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필요한건 '스피커'···트럼프 '진실 SNS' 만든 진짜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10.22 05:00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매우 안정적인 천재(very stable genius)”, “#covfefe(의미 알 수 없는 오타)”….

1월 6일 의회 습격사건 이후
8800만 팔로워 트위터 차단돼
'정치적 확성기' 잃은 트럼프,
자체 SNS 플랫폼 11월 출범
2024년 대선 재출마 시동 거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시절 ‘폭풍 트윗’은 다양한 밈(memeㆍ확산되는 문화 정보)을 만들어냈다. 그가 트윗을 올리는 시간대도 새벽 12시, 오전 5시로 종잡을 수 없어 “트위터 중독 증세 아니냐”는 뒷말까지 낳았다.

그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자신이 소셜미디어 네트워크(SNS)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1월 6일 추종자들의 국회의사당 습격사건 여파로 그 자신의 트위터ㆍ페이스북ㆍ인스타그램 등 기존 SNS 플랫폼 계정이 금지 당하면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등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하는 트럼프 미디어 앤 테크놀러지 그룹(TMTG)이 오는 11월 새로운 SNS를 출범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새로운 SNS 출범과 관련해 “탈레반은 트위터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우리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미국 대통령이 침묵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빅테크들의 폭정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SNS 이름은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미 현지 언론들은 임기 내내 자신에 비판적인 뉴스들은 모두 “가짜뉴스”라고 명명해 온 그가 모순적인 작명을 택했다는 반응이다.

앞서 2017년 5월 새벽 트럼프 대통령은“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언론 covfefe에도 불구하고(Despite the constant negative press covfefe)”이란 문장을 올린 적이 있다. 자신에 비판적인 뉴스들을 공격하려던 의미였는데, “영어 단어에 없는 ‘covfefe’의 뜻이 무엇이냐”는 논란을 낳았다. ‘#covfefe를 먹을 때까지 나에게 말을 걸지 마시오’ 등 그를 조롱하는 해시태그가 줄을 이었다. 비록 부정적인 ‘밈’일지라도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이자 SNS 인플루언서인 그의 파워가 확인됐다.

이 같은 파워를 재과시하려는 듯 TMTG는 SNS 뿐 아니라 팟캐스트, 영상 기반 스트리밍서비스 등 다양한 유통 플랫폼을 추가로 내놓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6일 의회 습격 사건 이후 트위터·페이스북 등에서 계정을 차단 당했다. [트위터 캡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6일 의회 습격 사건 이후 트위터·페이스북 등에서 계정을 차단 당했다. [트위터 캡처]

언로를 차단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직접적인 소통 창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해왔다. 5월에는 ‘트럼프의 책상에서’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열었지만, 흥행 면에서 참패했다.  WP는 “블로그 개설에도 그의 온라인 대화는 거의 모든 주요 소셜 미디어에서 금지되거나 무시되고 있다”고 혹평했다. 그의 측근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새로운 온라인 창구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결국 블로그는 29일 만에 폐쇄됐다.

WP가 5월 트위터ㆍ페이스북ㆍ레딧ㆍ핀터레스트 등 4개 온라인 매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대비 트럼프 전 대통령의 SNS 컨텐츠는 95%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고 한다. 1월 6일 의회 사건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팔로워수는 8800만명, 페이스북은 3500만명에 육박했다.

우익 세력의 온라인 조직화를 연구하는 미 엘런대 메건 스콰이어 컴퓨터 공학과 교수는 WP에 “사람들이 그의 ‘작은 책상’으로 몰리지 않고 있다”며 “그는 더이상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주입시켰던 이전과 같은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토록 SNS에 매달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의 정치적 부상과 지지층 결집이 트위터 등 SNS 기반 영향력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거나, 2024년 대선 재출마 시동을 걸려면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서는 ‘확성기’를 되찾는 게 시급할 수 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2019년 11월 트위터에 올린 사진.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연한 인기 영화 '록키' 포스터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했다. 트위터 등 SNS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주요 통로였다.[사진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2019년 11월 트위터에 올린 사진.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연한 인기 영화 '록키' 포스터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했다. 트위터 등 SNS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주요 통로였다.[사진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BBC의 북미 IT 담당 기자인 제임스 클레이튼은 이와 관련 “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필적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본질적으로 해당 플랫폼이 정치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트위터처럼 수다와 아이디어의 공간이 되거나, 페이스북처럼 가족들을 위한 매체가 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그걸 알고 있다. 그래선지 이달 연방 법원에 자신의 트윗 계정을 복원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는 이 나라의 정치적 담론에 심대한 권력과 통제를 휘두르고 있으며 이는 측량이 불가할 정도이고, 역사적으로 전례 없으며, 민주적 토론을 열어가는 데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SNS 무대 복귀’에 매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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