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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유동규 배임 혐의 빼고 기소…이재명 무혐의 수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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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관들이 21일 성남시청 시장·비서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5일 이후 네 차례 압수수색하는 동안 이곳을 제외했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관들이 21일 성남시청 시장·비서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5일 이후 네 차례 압수수색하는 동안 이곳을 제외했었다. [연합뉴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천억원대 배임 혐의로 지난 3일 구속했던 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해 배임 혐의를 빼고 뇌물 혐의로만 21일 구속기소했다. 유 전 본부장은 서울중앙지검이 지난달 29일 수사에 착수한지 22일 만에 처음으로 재판에 넘긴 사례지만 민간사업자에 수천억원대 특혜 의혹의 핵심인 배임 혐의를 삭제해 뒷걸음질 수사(문워크 수사)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판 도중이라도 배임 혐의를 입증해 추가 기소하는 데 실패할 경우 대장동 개발에서 발생한 수천억원대 개발이익을 범죄 수익으로 환수하는 건 불가능해진다. 일각에선 유 전 본부장 기소 혐의에서 배임 혐의를 제외한 건 결국 ‘윗선’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무혐의 처분하기 위한 수순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9시23분 유 전 본부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형법 부정처사후 수뢰(약속)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 3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을 때 적용했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제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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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본부장은 우선 2013년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관리본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대장동 개발업체로부터 뇌물 3억52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유 전 본부장이 당시 개인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대장동 개발과 함께 위례신도시 개발에도 참여했던 남욱(48) 변호사와 정영학(52) 회계사와 위례자산관리 대주주 정재창(52)씨에 받은 돈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검찰은 또 2014~2015년쯤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관리본부장으로 일하면서 화천대유자산관리를 대장동 민간사업자(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사업협약 및 주주협약 체결 과정에서 유리하게 편의를 봐준 뒤 2020~2021년께 대가로 700억원(세금 등 공제 후 428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배임 혐의 제외와 관련해 “배임 혐의 등의 경우, 공범관계 및 구체적 행위분담 등을 명확히 한 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구속영장에 포함했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씨로부터 올해 1월 5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공소장에선 제외했다.

검찰이 17일간 추가 수사를 통해 여죄를 밝히긴커녕 뒷걸음질만 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한 검찰 간부는 “법원이 유동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혐의가 일부 소명됐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한 배임 혐의를 정작 기소하면서 뺐다”며 “구속때 적용한 혐의를 기소도 못하는 특수수사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수사팀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담 수사팀이 본격 수사 착수 22일 만에 성남시장실을 압수수색한 사실 때문에 애초에 “지휘부부터 윗선에 대한 수사의지가 없었다”는 비판도 팽배하다. 검찰은 이날 성남시청 시장실과 비서실을 압수수색했다. 법조계에선 “수사 시작 시점에 성남시장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점차 배임 혐의를 다진 뒤 유 전 본부장 기소 등으로 이어져야 했지만, 순서가 뒤바뀌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을지는 미지수다. 한 성남시청 관계자는 “시장실과 비서실은 PC 등 집기가 교체된 상태라 의미 있는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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