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격론 끝 탄생한 ‘올해의 쇼팽’

중앙일보

입력 2021.10.2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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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원재연의 쇼팽 콩쿠르 라이브 

21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내셔널필하모닉홀에서 열린 제18회 쇼팽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브루스 리우(오른쪽)가 우승자 발표 후 동료 피아니스트와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내셔널필하모닉홀에서 열린 제18회 쇼팽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브루스 리우(오른쪽)가 우승자 발표 후 동료 피아니스트와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내셔널필하모닉홀에서 열린 제18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서 중국계 캐나다인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24)가 우승했다. 2위는 알렉산더 가지예프(이탈리아·슬로베니아)와 소리타 쿄헤이(일본), 3위는 마틴 가르시아(스페인)가 차지했다.

결선 진출자 12명 중 마지막으로 연주했던 리우의 쇼팽 협주곡 1번은 모든 관객의 기립 박수를 끌어냈을 정도로 화려했다. 특히 3악장 론도를 폭발적인 에너지로 표현하면서도 피아니시모(아주 작게)는 가장 멀리 있는 관객의 귀에까지 전달했다. 그의 연주는 준결선에서부터 빛났다. 쇼팽의 초기 작품인 ‘돈조반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에서 새로운 해석과 과감한 템포를 설정해 듣는 재미를 줬다. 전통에 따른 프레이즈(멜로디 라인) 처리나 흔히 들을 수 있는 해석이 아니라 자신만의 노래를 창조한 음악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이날 우승자 발표는 3시간 지연됐다. 심사위원들 사이에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는 뜻이다. 필자는 준결선 이후 심사위원들 몇 명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1980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베트남 피아니스트 당 타이손에게 어떤 연주가 인상적이었는지 물어봤다. 그는 “나는 오픈 마인드의 음악인이다. 자기 자신의 음악을 설득력 있게 하는 참가자의 연주를 듣는 게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다. 지난번 대회에 비해 많은 색깔을 가진 참가자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폴란드 심사위원 에바 포블로츠카는 “쇼팽이 살았던 시대와 그의 캐릭터를 생각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클릭 몇 번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지만 그럴수록 아날로그의 감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연주에선 절대로 음표를 때리지 않고 빠르게만 연주하지 않아야 한다. 또 풍부한 루바토(음악적으로 템포를 조정하는 일)가 쇼팽 해석의 필수이기 때문에 그 점을 보며 심사한다.”

이혁

이혁

기대를 모았던 한국의 이혁(21)은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쇼팽의 환상곡과 소나타는 타고난 재능과 음악적 천재성을 보여줬다. 결선에서는 협주곡 2번을 연주했는데 3악장 코다에서 완벽한 타이밍과 화려한 소리로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번 콩쿠르는 쇼팽을 좋아하는 전 세계 사람의 축제였다. 특히 일본 피아니스트 수미노 하야토(26)처럼 독특한 참가자들이 경쟁을 축제로 바꿨다. 그는 ‘카틴(Cateen)’이라는 예명을 쓰는, 구독자 85만 명의 유튜버다. 이번 준결선까지 그의 실황 연주 조회 수는 200만 뷰를 넘겼다. 그는 필자에게 “쇼팽의 음악은 19세기 당시 지금의 팝 음악처럼 연주됐다. 오직 진중한 방식의 접근만 있었던 건 아니기 때문에 현대의 많은 사람이 쉽게 쇼팽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목표”라고 했다.

한국인 최초로 조성진이 우승했던 2015년 대회와 달리 한국인 입상자는 없었지만, 모두에게 값진 경험이었다. 본선 2라운드까지 진출했던 최형록(28)은 “처음이자 마지막 참가였다. 깊은 역사의 큰 무대, 꽉 찬 관객에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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