이트 댄서 더블 클립, 발레 프레시유 컬렉션. [사진 반클리프 아펠]

36.82 캐럿의 오벌 컷 블루 사파이어(스리랑카산) 1개가 메인스톤으로 장식된 커르 드 발레 네크리스, 발레 프레시유 컬렉션(좌). 블랙 스피넬, 오닉스, 화이트 컬처드 펄,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블랙 & 화이트 댄서 더블 클립, 발레 프레시유 컬렉션. [사진 반클리프 아펠]

발레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은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과 같은 유명 발레 작품에 찬사를 보내는 2013년도작 ‘발레 프레시유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탄생시켰다. 하나의 하이 주얼리 작품은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작품을 선보이기까지 예술을 향한 열정과 노력, 독창성과 장인의 기술력 등 총 집합체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완성된다는 점에서 발레와 일맥상통한다. 또한 발레리나 뮤지컬 컬렉션의 시계 3점을 통해 발레 ‘주얼스’의 각 3막을 형상화했다. 발레가 주는 경이로움을 완벽하게 나타내기 위해 손목시계에 실제 극장 무대를 3차원의 예술 작품으로 재현했다.

1막 에메랄드- 초록빛 로맨틱 발레로의 초대

1막 에메랄드는 19세기 프랑스 고전 낭만 발레 형식이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의 음악과 만난다. ‘우아함과 안락함, 드레스, 향수’를 떠올리게 하면서 프랑스 낭만주의를 환기시킨다. 긴 녹색 로맨틱 튜튜를 입고 곡선 위주의 팔 동작과 섬세한 스텝을 선보이며 마치 공기 중에 부유하듯 부드럽게 춤을 추는 무용수의 모습으로 청아한 녹색 보석 에메랄드를 표현했다. 무대 전체가 에메랄드 초록빛으로 물든다.

2막 루비- 붉은 열정, 뿜어나는 활기와 산뜻한 재치

3막 중 가장 활기찬 무대를 선보이는 2막 루비는 스트라빈스키의 음악과 함께 재즈풍의 발레를 표현했다. 보다 경쾌하고 재치 있는 움직임이 돋보이는 2막은 남녀 무용수 할 것 없이 재기발랄한 안무를 선보인다. 미국 발레 스타일 특유의 자유로움과 위트를 한껏 느낄 수 있으며 피아니스트 김영호, 조재혁의 연주와 어우러져 더욱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무대가 된다. 댄서들의 역동적인 동작과 피아노 선율로 인해 붉은색 열정을 분출하는 루비의 에너지는 강렬하다.

3막 다이아몬드- 순백의 순수함, 그 아름다움의 결정체

3막 다이아몬드는 조지 발란신이 유년 시절을 보낸 러시아의 황실 발레를 표현한다. 러시아 클래식 음악의 거장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3번과 어우러져 발레의 우아함과 황실의 위엄을 상기시킨다. 마치 밤하늘에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혀 있는 듯한 무대의 모습은 관객들을 찬란한 반짝임에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3막은 ‘주얼스’의 피날레답게 압도적인 인상과 깊은 여운은 남겨준다. 순백색 의상을 입은 발레리나의 몸짓 하나하나가 마치 다이아몬드의 광채처럼 살아 숨쉬는 듯 무대를 수놓는다.

윗 그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1막을 담은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뮤지컬 에므로드 워치, 2막을 표현한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뮤지컬 루비 워치, 3막을 담은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뮤지컬 디아망 워치. 아래는 커튼 닫힘과 커튼 열림(아래). [사진 반클리프 아펠]

윗 그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1막을 담은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뮤지컬 에므로드 워치, 2막을 표현한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뮤지컬 루비 워치, 3막을 담은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뮤지컬 디아망 워치. 아래는 커튼 닫힘과 커튼 열림(아래). [사진 반클리프 아펠]

작품 속 의상은 각 보석 고유의 빛깔과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 ‘주얼스’ 의상에 사용되는 보석 역시 실제 보석의 질감과 최대한 흡사하게 제작되었다고 한다. 2021년 신작 ‘주얼스’에는 국립발레단 간판 무용수가 총출동했다. 보석이 된 발레. 발레가 된 보석. 그 운명적인 만남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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