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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폭증"이라던 이재명…그때 성남 미분양은 9가구뿐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2021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2021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대장동 개발 사업이 본격화한 2015년 초 성남시의 미분양주택 물량이 9가구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전체 미분양 물량 역시 2013년 최고치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던 상황이다. 20일 국정감사에서 "2015년 2월 (대장동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경기도의 미분양이 폭증한 시기"라고 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주장과 완전히 배치되는 통계치다.

2015년 3월 성남시 미분양 9가구 

21일 국토교통부의 미분양주택현황(월간 공식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경기도 미분양주택 물량이 최대치를 기록했던 건 2013년 10월(2만8399가구)이었다. 미분양이 집중된 지역은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진 용인시(5085가구), 고양시(4246가구), 김포시(3874가구) 등이었다. 이 당시 성남시의 미분양은 136가구였고, 인접 지자체인 과천시(없음), 안양시(58가구), 하남시(132가구) 등의 미분양 물량 역시 상대적으로 작았다.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재명 지사는 2015년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사업을 설계하면서 아파트 분양 사업을 민간에 몰아준 것에 대해 "당시 경기도에 미분양이 폭증하는 등 위험이 커 택지사업으로 한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2013~2017년 성남시 미분양 물량.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013~2017년 성남시 미분양 물량.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지만 2013년 최고치를 기록한 경기도의 미분양 물량은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민간사업자 공모가 진행되며 대장동 사업이 본격화한 2015년 3월에는 경기도 미분양이 최고치의 3분의 1 수준인 1만285가구까지 감소했다. 대장동이 속한 성남시의 미분양 주택 수는 9가구로 대부분 소진됐다.

2016년 초 파주, 김포, 평택 등 신도시 분양이 몰리면서 경기도 미분양이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급속도로 줄었다. 올해 8월 기준 경기도 미분양은 789가구에 불과하다. 성남시의 미분양은 2015년 10월 이후 모두 해소됐다가 2018년 말 대장동 아파트 분양이 이뤄지던 시기에 잠시 늘었지만 이마저도 5개월 만에 완전히 사라졌다.

실제 분양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성남시에서는 2013년 10월부터 2015년 5월까지 5개 단지, 3897가구의 분양이 이뤄졌다. 당시 수정구 창곡동의 위례신도시 분양이 이어진 시기다. 부동산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던 2013년 12월 부영주택이 분양한 위례부영사랑으로(현 위례더힐55)에서는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1년 뒤인 2014년 11월 GS건설이 분양한 위례자연앤자이e편한세상의 경우 535가구 모집에 1만4039명이 몰리는 등 분위기가 반전됐다. 2015년 5월 대우건설이 분양한 위례(우남)역푸르지오 2·3단지 역시 일부 주택형에서 40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나타내며 완판됐다.

"분양사업 포기한 성남시 총이익의 10%만 확보"

2015년 3월 공모를 통해 대장동 사업 주시행사로 선정된 성남의뜰컨소시엄은 수용한 토지를 민간에 되팔아 택지분양수익을 올렸다. 성남의뜰의 최대주주(50% 1주)인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830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총 13개 분양 택지 가운데 5개는 화천대유가 감정가로 수의계약했고, 나머지는 민간사업자가 입찰을 통해 확보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19일 성남시가 포기한 아파트 분양수익이 1조968억원(화천대유 4531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진 사업협약서를 체결한 탓에 이들이 확보한 배당금은 총개발사업 이익의 10% 수준에 그쳤다고도 했다.

2013~2017년 성남시 아파트값 상승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13~2017년 성남시 아파트값 상승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일 경기도 국감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를 근거로 이재명 지사에게 "아파트 분양사업을 포함하면 (개발이익이) 1조8000억원 수준이라고 한다"며 "사업계획제안서를 살펴보니 아파트 분양사업을 원칙으로 제안했는데, 왜 택지사업으로만 제한했냐"고 지적했다. 실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에 "분양택지는 건축물 분양을 원칙으로 한다"면서도 "일부 또는 전체 블록을 택지분양으로 제안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2015년은 미분양이 폭증할 때"라고 하며 "당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신 듯하다"고 얘기했다. 이후 이 지사는 관련 질의가 이어지자 미분양 통계와 함께 주택가격지수를 근거로 들며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였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정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의원(왼쪽)이 20일 경기도청에 열린 '2021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의원(왼쪽)이 20일 경기도청에 열린 '2021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규제 완화 효과로 분양시장 호황 당분간 지속"

국민의힘은 이 지사의 주장에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를 공모한 2015년 3월 부동산 경기가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으로 특히 수도권은 회복세에 있었다"고 반박했다. 당시 주택산업연구원의 보고서(2015년 3월)에서도 "청약제도 개편과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규제 완화 효과, 수도권 투자 수요 증가 등 분양시장의 호황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소개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상황이었지만 박근혜 정부가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하면서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였다"며 "예를 들어 3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던 아파트 가격이 다시 2억7000~8000만원으로 오르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대장동 사업에 입찰한 컨소시엄들도 당시 부동산시장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인근에 상당 기간 신규 분양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사업성을 높게 봤다. 성남의뜰컨소시엄은 "서판교 남단에 위치해 입지여건이 양호, 판교테크노벨리 입주 및 판교제2테크노벨리 조성으로 수요 증가"라고 했고, 산업은행컨소시엄은 "수도권 남부권역 택지에 대한 희소가치가 높아지고 있으며 입지 및 자연환경이 우수한 서판교 남단에 있어 가격 및 분양성에 대한 경쟁력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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