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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장실 압수수색…22일만에, 보란듯 예고하고 간 검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마침내 성남시청 시장실을 진입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에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지 22일 만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대로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에게 9월 26일 “성역 없이 성남시청 등을 압수수색하라”라고 지시한 날부터는 25일 만이다.

수사팀은 지난 15일부터 성남시청을 ‘뒷북’ 압수수색하기 시작했지만 시장실과 비서실은 계속 제외해오다가 새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집행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특혜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 시장실과 비서실을 수사에 착수한지 22일 만에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검찰 관계자들이 비서실을 압수수색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특혜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 시장실과 비서실을 수사에 착수한지 22일 만에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검찰 관계자들이 비서실을 압수수색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오수 “성역 없이 압수수색” 지시에도 시장실·비서실만 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2시 20분쯤부터 수사 인력 20여 명을 보내 경기 성남시청의 시장실과 비서실, 정보통신과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동안 수사팀은 성남시청 압수수색을 의식적으로 피하는 모양새를 연출해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전 성남시장)의 눈치를 보느라 수사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 왔다. 지난달 29일 주요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와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을 전방위 압수수색하면서 성남시청을 빼놓은 게 발단이었다.

수사팀이 이달 15일 뒤늦게 성남시청에 진입하긴 했지만, 이때는 시장실과 비서실 등 핵심 부서를 제외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20일까지는 정보통신과를 추가로 압수수색하며 성남시 관계자들의 e메일 기록 등을 뒤졌는데, 이 도지사와 그의 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비서관 등의 e메일은 제외해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검찰은 이날도 정보통신과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이 도지사와 정 전 비서관 등 관련 부분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 기간이 이날까지 일주일째 장기화하는 점에선 성남시청 공무원들이 “본래 해야 할 업무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어 빨리 끝내달라”고 성토의 목소리를 냈다.

총장 18일 “필요시 시장실 압색”→영장 새로 받아 21일 집행

10월 18일 김오수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국정 감사를 받고 있다. 뉴스1

10월 18일 김오수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국정 감사를 받고 있다. 뉴스1

검찰은 이날 시장실과 비서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지난 14일 발부받은 기존의 압수수색 영장과 별도로 새 영장을 받았다고 한다.

수사팀이 늦게나마 성남시장실과 비서실을 압수수색한 건 김 총장의 지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총장은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 감사에서 “성남시청 압수수색에서 시장실 등이 빠진 건 적정하다고 보느냐”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시장실 등을 압수수색할지) 필요하면 언제든지 지휘하겠다”라고 밝혔다. 그 전까지는 수사팀이 구체적으로 어느 부서를 압수수색하는지 보고를 못 받았다면서다.

일각에선 “김 총장이 취임 직전까지 성남시 고문 변호사로 활동한 것으로 지난 15일 새벽 보도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에 수사팀이 성남시 시장실 압수수색을 피할 길이 없어졌다”라고 분석한다.

수사팀이 시장실 등 압수수색을 통해 충분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기가 많이 늦었을 뿐만 아니라 압수수색이 사실상 사전에 예고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가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한 게 아니라 직원의 추가하자는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답변했다가 이후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라며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 터라 ‘의미 있는 결재 문서’가 발견될지도 의문이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 실시 전날인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성남시청에 압수수색 시도를 검토하고 있냐”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절차를 진행 중이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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