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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샤오미의 LG 특허 TV 해외직구해 팔았다, 특허침해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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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35)  

코로나로 인해 야외 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반면 인터넷 쇼핑은 더 활발해졌다고 한다. 확실히 나도 이전보다 온라인 물품 구매가 빈번해졌으며 예전에는 생각도 하지 않던 해외 직구도 심심치 않게 하곤 한다. 그런데 만약 해외 직구로 구매한 제품에 대해 국내 특허가 되어 있는 경우라면 특허 침해의 책임을 지게 되는 걸까?

해외 직구한 제품이 국내 특허권자가 해외에서 판매한 것이라면 특허 침해의 문제는 없다. 예를 들어, 삼성이 중국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을 국내 소비자가 해외 직구로 구매하는 경우라면 해외 직구 거래의 구매자와 판매자는 모두 특허 침해에서 벗어난다. 실제로도 이는 특허권자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이 중국에서 판매한 제품은 더 이상 특허권의 효력이 남아있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이론인 이른바 ‘국제 소진이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외 직구한 제품이 국내 특허권자가 아닌 외국 기업이 제조한 경우라면 어떨까?

특허법은 판매 행위를 특허 침해 행위로 규정하지만 구매 행위는 특허 침해 행위로 규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 직구는 단순 구매와 달리 일종의 수입 행위로도 해석할 수 있어 특허법은 수입 행위를 특허 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사진 pxhere]

특허법은 판매 행위를 특허 침해 행위로 규정하지만 구매 행위는 특허 침해 행위로 규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 직구는 단순 구매와 달리 일종의 수입 행위로도 해석할 수 있어 특허법은 수입 행위를 특허 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사진 pxhere]

샤오미의 스마트TV를 해외 직구했는데, 관련 국내 특허를 LG가 보유하고 있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특허법은 판매(양도) 행위를 특허 침해 행위로 규정하지만 구매(양수) 행위는 특허 침해 행위로 규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 직구는 단순 구매 행위와는 다른 일종의 수입 행위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특허법은 수입 행위를 특허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특허 침해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침해 행위가 사업적 활동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해외 직구를 통한 구매자가 개인적 사용을 위해 구매한 경우라면 특허 침해 책임이 발생하지 않지만 이후 국내 판매 등을 위한 사업적 활동으로 구매한 경우라면 특허 침해가 성립된다. 그렇다면 이 경우 해외 직구 거래의 판매자는 특허 침해로부터 자유로울까?

특허제도는 속지주의의 원칙에 의하므로 특허 침해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만 특허 침해가 성립하며 해당 행위가 외국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는 특허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특허법은 수입은 침해 행위로 규정하는 반면 수출은 침해 행위로 규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해외 직구 거래의 판매자는 수출 행위에 불과할 뿐이므로 특허 침해가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다. 또 자신의 행위가 판매(양도) 행위라 하더라도 그 행위는 한국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속지주의의 원칙에 따라 특허 침해가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항변은 타당할까?

수출 행위이므로 특허 침해가 되지 않는다는 항변은 타당하지만, 해외 직구 거래의 판매 행위가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침해가 아니라는 항변에는 논리적 허점이 있다. 비록 해외 직구 거래의 판매자가 있는 물리적 공간은 외국이지만, 이 자의 판매 행위는 온라인상에서 물리적 공간의 제약 없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온라인을 통한 경제 활동의 지역적 기준을 해당 경제 활동에 대한 수요가 충족되는 지역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오랜 지론이다.

참고로 블랙베리 서비스의 특허권자인 RIM사가 해외에 설치한 서버를 통해 미국 내에 블랙베리 서비스를 제공한 침해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에서 미연방 항소법원(CAFC)은 특허 실시 행위의 지역적 기준은 서버가 위치하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서버를 통해 서비스가 제공되는 지역(즉, 특허 발명의 수요가 충족되는 지역)이므로 비록 서버가 해외에 설치되어 있다고 해도 미국 내에 서비스가 제공된 이상 이는 특허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결한 바가 있다.

해외 직구 거래의 판매자가 외국에 있다고 하더라도 온라인을 통한 판매 행위를 통해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면 특허 침해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사진 pxfuel]

해외 직구 거래의 판매자가 외국에 있다고 하더라도 온라인을 통한 판매 행위를 통해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면 특허 침해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사진 pxfuel]

이처럼 온라인을 통한 경제 활동에서 지역적 기준을 해당 경제 활동에 대한 수요가 충족되는 지역으로 해석하는 것은 최근 세계적 추세이다. 그동안 구글 등 다국적 플랫폼 기업이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싱가포르와 같이 세율이 낮은 국가에 서버를 설치하는 편법을 사용해왔으나 최근 G7이 본사가 위치한 곳이 아닌 실제 이익을 얻은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해외 직구 거래의 판매자가 비록 외국에 있다고 하더라도 온라인 판매 행위를 통해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는 이상 특허 침해의 책임을 져야 마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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