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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두환 발언 유감”…비난 더 커지자 결국 사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1일 ‘전두환 공과’ 발언 논란과 관련해 “그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며칠 사이 많은 분의 조언을 들었다. 소중한 비판을 겸허하게 인정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는 발언으로 ‘전두환 옹호’ 논란을 낳은 지 이틀 만의 사과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 둘째)가 21일 오전 전남 순천시 팔마체육관에 있는 여순항쟁탑을 찾아 참배한 뒤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 대표의 순천 방문은 취임 후 두 번째다. 앞줄 왼쪽부터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 이 대표, 허석 순천시장, 김화진 전남도당위원장.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 둘째)가 21일 오전 전남 순천시 팔마체육관에 있는 여순항쟁탑을 찾아 참배한 뒤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 대표의 순천 방문은 취임 후 두 번째다. 앞줄 왼쪽부터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 이 대표, 허석 순천시장, 김화진 전남도당위원장. [연합뉴스]

윤 전 총장은 “결코 전두환에 대한 찬양이나 옹호가 아니었지만 독재자의 통치 행위를 거론한 것은 옳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논란 이후 ‘발언 진의가 왜곡됐다’고 반박해 온 것과 관련해서도 “책임을 돌린 것 역시 현명하지 못했다. 정치인이라면 ‘자기 발언이 늘 편집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고 머리를 숙였다. 또 “정치인의 말과 행동의 무게를 다시 깨닫는 계기로 삼겠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원칙을 가지고 권력에 맞설 때는 고집이 미덕일 수 있으나 국민에게 맞서는 고집은 잘못이다.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어제보다 더 나은 정치인이 되겠다”고 했다. 야당 내부에서도 ‘윤석열의 고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진 데 대한 반성 차원이었다.

윤석열

윤석열

윤 전 총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에 앞서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하지만 곧바로 정치권에선 “사과가 아닌 유감 표명” “발언을 거둬들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오전 전남 여수시 만흥동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고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이) 어떤 의미로 발언했는지 설명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그 인식에는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당 대표실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만 없다. 통치 행위를 기념하거나 추념 안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유감 표명이 오히려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에 결국 윤 전 총장이 몸을 낮춰 ‘확실한 사과’를 결단한 모양새다.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대국민 공개 사과를 한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이번 사태의 파장을 심각하게 우려했다는 뜻이다.

윤 전 총장도 개인적으로는 고심이 컸다고 한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논란이 불거진 19일 밤 윤 전 총장이 술을 꽤 마셨다”며 “늘 카리스마 넘쳤는데 그날은 정치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토로해 참모들이 놀랐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TV토론 일정이 끝나면 광주를 바로 방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호남에 공들인 것이 퇴색했다는 우려도 있다’는 질문에 “여러 가지 얘기가 있고 그런 부분들을 제가 다 잘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의 사과에 대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실수를 인정하고 사죄했으면 된 것”이라고 두둔했다.

하지만 논란이 말끔하게 잦아드는 분위기는 아니다. 전날 밤 윤 전 총장이 SNS에 돌잔치 때 사과를 집어들었다는 글과 사진을 올린 것도 뒤늦게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당 안팎에선 “국민의 ‘사과’ 요구를 조롱한 것”(유승민 전 의원 캠프)이라거나 “지금 필요한 건 사과 사진이 아닌 진심 어린 사과”(국민의당) 같은 공격성 논평이 나왔다. 윤 전 총장 측 김병민 대변인은 “과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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