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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 할때 허 찌른 中· 臺, 한국도 CPTPP 가입 하나

중앙일보

입력

“이제 시간이 없다. '가입한다, 안 한다, 하면 언제 한다'까지 포함한 결정은 10월 말 11월 초에는 내야 한다. 결정 막바지에 와 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대한 정부 결정이 임박했다. 14일(현지시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기자간담회에서 CPTPP 가입 여부를 조만간 결정하겠다고 했다. 또 18일 열린 ‘제1차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에서도 “CPTPP 가입의 경제적‧전략적 가치 민감분야 피해 등 우려 요인 점검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조율할 예정이다”면서 가입 검토를 공식화했다.

일본 주도 CPTPP 가입 미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CPTPP는 일본·호주·캐나다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가가 참여한 메가 FTA(자유무역협정)이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13.5%와 세계 무역 15%를 차지한다. 원래 CPTPP는 2005년 6월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 4개국이 출범한 다자 FTA인 TPP가 시초다. 이후 미국·일본·호주 등 참여국이 늘어 총 12개국이 협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TPP 탈퇴를 선언하면서 일본 주도로 남은 11개국이 2018년 3월 CPTPP를 공식 타결했다.

한국도 그동안 가입 여부를 저울질했다. 하지만 미국이 빠지면서 관망세를 유지했다. 협정 체결 당시 한국은 CPTPP 11개국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9개 국가와 이미 FTA를 체결해 CPTPP 가입은 사실상 일본과 추가 FTA 협정을 맺는 효과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동차와 농·축·수산물 분야에서 한국보다 우위에 있어 FTA를 맺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분석이 많았다.

중국·대만 가입 신청 허 찔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쌍십절인 10일 타이베이에서 신해혁명과 중화민국 건국 110주년을 맞아 연설하고 있다. 대만이 CPTPP에 가입하면 한국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PA]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쌍십절인 10일 타이베이에서 신해혁명과 중화민국 건국 110주년을 맞아 연설하고 있다. 대만이 CPTPP에 가입하면 한국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PA]

하지만 정부가 최근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중국과 대만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달 16일 CPTPP에 가입 신청을 했다. 중국 견제로 가입을 못 했던 대만도 동시 가입을 노리고 23일 신청서를 냈다. CPTPP는 원래 미국·일본이 주도하면서 중국을 배제하는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미국이 빠지면서 중국이 들어갈 틈이 생겼다. CPTPP에 가입하려면 회원국 전체 동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어차피 가입해야 한다면, 회원국이 더 늘어나기 전에 먼저 가입해야 유리하다. 특히 한국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인 중국이 CPTPP를 선점하면 한국은 더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 가입해야 할 수도 있다.

중국보다 더 큰 위협은 대만이다. 그동안 대만은 중국에 가로막혀 주요국과 FTA 가입을 거의 하지 못했다. 하지만 CPTPP 가입에 성공한다면, 통상 무대에 본격 등장할 수 있다. 대만은 정보통신(IT)을 중심으로 한국과 주력 산업 분야가 겹친다. 실제 대만은 중국보다 가입 가능성도 더 높다. CPTPP를 주도하는 일본이 대만과 반도체 공급망 동맹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중국은 CPTPP의 높은 가입 기준을 만족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대만이 중국 견제로 통상에서 뒤처져 있었는데 그 수혜를 한국 기업이 누렸다”면서 “대만이 CPTPP에 가입하면 다른 나라와 추가 FTA를 맺을 가능성이 커 우리 기업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농업계 반발이 난관 

CPTPP 가입 필요성은 커졌지만 난관은 있다. 우선 농업계 반발이 크다. CPTPP에 들어가면 한국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받은 일본산 농·축·수산물 수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또 CPTPP 무역규범이 자유무역협정(WTO)과 이미 체결한 FTA보다 더 강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예를 들어 현재 정부는 병·해충이 유입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외국산 사과·배·복숭아 등을 수입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CPTPP의 동식물 위생·검역 조치(SPS)는 ‘국가’나 ‘지역’이 아니라 같은 생물보안체계를 적용하는 농장 단위로 ‘구획화’ 돼 있다. 정부가 만약 병·해충 등을 이유로 수입을 막는다면 CPTPP에서는 특정 ‘국가’나 ‘지역’ 농산물 전부가 아니라 문제 되는 농장만 금지해야 한다. 이럴 경우 해외 농·축·수산물 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 또 공공기관 수출 보조금 지급도 즉각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회는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국회 비준을 앞두고 농촌 현장 불안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CPTPP 가입을 선언하는 것은 ‘농업 포기 더 나아가 먹거리 주권 포기’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반발했다.

정부 관계자는 “농업계 반발 등을 고려하면 실제 가입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았다”면서도 “다만 신청을 하더라도 국회 비준까지 최소 2~3년은 걸리고 또 반드시 가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신청서 정도는 제출해도 괜찮지 않겠냐고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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