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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3531억 적자 건보공단, 838명이 일 안하고 492억 타갔다

중앙일보

입력

국민건강보험공단 모습.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 모습.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 내 공로연수자가 지난해에만 800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로연수는 정년을 1년 앞둔 임직원에게 6개월~1년가량 사회적응에 필요한 교육훈련 기간을 제공해주는 걸 말한다. 하지만 사실상 장기 유급휴가처럼 이용되고 있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상임위 보건복지위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상임위 보건복지위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4년 만에 공로연수자 확 늘어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공로연수자 현황 및 대상자 급여총액’ 자료에 따르면 공로연수자는 지난해에만 838명으로 집계됐다. 이 시간 지급된 급여는 492억 5000만 원에 달한다. 4년 전만 해도 공로연수자는 52명에 불과했다. 이들에게 쓰인 급여는 37억 2600만 원이다. 그 사이 연수자와 급여가 확 늘었다.

건보공단은 인사규정에 두고 있다. 규정엔 ‘이사장은 정년까지 남은 기간이 1년 이내인 직원이 퇴직 이후의 사회 적응 역량을 기르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공로연수를 명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안식년 휴가 같은 공로연수 

하지만 실상은 안식년 휴가처럼 쓰이는 실정이다. 공단 인재개발원 차원에서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시행하나 이수의무가 없다. 쉬면서 월급을 꼬박꼬박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건강보험은 재정은 고령화, 보장성 강화로 이미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 규모는 2018년 1778억 원에서 2019년 2조 8243억 원으로 확 늘었다. 지난해 적자액도 3531억 원에 달한다. 2024년까지 재정수지 흑자는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건보공단의 공로연수제 운영은 불요불급하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건보공단은 최근 국민지원금(일명 재난지원금) 선별지급 업무를 이유로 372명을 추가 채용했다. 2차 추경에서 이를 위한 예산 42억원이 편성되기도 했다. 이처럼 한쪽에선 인력이 부족한데, 다른 쪽에선 ‘무노동 무임금’의 공로연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공무원 공로연수와 단순비교 안 돼

일각에서는 공무원 공로연수와 비교하며 정당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공무원과 달리 근로자 신분이라 상대적으로 많은 퇴직금(퇴직연금)을 받는 점, 고용보험 가입자로 재직 중이나 퇴직 후 직업훈련 이수가 가능한 점, 정년퇴직 후 실업급여를 수령하는 점을 근거로 평면적 비교는 어렵다는 게 강 의원 주장이다.

강 의원은 “공로연수가 당초 목적에 맞게 활용되려면 최소한 자체 교육프로그램이나 고용보험 직업훈련과정 등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며 “(현재 적자인)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국고 지원 확대와 부과체계 개편 외에 공단 자체적으로 불요불급한 지출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년보장 자체도 (일반 국민 입장에서) 부러움의 대상인데 절대다수 노동자는 꿈도 못 꿀 사실상의 1년짜리 유급휴가는 특혜나 다름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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