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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유승민 아들도 ‘푸른피’…삼성이 공채 고집하는 이유 [삼성연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가석방 이후 첫 공식행사로 지난달 14일 열린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에 참석해 김부겸 국무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삼성은 이날 앞으로 3년 동안 3만 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가석방 이후 첫 공식행사로 지난달 14일 열린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에 참석해 김부겸 국무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삼성은 이날 앞으로 3년 동안 3만 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다음 달 6~7일 ‘삼성고시’라고 불리는 삼성직무적성검사,  즉 ‘지사트(GSAT·Global Samsung Aptitude Test)’가 온라인으로 치러진다.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위한 절차다.

삼성 입사 필기시험은 용어는 GSAT와 1995년 도입된 ‘사트(SSAT·Samsung Aptitude Test)’가 함께 쓰이다 2015년 GSAT로 통일됐다. 한때 매년 20만여 명이 응시한다고 알려진 SSAT는 ‘삼성수능’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요즘 하반기 공채 ‘입시’를 앞둔 취업준비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GSAT 후기와 고득점 비결을 공유하기 바쁘다.

다음달 6~7일 온라인 ‘삼성고시’

지난달 7일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삼성생명·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들은 하반기 채용을 시작한다고 공고했다. 공채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재계 5대 그룹 중 삼성이 유일하다. 다른 대기업들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맞춰 공채를 폐지하고, 대신 계열사별 수시채용을 도입하는 추세다. 필요한 시기 적재적소에 준비된 인력을 채용한다는 취지다.

사업부별로 나눠서 채용하는 현재의 삼성 공채 방식이 계열사별 수시채용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문도 있다. 과거처럼 그룹 차원에서 신입사원을 대규모로 뽑아 각 계열사에 ‘뿌리는’ 방식이 아니라서다.

하지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채용 시기와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게 수시채용과 가장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 역시 “삼성이 계속 공채를 해줘 다행이다” “삼성 공채가 사라지면 그냥 공채가 사라질 듯” 같은 반응이다.

“책임감 보여주면서 자신감도 과시”

지난 2014년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응시생들이 고사장이 마련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대부고에서 시험을 마친 후 건물을 나서고 있다.  이날 시험에는 10만 여 명이 지원했다. [뉴스1]

지난 2014년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응시생들이 고사장이 마련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대부고에서 시험을 마친 후 건물을 나서고 있다. 이날 시험에는 10만 여 명이 지원했다. [뉴스1]

삼성은 왜 공채를 고집할까. 삼성 측은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와 희망을 제공하고, 국내 채용 시장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한 전직 삼성맨은 “한꺼번에 수천 명의 신입사원을 뽑고, 조직 내에서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 아니겠냐”며 “국내 1위 기업으로서 사회적 시선과 책임을 고려한 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 사회적 책임 확대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삼성은 1957년 국내 최초로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했다. ‘인재제일’이라는 경영 이념에 따라 전국의 인재를 뽑기 위해서다. 과거 삼성 인사팀에서 발행하는 잡지 이름이 ‘인재제일’이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면접관 뒤에 금테 안경 쓴 회장님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공채 초기 신입사원 면접에 꼭 직접 참석했다고 한다. 첫해 1200여 명이 지원해 27명이 선발됐다고 알려졌다. 소문난 수재들, 유력 집안의 자녀들이 삼성맨으로 입사했다. 이후 삼성의 상징색인 ‘푸른피’로 바뀐다는 표현이 있을 만큼 ‘혹독한’ 연수과정을 거쳤다.

워낙 많은 인력을 선발하다 보니 삼성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최근엔 유력한 야권 대권 주자인 유승민·홍준표 국민의힘 후보의 자녀가 삼성전자에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삼성 인재경영의 모든 것』의 저자이자 25년 동안 삼성에서 근무한 가재산 한류경영연구원장이 전하는 얘기다.

“1978년 본 면접에 대해 당시 관상가로 유명한 백운학 선생이 참관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전형위원인 사장단 5명 뒤에 금테 돋보기를 쓴 이병철 회장이 앉아 있었다.”

총장 추천제로 대학 서열화 논란도  

여기서 가재산 원장이 꼽는 삼성 면접의 가장 큰 특징은 ‘스마트함’이다. “다른 대기업에서는 한꺼번에 몇백 명을 모아 놓고 4~5명씩 면접을 치르니 한없이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삼성은 1시간 단위로 잘라서 일정 인원을 조별로 진행했다. 당연히 대기시간이 20~30분에 불과했다. 면접이 끝나고 받은 봉투에는 식대와 교통비가 들어 있어 ‘삼성은 뭔가 다르구나’ 싶었다.”

삼성은 60년 넘게 공채 제도를 운영하면서 그동안 크고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2014년엔 SSAT 등 공채 응시 과열을 막기 위해 대학 총장 추천제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대학 서열화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발표 13일 만에 철회했다. 최근 경영 환경의 급변으로 또 한 번 고민의 갈림길에 섰지만, 전통적 방식인 공채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룹의 인재상을 통합적으로 유지, 제시하면서 이에에 맞는 인력을 뽑을 수 있다는 점은 대규모의 공채 장점이지만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채용시장에서 삼성의 독점력이나 우위를 공채 유지의 배경으로 본다면 기존 시스템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를 경쟁력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공채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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