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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비정규 콜센터 직원 사실상 직접 고용결론

중앙일보

입력

강원 원주시 건강보험공단. 뉴스1

강원 원주시 건강보험공단. 뉴스1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별도의 공공기관을 만들어 현재 민간위탁 중인 고객센터(콜센터) 직원을 사실상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O)’ 정책에 따른 것이다. 앞서 건보공단 내부에선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콜센터 노조와 이를 ‘역차별’이라고 맞서는 건보 노조 간 극심한 갈등이 벌어졌다. 수차례 총파업 집회와 이에 대항한 맞불 1인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이 단식농성에 나서기도 했다. 진통 끝에 별도 기관이란 절충안이 나왔으나 그간 이런 방식의 정규직 전환은 없었다. 장기적으로 건보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21일 민간위탁협의회에서 결론 

건보공단 콜센터 고용문제를 논의해온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는 21일 오전 비공개회의를 열고 현행 민간 위탁방식의 콜센터를 소속기관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소속기관은 건보와는 다른 별도 공공기관이다. 기관명부터 다르다. 직제·인사·보수·회계 등이 분리 운영된다. 하지만 법인은 같다 보니 사실상 직접고용인 셈이다. 협의회는 공단대표 2명을 비롯해 외부전문가 5명, 공단노조 1명, 고객센터노조 1명 모두 9명으로 구성됐다. 그간 협의회는 ▶민간위탁 ▶자회사 ▶소속기관 ▶직고용 등 4가지 운영방식을 놓고 논의를 벌였었다.

이병훈(중앙대 교수) 협의회 의장은 “이해 당사자 간 갈등이 깊어 협의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견조율 노력 끝에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7월 강원 원주시 건강보험공단본부 주변에서 경찰이 콜센터 직고용 요구 집회 장소로 접근하는 노조원을 막아서고 있다. 뉴스1

7월 강원 원주시 건강보험공단본부 주변에서 경찰이 콜센터 직고용 요구 집회 장소로 접근하는 노조원을 막아서고 있다. 뉴스1

고용부 최종 판단나면 채용방식 등 논의 

건보공단은 협의회 결정을 ‘고용노동부 비정규직 티에프(T/F)’에 보고해야 한다. 공단은 티에프의 최종 확정을 거쳐야 ‘노사 및 전문가 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다. 세부적인 채용전환 방식이나 임금체계 등을 논의하는 기구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예산을 늘리지 않고선 정규직 전환에 따른 임금인상이나 인력증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용익 이사장은 예산증액은 없다고 못 박았다.

김 이사장은 전날(20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별도의 공공기관이 하나 더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소속기관이든 자회사든 예산·인원이 증가하지 않는다”며 “현재 쓰고 있는 용역 계약비의 범위를 기반으로 해 모든 일을 처리하게 된다”고 밝혔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 15일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 15일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순탄치 않을 앞으로 협의 

이에 벌써 노전 협의 때 진통이 예상된다. 현 예산 체계 안에서 임금을 늘리려면 100% 정규직 전환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노전 협의회에서) 채용절차 등 제반 사항을 구체화해야 하는데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재정은 큰 폭의 적자 행렬 

공공기관 신설에 따른 장기적인 국가부담도 문제다. 이미 건보 재정은 ‘문재인 케어’ 여파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3년간 건강보험 재정수지 현황을 보면, 2018년 1778억원 적자 전환을 시작으로 2019년 2조8243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지난해엔 353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재정도 1조2001억원 적자로 추정된다.

김양균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건보 재정이 70조원 규모라 (1600명 정도) 정규직 전환해도 당장 별다른 영향은 없을 거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신설 기관 노조가) 강하게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든 지 복리후생 요구할 것이고 (그때마다) 인력충원 등이 이뤄져 조직은 지속적으로 커지게 된다. 장기적으론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건보공단은 2000년 행정비용 줄이려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과 직장의료보험조합이 통폐합했는데, 조직이 커지다보니 결국 행정비용을 줄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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