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오후 늦게 열린 대구·경북 합동토론회를 앞두고 대구를 찾아 당원들을 만나는 일정을 진행했다. 국민의힘 최종경선에선 책임당원 투표가 50% 반영되기 때문에 최종 후보로 선출되기 위해선 당원들의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일정은 다른 세 명의 후보와 달랐다. 그는 토론회 전까지 ‘이재명 압송작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거짓말을 실시간으로 밝혀내겠다는 취지다. 전날도 다른 후보들이 부산, 충남, 경북을 찾아 당원을 만날 때 원 전 지사는 방송 인터뷰 일정만 잡았다. 대장동 특혜 의혹과 이 지사의 관계가 인터뷰의 주된 내용이었다.
국민의힘 최종경선을 보름여 앞두고 원 전 지사의 선거운동 방식은 ‘발’보다는 ‘입’이다. 당원을 직접 찾아 만나기보다는 방송 등을 통해 ‘이재명 저격수’로서 당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원 전 지사 선거운동의 초점이 ‘입’에 맞춰 있는 건 성공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경선 2차 컷오프를 앞두고 유튜브에 공개된 ‘대장동 특강’과 ‘대장동 1타 강사’ 영상이다. 영상에서 원 전 지사는 대장동 특혜 의혹을 쉽고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상엔 “전국 수석 클래스”,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게 최고”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날(20일) 기준 ‘대장동 특강’ 2개 영상 조회수 합은 130만회가 넘는다.
원희룡 캠프에 따르면 ‘대장동 특강’ 영상은 애초에 기획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달 초 원 전 지사와 캠프 참모진, 그리고 원 전 지사 지지를 선언한 유튜버 ‘크로커다일 남자훈련소’가 대장동 의혹에 어떻게 대응할지 회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원 전 지사가 대장동 의혹을 칠판에 써가며 설명했는데, 캠프는 설명이 쉽다고 보고 ‘크로커다일 남자훈련소’ 채널에 영상을 올렸다. 그런데 이른바 ‘대박’이 난 것이다.
원 전 지사가 2차 컷오프를 통과하는 데 대장동 영상이 주효했다는 게 캠프의 생각이다. 실제로 다른 후보에 비해 인지도에서 밀리던 원 전 지사는 대장동 영상을 계기로 네티즌의 주목을 받았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원희룡’이라는 키워드는 지난 4일 트위터에서 725건 언급됐는데, 5일 8251건으로 10배 넘게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대장동 특강’ 영상이 게시된 게 4일이다.
원 전 지사가 2차 컷오프 이후에도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이재명 저격수’로서 지명도를 쌓고 있지만, 책임당원 투표 비중이 큰 본경선에선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희룡 캠프 관계자는 “민심이 당심 아니겠냐”고 말하지만, 국민의힘 다른 캠프 관계자는 “당원 투표는 여론조사와 달리 직접 만나는 스킨십이나 조직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 전 지사의 최근 행보에 대해 “본경선 이후 정치적 역할을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온다. 원 전 지사는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이번 경선은 끝나도 끝나는 게 아닌 상황”이라며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정권교체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희룡 캠프의 박용찬 수석대변인은 “대장동 게이트, 이재명 게이트는 국민 대다수가 관심을 가지는 이슈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관심을 가지고 파헤쳐왔다. 경선 이후를 보고 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