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감 후 이재명-이낙연 통화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측은 21일 오후 기자들에게 오보 대응 문자를 보냈다. 이날 한 언론은 이 후보가 전날 국감 후 이낙연 전 대표에게 전화해 “어떤 역할이라도 맡겠다”는 공감대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양측이 이를 부인하고 해당 기사가 삭제됐지만, 이날 해프닝은 경선 종료 11일이 되도록 승자와 패자 간 만남 논의에 진전이 없는 당내 긴장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전 대표 측 반응은 보다 냉소적이었다. 공지를 통해 “기사 내용을 확인한 결과 오보”라며 “20일 점심시간쯤 이 전 대표와 이재명 지사와 한차례 전화 통화를 했고 ‘양 캠프에서 역할을 한 분들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서로 협의하면 좋겠다’ 정도의 의견을 나눈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각각 경선을 총괄했던 이 후보 측 정성호 의원과 이 전 대표 측 박광온 의원에 향후 협의를 맡기자는 내용의 대화를 한 정도”라며 “추측과 확대 해석은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승복은 했지만…길어지는 칩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이낙연 필연캠프 해단식을 마친 뒤 꽃다발을 들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지난 14일 캠프 해단식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을 뿐, 경선 종료 후 열흘 넘게 칩거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종로구 자택으로 지지자 방문 등이 이어져 “조용히 쉬고 싶다”는 뜻에 따라 경기도 모처와 서울을 오가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캠프 핵심 보직을 맡았던 의원은 “수행비서 등 보좌진도 없이 가족과 머물며 언론 기사 모니터링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국감에서 대장동 포화를 뒤집어쓴 이 후보에게는 ‘원팀’ 선대위 구성이 급선무다. 40% 가까운 득표율로 2위에 머문 이 전 대표에 ‘이 후보를 언제 만날 것인가’라는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한 참모는 “이 후보와 허심탄회한 대화가 필요한 건 이 전 대표도 알고 있다”면서도 “아직 흔쾌히 나설 만큼 상처를 치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모는 “이 전 대표가 아직 이 후보와 일대일로 만날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경선 참여 후보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가 마련되면 나갈 수 있다는 정도의 상태”라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당분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낼 계획 없이 극소수의 최측근들과만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지지층 고려…주말 분수령 되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이낙연 필연캠프 해단식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본선 선대위 구성을 위한 실무 논의도 이 후보와 이 전 대표 간 만남 이후로 미뤄지고 있다. “주말 내 두 사람이 전화 통화에서 공감대를 좀 더 이루면 정성호·박광온 등 협상을 맡은 의원들 간 캠프 구성 논의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수도권 재선)이라는 데 양측의 공감대가 있다. 이르면 내주 초부터 논의가 본격화될 거란 전망이다.
그러나 한켠에선 지지층을 의식한 이 전 대표가 경선 결과에 대한 가처분신청 법원 판단 이후로 이 후보와의 독대 시기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당초 캠프 해단식 후 지역을 순회하며 지지자들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무효표 논란으로 지지자들이 법원에 경선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하자 논란 확대를 피하기 위한 칩거에 들어갔다.
송영길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얼마나 패자 달래기에 공을 들이느냐도 남은 변수다. 경선 전개 과정 내내 이 전 대표 주변에서는 송 대표에 대한 불편 기류가 적잖았다. 이낙연 캠프에서 활동했던 의원은 “최근 송 대표 언론 인터뷰들을 보면 마치 이 전 대표에 ‘원팀’ 구성을 강요하는 압박을 한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다”면서 “경선 연기, 무효표 논란 등에서 노골적으로 한쪽 편을 들어온 송 대표가 계속 전면에 나서는 게 이 후보에게도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