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늑대외교? 바이든이 중국에 놓은 맞불, 번스는 누구

중앙일보

입력 2021.10.21 16:36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 지명자. 지난 20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AP=연합뉴스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 지명자. 지난 20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AP=연합뉴스

“백악관이 지금은 발등에 떨어진 불인 이란 문제에 집중하고 있지만 극히 중요한(vital) 도전은 몸풀기에 나선 중국이다. 중국은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미래에 있어서 중요한 후과를 가져올 것이다.”

2014년 1월 16일자 미국 보스톤 글로브에 니콜라스 번스 전 국무부 정무차관이 쓴 칼럼의 일부다. 칼럼의 제목은 ‘중국과의 트러블.’ 당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지 1년이 채 안 됐던 때였지만 미국과 중국 간의 파고를 예측한 명칼럼으로 꼽힌다. 그리고 그 번스 차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상원 인사청문회에 앉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주중 미국대사 지명자 자격으로서다.

칼럼으로부터 7년 후, 그가 쏟아낸 발언은 거침없었다. 중국도 더 이상 화평굴기(和平堀起)와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넘어 이젠 중국몽 실현의 야심을 감추지 않는다. 번스는 작정한 듯 “중국은 공격자(aggressor)”라는 비(非) 외교적 표현까지 동원했다. 공격자(aggressor)라는 단어는 맥락에 따라 ‘침략자’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의 이 발언은 중국과 인도의 국경 갈등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원래는 잘 웃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미관계에 있어선 "빈틈 없는 공조"를 중시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원래는 잘 웃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미관계에 있어선 "빈틈 없는 공조"를 중시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정통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외교학을 강의한 학자이기도 한 그가 한 표현으론 꽤나 이례적이다. 번스는 대만에 대해선 “중국을 믿을 수 없으며 우리 목표는 대만을 (중국 입장에서) 다루기 어려운 이슈로 만드는 일”이라고 확언했으며, 호주에 대해선 “중국이 위협(intimidation)을 가했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번스가 기탄없이 작심 발언을 했다(did not mince words)”라고 평했다.

워싱턴DC에 부임해있는 그의 근미래 카운터파트인 친강(秦剛) 주미 중국대사는 이미 미국 정계를 와일드한 입담으로 놀라게 한 상태다. 지난 1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 내로라하는 미국의 거목이 참석한 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제발 입 좀 닥치세요(Please shut up)”이라는 말을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중국의 ‘전랑(戰狼, 늑대전사) 외교’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맞불을 놓을 인물로 번스를 택한 것.

지난 2017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 부부의 베이징 방문 당시 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인물이 친강 현 주미 중국대사다. [중앙포토]

지난 2017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 부부의 베이징 방문 당시 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인물이 친강 현 주미 중국대사다. [중앙포토]

상원 청문회 인준이 절차가 끝나면 그는 곧바로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향한다. 2014년 칼럼에서 썼던 “중국과의 트러블”을 다름 아닌 현장에서 해결해야할 인물이 바로 자신이 된 상황이다. 그의 이번 청문회 발언은 중국과의 정면 승부의 예고편이다.

번스의 이런 ‘싸움닭’ 이미지는 그를 잘 아는 이들에겐 다소 의외다. 그만큼 미국의 대중 외교의 변화의 바람을 반영한다는 의미도 된다. 1956년생인 번스는 국무부에 1983년 입부, 아프리카와 유럽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정권을 넘나들며 일해왔다. 2008년 퇴임까지 그는 정파를 뛰어넘는 외교전문가로 통했다. 20대부터 해외 생활에 관심이 많이 파리대학 등에서 유학했으며, 국제관계학의 명문 존스홉킨스대 SAIS에서 미국의 외교정책과 국제 경제학 그리고 아프리카를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어부터 그리스어까지 다수의 언어에 능통하다.

중국 전문가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지만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이라는 포스트에서 중국 등 아시아 문제까지 식견을 넓혔을 것으로 해석된다. 국무부 대변인까지 역임한 전력도 있어 외교 현안에 두루 밝다. 2008년 국무부 퇴임 이후부턴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강의해왔다.

번스의 베이징 부임은 한국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 주중 미국대사와의 조율은 한국 정부에 까다롭지만 중요한 고차방정식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번스는 과거 한미 관계의 긴밀한 조율을 강조해온 정통 동맹파다.

지난해 11월 한국일보가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선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미가 빈틈없이 협력하면서 북한의 분열 시도를 저지해야 하며, 북한이 핵무장 국가로 인정받는 일도 있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또 이번 청문회에선 “중국엔 진정한 친구, 동맹도 없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 역시 ‘진정한 우정’이 못 된다는 틈 파고들기 전략의 일환으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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