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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담합’ 충돌…해수부 “문제없다” vs 공정위 “법 개정 안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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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오른쪽)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종합감사에서 의원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오른쪽)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종합감사에서 의원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해운사의 담합행위를 해양수산부가 별도로 규율하도록 하는 해운법 개정안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며 두 부처가 또다시 충돌했다. 보통 담합은 공정위 소관 법률인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하지만, 해수부는 해운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따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21일 개최한 해수부 국정감사에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해운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청취했다. 해운법 개정안은 해운사의 담합을 공정위가 아닌 해수부가 규율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최근 농해수위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소급 적용 조항이 포함돼, 국회를 통과하면 공정위는 해운사 담합 사건을 제재할 수 없다.

앞서 공정위는 HMM 등 23개 해운사가 한국·동남아시아 항로에서 화주(貨主)에 청구하는 운임을 함께 올려 담합한 혐의로 최대 8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각 회사에 발송했다. 해운법에 따르면 해운사는 화주와 협의하고 해수부 장관에 신고하면 운임 등에 대한 공동행위를 할 수 있지만, 공정위는 해운사들이 이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담합해 법을 어겼다고 보고 있다.

김재신 부위원장은 “해운법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 안에서 질서 있게 된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없고, 법을 집행한 적도 없다”며 “해당 범위를 벗어나서 벌어진 일탈 행위에 대해 법을 집행해 왔고, 대법원의 일관된 판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동행위 중 122건이 해운법의 절차를 따르지 않은 불법적인 담합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해석과 달리 해수부는 모든 공동행위를 신고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선사 간 운임 목표를 정한 주된 공동행위는 19건이고 전부 확인했다”며 “해운업 특성상 항로·화물별 변화가 있을 때마다 신고하면 경우의 수는 굉장히 커져 세부 행위는 신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날 농해수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해운업계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어 해운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은 “지난 20년간 동남아 항로에서는 경쟁이 치열해 운임이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는데도 부당하게 운임 인상을 공모했다고 한다”며 “국적 선사 12곳의 컨테이너선 90여 척을 다 팔아도 4000억원 수준인데, 8000억원의 최대 과징금이 부과되면 과거 한진해운 파산 사태의 어려움이 재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해수위에서 해운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이후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게 되면 해수부와 공정위 간 의견 충돌은 더 격화할 전망이다. 문성혁 장관은 이날 “공정거래법 적용과 관련해 공정위와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하면서 “만에 하나 해운사의 위법 사항이 있더라도 해운법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신 부위원장은 “피심인(해운사)과 주무부처(해수부)의 의견을 듣고, 과징금이 시장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부당이득의 규모, 회사의 재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원회의에서 과징금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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