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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2년 만에 시총 92조원 달성한 中 태양광 업체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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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산업은 중국에서 가장 부를 빠르게 이룰 수 있는 산업으로 여겨진다. 특히 룽지구펀(隆基股份·론지솔라)은 숱한 도전에 직면해 왔음에도 불구,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가치 높은 태양광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2년 만에 시총 5배 달성한 룽지구펀

[사진 PV Magazine]

[사진 PV Magazine]

지난 8월 말, 룽지구펀은 상반기 실적 보고를 발표했다. 룽지구펀의 상반기 매출은 350억 9800만 위안(6조 4710억 1826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26% 뛰었다. 순익도 늘었다. 지배주주 귀속순이익은 49억 9300만 위안(9205억 5941만 원)으로 21.30% 늘었다.

8월 30일 현재 룽지구펀의 시장가치는 5000억 위안(92조 1850억 원)을 훌쩍 넘으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 높은 태양광 업체로 발돋움했다. 이는 올해 7월 고점을 기록했다가 잠시 하락세를 보인 후 다시 반등한 수치다.

룽지구펀의 이 같은 실적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2019년 8월 말 룽지구펀은 시총 1000억 위안(18조 4370억 원)에서 올해 7월 처음으로 5000억 위안을 기록, 8월 말에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5배의 시총을 기록하는 데 단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태양광 산업에서 가장 이목을 끌고 있음에도 룽지구펀의 이사장 중바오선(鐘寶申)의 태도는 의연하다.

“(시총 상승에) 개의치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가 변동에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지난 두 달간 등락을 반복하며 불안정한 주가 흐름을 겪은 중 CEO는 앞으로도 주가보다 비즈니스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바오선(鐘寶申) [사진 소후닷컴]

중바오선(鐘寶申) [사진 소후닷컴]

태양광 산업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물론 세계 최대의 태양광 전지 업체였던 ‘샹더(尚德·Suntech)’의 파산 등 국가 보조금에 기댄 공급과잉의 폐해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와 함께 원자재 가격 인상 리스크, 경쟁 업체 간 제휴 등 룽지구펀이 직면한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상황에도 룽지구펀은 단결정 실리콘 기술 덕분에 눈에 띄지 않는 소규모 기업에서 태양광 발전 분야 선두업체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사진 Solar Choice]

[사진 Solar Choice]

반도체와 희토류 인재의 ‘도원결의’

룽지구펀의 창업자 겸 총재 리전궈(李振國)와 이사장인 중바오선은 란저우(蘭州) 대학교에서 반도체를 전공한 동문이다. 졸업 후 한 사람은 반도체 소재 공장에, 또 다른 한 명은 희토류 공장에 취직했다. 이후 각각 반도체와 희토류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그중 리전궈는 룽지구펀의 전신인 시안신멍(西安新盟)전자과학기술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실리콘 소재를 주요 사업 분야로 삼았던 리전궈는 태양광 산업의 전망을 캐치하고 중바오선을 영입했다.

룽지구펀의 창업자 겸 총재 리전궈(李振國) [사진 포브스 차이나]

룽지구펀의 창업자 겸 총재 리전궈(李振國) [사진 포브스 차이나]

당시는 중국 태양광 업계가 이제 막 기지개를 켜며 주목받던 시기였다. 2004년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생산에 주력한 싸이웨이LDK(賽維LDK) 등 수많은 중국 기업들이 태양광 분야에 진출했다. 중국 정부의 태양광 발전 지원과 벤처캐피털 덕분에 이 분야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태양광 대표 기업 샹더가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등 태양광 산업은 단 2년 만에 수많은 상장사를 내놓았다.

중바오선이 2006년 룽지구펀에 들어왔을 때 이들은 핵심 기술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폴리실리콘을 택한 동종 업계 대부분의 기업들과 달리 이들은 당시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단결정 실리콘’을 택한다.

단결정 실리콘은 다결정 실리콘을 기반으로 정제 및 불순물 제거 공정을 여러 번 거쳐 만들어진다. '변환 효율'은 최대 25%로 효율이 좋은 만큼 가격이 비싸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다결정 실리콘이 업계 주류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룽지구펀은 ‘세계 최고의 단결정 실리콘 웨이퍼 업체’를 목표로 내세워 연구개발에 몰두했다. 태양광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동안 룽지구펀은 단결정 실리콘 잉곳 및 웨이퍼 연구 개발에 집중했다. 다이아몬드 와이어 절단 및 PERC 배터리 기술 적용 후에는 발전 효율을 높이는 한편, 비용을 절감하기도 했다.

