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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잡는 '드론 킬러'…이 총 맞으면 40분 묶였다가 추락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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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드론 침공 ‘무방비’ 안티드론 시스템 첫 도입

국정원과 영월군이 드론 테러·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19일 국토부 산하 영월 드론 전용비행시험장에서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영월군]

국정원과 영월군이 드론 테러·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19일 국토부 산하 영월 드론 전용비행시험장에서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영월군]

공항·원전 등에 불법드론이 날아들자 고성능 레이더와 카메라가 이를 감지한 후 드론건(전파교란장비)을 발사한다. 드론건에 의해 제어권을 빼앗긴 드론은 40분가량 옴짝달싹 못 하다 배터리가 방전돼 추락한다. 국가 주요 보안시설에서 불법 비행을 하는 드론의 최후다.

불법 비행을 하는 드론을 무력화하는 안티드론(Anti-Drone) 시스템이 국내에도 도입된다. 강원 춘천시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한강수력본부는 오는 11월 수력발전소에 드론건 2대를 배치할 예정이다. 한수원 측은 올해 내로 원자력발전소 5개 사업소 전체에 드론건을 도입할 방침이다.

한수원이 안티드론 시스템을 도입한 건 최근 몇 년 사이 국가 주요 보안시설마다 불법 비행을 하는 드론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국정원 주도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 

국정원과 영월군이 드론 테러·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19일 국토부 산하 영월 드론 전용비행시험장에서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영월군]

국정원과 영월군이 드론 테러·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19일 국토부 산하 영월 드론 전용비행시험장에서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영월군]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에 사용된 드론건과 다기능 관측경 모습. [사진 영월군]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에 사용된 드론건과 다기능 관측경 모습. [사진 영월군]

불법드론에 대한 문제의식은 2019년 8월 부산 고리원전 주변에서 드론으로 추정되는 미확인 비행체 4대가 동시에 떠 있는 모습이 포착되며 본격화됐다. 원전의 경우 국가 주요 보안시설로 항공안전법에 따라 주변 3.6㎞ 내는 비행금지구역, 반경 18㎞ 내는 비행제한구역이다.

미확인 비행체 4대가 포착된 이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고리원전 일대 비행 제한구역에서 무단으로 드론을 날린 14명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불법드론이 출몰하자 한수원과 국토교통부는 안티드론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불법드론 피해가 가장 큰 인천국제공항도 무력화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 등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조오섭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8월 말까지 불법드론 때문에 회항 8대, 복행 9대, 출발지연 17대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 기간 탐지된 불법드론 179건 중 실제 적발로 이어져 과태료가 부과된 것은 33건(18%) 수준이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7월 33억5000만원을 들여 드론탐지 시스템은 구축했지만, 무력화 시스템은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인천공항 33억 들여 드론 탐지시스템 도입

국정원과 영월군이 드론 테러·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19일 국토부 산하 영월 드론 전용비행시험장에서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영월군]

국정원과 영월군이 드론 테러·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19일 국토부 산하 영월 드론 전용비행시험장에서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영월군]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전파차단방식에 대한 정부 차원의 안전성 검증 등 ‘불법드론 지능형 대응기술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유관기관과 협의를 통해 공항운영환경에 맞춘 무력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법드론을 무력화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물리적인 타격을 가하는 ‘하드킬(Hard kill)’과 전파 신호를 이용하는 ‘소프트킬(Soft Kill)’ 방식이다.

하드킬은 총기·그물·레이저·맹금류 등을 활용한다. 이 중 눈에 띄는 건 맹금류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방향 전환과 움직임이 민첩한 매나 독수리를 불법드론 격추에 활용하는 것인데 훈련 등의 문제로 실제로 현장에 도입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호주 캔버라주에서 음식과 의약품 등을 배달하는 드론이 까마귀의 공격을 받아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소프트킬은 재밍(Jamming), 스푸핑(Spoofing) 등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재밍은 드론이 사용하는 주파수를 파악해 더 강한 세기로 주파수의 전파를 발사해 드론과 조종사의 통신을 무력화시킨다. 이번에 한수원이 도입하는 드론건이 재밍 기술을 활용해 드론을 무력화하게 된다.

드론 무력화 ‘하드킬’과 ‘소프트킬’ 

국정원과 영월군이 드론 테러·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19일 국토부 산하 영월 드론 전용비행시험장에서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영월군]

국정원과 영월군이 드론 테러·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19일 국토부 산하 영월 드론 전용비행시험장에서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영월군]

레이더와 연동된 드론 퇴치 통합 솔루션. [중앙포토]

레이더와 연동된 드론 퇴치 통합 솔루션. [중앙포토]

스푸핑은 비행하는 불법드론에 가짜 GPS정보를 전달해 드론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한다. 예컨대 100m 높이에서 날고 있는 불법드론을 향해 ‘200m 높이에서 날고 있으니 100m를 낮춰라’라는 가짜 신호를 보내 드론이 100m를 낮춰 바닥에 닿도록 한 뒤 탈취하는 방식이다.

국가정보원도 국가 주요 보안시설에 대한 피해 예방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국정원은 영월군과 함께 지난 19일 국토부 산하 영월 드론 전용비행시험장에서 ‘드론테러 대비 합동 대응훈련’을 했다. 당시 훈련에는 국토부·강원도청·2군단·552안보지원부대·강원소방본부를 비롯해 양양국제공항·소양강댐 등 국가 보안시설 대테러·보안담당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안티드론 시스템 도입 시 탐지와 식별, 무력화 등 종합적으로 시스템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항공안전기술원 강현우 미래항공연구실장은 “안티드론 시스템은 3~5㎞ 거리를 레이더로 탐지하고 주파수 스캔장치를 통해서 드론이 맞는지를 확인한 뒤 점점 가까워지면 경보를 울리고 드론건 등으로 무력화를 시키는 등 여러 단계로 진행된다”며 “국가 주요 보안시설에서 필요성을 느끼고 불법드론이 주로 날아드는 장소나 패턴을 연구하고 조사하는 등 단계별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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