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등하는 석탄 가격과 석탄 부족, 타이트한 수급 상황으로 인해 중국은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비단 중국 일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가 석탄 공급 부족과 가격 폭등에 이어 전력 공급 부족과 전기 가격 폭등을 겪고 있다.
영국도 에너지 대란으로 아우성이다. BBC에 따르면 영국의 지난달 평균 도매용 전기 요금은 ㎿h당 331유로까지 솟으며 전년 동월 47유로 대비 7배 이상 뛰었다.
전기 요금이 치솟자 영국 기업들의 생산 비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일부 회사는 파산을 선언한 상황이다. 높은 전기 요금에 직면한 지역 주민들은 지자체에 도움을 청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나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기 요금 앞에서 누군가는 기뻐한다.
이 에너지 위기의 승자로 꼽히는 이 사람, 그는 바로 홍콩 최고 갑부 리카싱(李嘉誠) 이다.
리카싱은 영국 전력 시장의 ¼, 천연가스 시장의 ⅓, 수돗물 시장의 7%, 통신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영국의 항구의 3분의 1도 리카싱의 손에 있다. 또 그는 영국에서 술집, 부동산, 소매 및 기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리카싱은 일찌감치 영국 에너지 전력에 대한 포석을 깔았다. 리카싱은 2010년 2억 1200만 파운드 (약 3456억 5964만 원)을 들여 시뱅크(Seabank Power)가스 연소 발전소를 인수해 지분 50%를 확보했다. 같은 해 55억 파운드에(약 9조 원) 영국 전력 공사 UK파워네트워크(UK Power Network)를 인수했다.
2012년 리카싱은 영국 전력 기업 일렉트릭 노스웨스트를 20억 파운드(약 3조 2500억 원)에 사들였다. 같은 해 6억 4500만 파운드(약 1조 508억 6625만 원)를 들여 가스배출회사 Wales& West를 인수한 뒤 영국 전력망의 천연가스 사업에 110억 파운드(약 18조 원)를 투자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리카싱은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논란으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며 철수의 움직임을 보일 때도 리카싱은 반대의 길을 걸었다. 중국 본토와 홍콩의 부동산과 비즈니스를 잇달아 매각하며 유럽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그는 유럽의 인프라 산업, 특히 영국 시장에만 4000억 홍콩달러(59조 188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2016년 당시 리카싱 자산의 56%가 유럽 투자에 사용됐고, 그중 영국의 투자 비중은 37%에 달했다. 영국 매체는 한때 리카싱이 '영국의 절반'을 사들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리카싱이 인수한 영국 회사들은 수도, 전기, 가스 등 민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독점 업종들이다.
현재 영국 전력 판도의 절반을 리카싱이 차지할 정도로 영국 시장에 대한 그의 세도가 대단하다. 코로나 19로 실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음에도, 이 기간 리카싱의 전기, 천연가스 및 기타 사업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진행됐다.
그런 리카싱에게 영국의 현 상황은 호재다. 전기 요금이 급등하면서 그야말로 리카싱은 돈방석에 앉았다.
리카싱의 영국 투자는 CKH홀딩스를 통해 이뤄졌다. CKH가 최근 발표한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약 214억 위안(약 3조 9500억 원)의 수익을 냈다. 이는 하루 1억 5000만 위안(약 276억 8100만 원)을 번 셈이다. CKH홀딩스에 따르면 그룹의 50%가 넘는 수익이 유럽 시장에서 발생하며, 영국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리카싱의 매서운 눈초리는 그를 에너지 위기에서 큰 승자로 만들었다.
2015년 리 회장의 '중국 자산 매각, 유럽 자산 매입'의 행보에 중국 국내 여론이 크게 악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유럽 에너지 상승은 우연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리카싱의 에너지 사업은 확실히 현명한 선택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그의 남다른 상업적 안목과 배짱이야말로 에너지 위기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는 관건이었는지도 모른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