[사진 China Daily]

[사진 China Daily]

태양광 산업이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으며 대부분이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룽지구펀은 반대로 한 우물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한다. 단결정 실리콘 및 웨이퍼 분야에 주력하기 위해 수익성 높은 반도체 사업과 관련 부품 세정 사업까지 매각, 실리콘 웨이퍼 업체를 재건했다.

2013년, 룽지구펀은 단결정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에서 세계 1위 업체로 성장했다. 중국태양광산업협회가 발표한 ‘중국 태양광 산업 발전 로드맵(2020년)’에 따르면 단결정 실리콘 웨이퍼 시장은 전체 웨이퍼 시장에서 약 90.2%를 차지, 기존 주류였던 다결정 실리콘을 완벽하게 대체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수많은 다운스트림 부품 업체가 자체 폴리실리콘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대체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룽지구펀은 발빠르게 전략을 바꾼다. 부품 분야에 직접 나서기로 한 것이다. 2014년 룽지구펀은 저장러예(浙江樂葉)를 인수한다.

결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룽지구펀의 부품 분야 순위는 2016년 8위에서 2020년 1위로 뛰어올랐다. 룽지구펀의 관련 통계에 따르면 전체 매출 중 부품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 57%에서 올 상반기 67%로 늘었다. 시장조사기관 PV Info Link는 올 상반기 룽지구펀의 태양광 모듈 출하량이 지난해에 이어 업계 1위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사진 视觉中国]

[사진 视觉中国]

이처럼 업계 대부분 업체가 해외 기술과 장비, 시장에 의존하던 때에도 룽지구펀은 뚝심 있게 자체 기술과 중국 국내 시장에 집중했다. 핵심기술 없이 정부 보조금으로 해외에서 장비와 원료를 도입해 대량 생산한 뒤, 다시 해외시장에 파는 중국식 모델이 종언을 고할 때에도 룽지구펀이 살아남은 이유다.

업계에서 왕좌를 차지한 상황에서도 룽지구펀은 끊임없이 연구 개발을 통해 태양광 산업을 새로운 차원으로 선도하고 있다. 지난 6월 룽지구펀은 셀 전환 효율 실적을 발표했다. N형 TOPCon 셀의 전환 효율은 25.21%, P형 TOPCon 셀 전환 효율은 25.19%를 달성하며 두 분야에서 모두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P형 TOPCon 셀 전환 효율의 경우 전달 세계 기록(25.09%)을 세운 지 불과 한 달 만에 자체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앞서 2019년 1월, 단결정 양면 PERC 셀의 전환 효율은 아직 깨지지 않은 기록인 24.06%다. 이 기록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시험 기관에서 확인됐다. 태양광 산업에서 룽지구펀의 리더십이 입증된 셈이다.

[사진 Longi solar]

[사진 Longi solar]

[사진 Longi solar]

[사진 Longi solar]

룽지구펀은 앞으로도 태양광 산업에서 파이를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올 3월, 룽지구펀은 미국증시에 상장된 하이테크놀로지 기업인 썬터구펀(森特股份·Sutor) 주식을 일부 인수, 썬터구펀의 2대 주주가 되었다. 썬터구펀에서 생산하는 철강재는 주로 태양광 업계, 인프라 건설, 자동차 제조 등에 쓰인다.

이 밖에도 또 다른 미래 에너지 사업으로 꼽히는 수소에너지 분야에도 진출한다. 올 3월, 룽지구펀은 상하이 주췌(硃雀)투자와 손잡고 시안 룽지수소에너지과학기술유한공사를 설립했다. 태양광 발전을 이용해 수소에너지를 생산한다는 게 골자다.

중바오선은 “(룽지구펀은) 태양광 에너지가 향후 전체 에너지원 중 5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룽지구펀의 수소에너지 분야 진출 역시 궁극적으로 태양광 분야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소 에너지 응용 시장의 발전과 함께 태양광 에너지 분야도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 룽지구펀과 이를 이끄는 중바오선, 리전궈. 이들의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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